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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결코
가을처럼 시들지 않는다2014/11/13by 현대자동차

‘더 뉴 아반떼’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떠나는
강원도 홍천 여행

단풍과 더 뉴 아반떼
|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 풍광 속에 더 뉴 아반떼가 녹아듭니다



어느 해보다 높고 푸르던 하늘 아래서 선명히 물들었던 단풍이 야속하기만 한 서릿바람에 낙엽 되어 비처럼 내립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자리가 또 다른 사람으로 잊히듯, 계절이 지나는 자리 또한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오는 계절로 채워지겠지요. 그러나 그 속에서 쌓은 소중한 추억만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길을 나섰습니다. 겪으면 겪을수록 옹골찬 ‘더 뉴 아반떼’를 타고 특별한 추억의 열매들이 탐스럽게 매달린 강원도 홍천으로 갑니다.



숲 기운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산소길

아반떼는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5세대 라인의 MD가 출시된 지도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현재의 얼굴로 페이스 리프트 된 ‘더 뉴 아반떼’는 선보인 지 1년 남짓 되었습니다)이 흘렀습니다. 아벤떼는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뛰어난 상품성으로 확고부동한 ‘국민차’의 지위를 움켜쥐고 있는 상징적인 자동차입니다. 차세대 모델의 등장이 가시화되는 시점임에도 나는 이번 여행의 동반자로 아반떼를 택했습니다. 그간의 노고에 대한 치하의 의미로 홍천 여행을 헌정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빨갛게 물든 강원도 홍천의 숲을 배경으로 선 더 뉴 아반떼. 풍경과 차와 내가 마치 하나의 그림이 된 듯한 감상에 젖게 합니다
| 빨갛게 물든 강원도 홍천의 숲을 배경으로 선 더 뉴 아반떼. 풍경과 차와 내가 마치 하나의 그림이 된 듯한 감상에 젖게 합니다

강원 내륙이 대체로 그렇듯 홍천 또한 대부분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입니다. 무려 군 면적의 87%가 산입니다. 오대산, 계방산, 가리산, 두로봉, 가칠봉, 응봉산, 가마봉 등 1,000m 이상의 고봉을 비롯해 팔봉산, 오음산, 공작산 등 낮지만 품 넓은 산까지 높고 낮은 산들이 즐비합니다. 그곳의 삶이야 ‘징게망게’ 같은 평야에 볍씨 뿌리고 거두는 것에 견줘 고단하고 팍팍할 테지만, 어쨌거나 군을 뒤덮다시피한 산들이 쏟아내는 싱그러운 공기만은 어디에도 비할 바 아닙니다. 강원도에서는 각 시군 별 걷기 좋은 길을 꼽아 2018년까지 총연장 500km의 산소길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산소길이 홍천에 있습니다. 바로 수타사길입니다.

홍천을 대표하는 고찰, 수타사
| 홍천을 대표하는 고찰, 수타사에는 그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아름다움이 그득합니다

홍천군 동면 공작산 자락에 자리한 수타사는 홍천을 대표하는 고찰로, 영서 지방에서는 가장 오래된 절입니다. 본래 우적산에 일월사(日月寺)라는 이름으로 신라 성덕왕 7년(708년) 창건된 이 절은 조선 세조 3년(1457년)에 현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로 개명됐습니다. 이후 순조 11년(1811년), 물을 뜻하던 ‘수(水)’ 자가 목숨을 뜻하는 ‘수(壽)’ 자로 바뀌어 그 이름이 굳어졌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수타사 계곡에 용담이라는 깊은 웅덩이가 있는데, 해마다 이곳에 빠져 죽는 승려들이 많았기에 ‘물’에서 ‘목숨’으로 뜻이 변화했다고 합니다. 수타사는 임진왜란 당시 전소되어 40년간이나 폐허로 남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조 이후 수차례 중창불사되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지난 1970년대 복원 공사 당시에는 한글로 지어진 최초의 불경 <월인석보> 17, 18권이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수타사를 둘러보고 나면 이제 맑은 산소를 호흡할 수 있다는 그 길로 들어설 차례입니다. 수타사 산소길은 왕복 약 2시간 내외로 산책하기 적당한 길입니다. 수타사 옆 연지에서 시작해 용담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5km 남짓 됩니다. 길이 완만해 설렁설렁 걸으며 숲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마시기에 좋습니다.

