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뉴욕이 미국 예술의 전부?
그동안 몰랐던 LA카운티미술관 이야기2015/04/27by 현대자동차

미국에서 ‘예술’하면 십중팔구 뉴욕을 떠올리지만
동부의 뉴욕에만 예술이 있는 게 아니랍니다

미국 예술계의 주요 거점으로는 뉴욕뿐 아니라 서부 LA도 있습니다. LACMA는 서부 최대 규모의 대표적인 미술관입니다
l 미국 예술계의 주요 거점으로는 뉴욕뿐 아니라 서부 LA도 있습니다. LACMA는 서부 최대 규모의 대표적인 미술관입니다
l View of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on Wilshire Boulevard, ⓒ 2015 Museum Associates/LACMA




서부의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는 뉴욕과 함께 미국의 현대예술을 이끌어가는 주요 지역입니다. 그 중심에는 미 서부 최대 규모의 예술 기관인 LA카운티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이하 LACMA)이 있습니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 LACMA

LACMA 전경. 큼직하게 놓인 여러 건물이 거대한 단지를 연상케합니다
l LACMA 전경. 큼직하게 놓인 여러 건물이 거대한 단지를 연상케합니다
l Lynda and Stewart Resnick Exhibition Pavilion /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 Photo: Alex Vertikoff / Photo ⓒ 2015 Museum Associates/LACMA


캘리포니아가 자리 잡은 미 서부 지역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분위기로 가득한 곳입니다. 혹자는 할리우드의 화려함으로만 기억할지도 모르지만 동부의 뉴욕만큼 서부의 LA에도 예술의 기운은 만연합니다. 미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꼽으라면 장 폴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 LA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이하 MOCA), 그리고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데요. 세 곳 모두 제 개성을 극대화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렇다면 LACMA는 어떤 곳일까요. 1965년 설립 당시 내셔널 갤러리 이후 미국에 지어진 가장 큰 미술관으로 화제를 모았던 LACMA는 뉴욕의 위상을 염두에 두고 설립한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으로 LA의 문화적 자존심이라고 불립니다. 멀리는 13세기로 올라가는 유럽의 작품부터 미국 현대미술, 디자인 작품은 물론, 라틴 아메리카와 북미 인디언, 동아시아, 이슬람까지 다루는 10만여 점의 다채로운 소장품은 다문화 컬렉션의 힘을 뿜어내며 매년 120만여 명의 관람객을 LACMA로 인도합니다.



혁신을 이끌어온 LACMA의 수장, 마이클 고반

LACMA의 혁신을 이끌어 온 주인공인 마이클 고반 관장입니다
l LACMA의 혁신을 이끌어 온 주인공인 마이클 고반 관장입니다
l LACMA CEO and Wallis Annenberg Director Michael Govan ⓒ Catherine Opie


LACMA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근 10년 간 미술관을 이끌어온 마이클 고반(Michael Govan) 관장입니다. 단 25살의 나이에 뉴욕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의 부관장으로 임명됐고, 그 후 뉴욕 디아예술재단(Dia Art Foundation) 이사장을 맡아 허드슨 강변에 있던 나비스코 인쇄공장을 개조해 디아비콘(Dia:Beacon) 미술관을 조성하는 등 큐레이터로서 뛰어난 성취를 보였습니다. 그가 LACMA 관장으로 취임한 후 첫 3년간 기부금은 2억 5천만 달러에 달했고 5년이 지나자 관람객 수는 취임 전보다 50%가 증가했습니다.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계획한 LACMA 신규 건축 프로젝트. 유기적인 곡선이 눈길을 끕니다 ⓒ 2013 Museum Associates/LACMA
l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계획한 LACMA 신규 건축 프로젝트. 유기적인 곡선이 눈길을 끕니다 ⓒ 2013 Museum Associates/LACMA

뉴욕의 유명 디자인 회사인 ‘2X4’와 함께 새로운 미술관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LACMA의 새로운 센터 건물인 BCAM을 구축하는 등 미술관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죠. 이젠 LACMA의 상징인 야외 설치 작품들도 그의 임기 중 탄생했으니 자신이 맡은 미술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얼마 전에는 ‘건축가가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인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와 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미술관 확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열적이며 확고한 그의 리더십이야말로 LACMA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LACMA의 명물, ‘어반 라이트’와 ‘부유하는 돌’

LACMA의 상징이 된 어반 라이트(Urban Light). 뒤로 태양열 패널 지붕이 보입니다
l LACMA의 상징이 된 어반 라이트(Urban Light). 뒤로 태양열 패널 지붕이 보입니다
l East facade of the Broad Contemporary Art Museum (BCAM), installation of Chris Burden’s Urban Light (gift of the Gordon Family Foundation’s gift to Transformation: The LACMA Campaign), and Robert Irwin’s Primal Palm Garden, ⓒ 2015 Museum Associates/LACMA


마이클 고반 관장이 취임한 이래 LACMA에서는 여러 독특한 프로젝트와 기획전, 작품 컬렉션이 진행됐는데요. 그중 ‘어반 라이트(Urban Light)’와 ‘부유하는 돌(Levitated Mass)’, 이 두 작품은 온갖 화제를 부르는 LACMA의 새로운 상징이 되며 미술관의 이미지를 확 바꿔놨습니다.

2008년 렌조 피아노는 BCAM을 지으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하루 생산되는 전기량은 약 11만 와트. 작가 크리스 버든(Chris Burden)은 202개의 빈티지 가로등을 건물 앞에 도열한 후 저녁이 되면 그날 모인 전기로 불을 활짝 밝히는 작품 ‘어반 라이트(Urban Light)’를 설치했습니다. 렌조 