한편, 수타사 들목의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입니다. 이곳에는 숲 해설가가 상주하며 일반적인 숲의 기능을 비롯해 공작산 숲의 생태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귀 기울여 그 이야기를 듣노라면 숲이 지구환경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볼품없어도 소중하기만 한 나만의 목공예품

사실 수타사길과 같은 곳은 홍천에 여럿 있습니다. 그중 첫손에 꼽을 만한 곳이 삼봉자연휴양림이지요. 수타사에서 삼봉자연휴양림까지는 꽤 먼 거리로, 휘고 도는 길이 많아서 이동 시간을 두 시간 가까이 잡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뉴 아반떼는 투정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단단히 세팅된 하체는 급커브로 말미암은 원심력도 가뿐히 견뎌냈습니다. 진심으로 믿을 만한 친구였습니다. 

홍천의 단풍길을 달리는 더 뉴 아반떼
| 구불구불 산길이든, 곧게 뻗은 도로든 크게 저어하지 않고 달리는 더 뉴 아반떼. ‘국민차’라는 명성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더 뉴 아반떼의 편안한 인도 덕에 무사히 도착한 삼봉자연휴양림은 가칠봉 (1,240m), 응복산(1,155m), 사삼봉(1,107m)의 세 봉우리로 둘러싸인 곳에 조성된 쉼터입니다. 위장병과 신장병, 피부병에 특효라는 천연기념물 제530호로 지정 된 삼봉약수가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고 샘솟습니다. 철분, 불소, 망간, 탄산 이온이 다량 함유된 물입니다.

옆으로는 계곡이 흐르는데, 거울 같은 물을 보고도 도무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물이 벌써 얼음처럼 차갑기 때문입니다. 휴양림에는 약 1.5km의 숲 체험 산책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그게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가칠봉 정상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됩니다. 총 5km 거리로 왕복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까칠하다’고 해서 가칠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할 정도로 길이 만만치 않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그 모든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잊힙니다.

삼봉자연휴양림의 갈대들
| 삼봉자연휴양림 안에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한껏 가을을 머금은 갈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삼봉자연휴양림에서는 목공예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치 숲 속 도서관처럼 한적한 곳입니다. 한쪽에서 아이들이 나무를 가지고 멋진 작품을 만드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부모가 오랜만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집어 들고 독서에 빠져듭니다. 나뭇가지와 나무토막, 나뭇잎, 솔방울, 도토리 따위의 향기로운 숲 속 재료를 가지고 목공풀로 이어 붙여가며 아이들은 상상을 현실로 바꿉니다.

산새공방의 외부(좌)와 내부(우)의 모습
| 마치 숲 속 도서관처럼 한적한 산새공방에서는 나뭇가지와 나무토막, 솔방울 등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에 푹 빠져보는 일이 가능합니다

머리가 굳어버린 탓일까요, 꿈을 잃어버린 탓일까요.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을 그럴싸하게 모방해서 포장해내는 데 급급한 나는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참신함이 부럽기만 합니다. 누군가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작품을 완성했음에도 한편으론 아이처럼 마냥 기뻤습니다. 보잘것없지만 무언가를 기어코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곳에서의 머묾이 소중하고

특별한 홍천 삼봉자연휴양림을 나선 후 내면 율전리에 있는 살둔산장 캠핑장으로 향합니다. 삼봉자연휴양림도 캠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지만 살둔산장이 과연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가는 길에 광원리 은행나무 숲에 잠시 들렀습니다. 달둔교를 건너 약 10분쯤 호젓한 길을 걸으니 샛노란 세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2010년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래 홍천 최고의 가을 명소로 사랑받고 있는 이곳은 지극한 순애보의 현장입니다. 이 숲은 본래 유기춘이라는 이가 아내를 위해 만든 비밀 정원이었습니다.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삼봉약수와 가까운 곳에 정착한 유 씨가 하나둘 심기 시작한 은행나무들이 어느새 숲을 이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서릿바람이 불 때마다 비처럼 날리는 은행잎을 뒤로 하고 살둔산장으로 서둘러 길을 잡습니다. 구불구불 흐르는 내린천을 끼고 길이 이어집니다. 햇살이 부서지는 강물을 벗하며 더 뉴 아반떼가 유유히 나아갑니다. 그렇게 약 20분쯤 달렸을까요. 멀리 다리 아래로 귀틀집 형태의 2층 누각이 보입니다. 1985년에 지어진 살둔산장입니다. 이는 ‘삼둔사가리’ 중 하나인 살둔마을에 있습니다. 삼둔사가리는 예부터 전란이나 국가적인 재앙이 발생했을 때 숨어 있기 좋은 피난처로 꼽히는 곳입니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귀둔, 월둔을 말하고 사가리는 인제 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명지가리, 연가리, 곁가리를 가리킵니다.

살둔산장은 산과 물이 반씩 있는 곳에 있다는 뜻으로 ‘산반수반정(山半水半亭)’이라고 불립니다. 또 미처 완성하지 못했다 해서 ‘미진각(未盡閣)’이라고도 합니다. 7~8년 전쯤 이곳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었습니다. 여름이 한창이었는데도 군불을 때야 했을 정도로 서늘했습니다. 하물며 지금은 오죽할까요. 살둔산장은 최근 몇 해 동안 우여곡절이 있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찾은 산장은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난 덕에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풍류 넘치는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산장 앞에는 캠핑장도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산장에 묵는 대신 캠핑을 하기로 작정하고, 미리 예약해두었던 곳에 텐트를 세웠습니다. 누군가 모닥불을 피우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불 주위로 둥글게 앉았습니다. 특별한 이벤트도, 흥을 돋울 노래도 없었지만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별이 가득했습니다.

이튿날 느지막이 일어나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가 마지막 여행지인 화촌면 외 삼포리 대평마을로 향했습니다. 91가구가 사는 자그마한 농촌에서 각종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홍천에는 대평마을, 돌배마을, 무궁화마을, 배바위마을 등 농촌 체험지가 적지 않은데, 그중 고구마 수확 체험을 한창 진행 중인 대평마을이 시기적으로 맞았습니다. 흙에서 나는 먹거리를 언제 땀 흘려 거둬들여 본 적 있었던가요. 난생처음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기며 수확의 기쁨을 맘껏 누렸습니다. 그렇게 짧지만 알찬 여행이 끝났습니다.

홍천은 은행잎의 샛노란 색깔로, 고구마 굽는 구수한 냄새로, 공방에서 만졌던 나무의 향기로, 모닥불 피우고 헤아렸던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들로 언제까지나 추억될 것입니다. 시간을 덧입을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아반떼라는 이름처럼 말이지요.

살둔산장
www.saldun.co.kr, 033-435-5984
대평마을
http://대평마을.kr, 033-432-6766


양념된 삼겹살이 참숯불 위에서 자글자글 익어가고 있습니다
| 양념된 삼겹살이 참숯불 위에서 자글자글 익어가고 있습니다


 
여행을 행복하게 하는 맛 홍천 화로구이촌

홍천에서 양평 방면으로 뻗은 44번 국도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 하오안리는 고기 굽는 냄새 하나로 온갖 식객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곳입니다. 이 마을은 숯불구이 전문점이 즐비해 일명 화로구이촌으로 불립니다. 고추장과 된장, 토종 벌꿀을 적절히 배합해 만든 양념으로 돼지 삼겹살을 재워둔 후 강원도 참숯에 구워내는데, 잡내가 전혀 없고 그 양도 푸짐해 만족감이 높습니다. 더덕구이, 막국수 등과 함께 먹으면 그만입니다.
 



글. 김동욱(여행작가)
사진. 김학리(라이브스튜디오)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 2014년 11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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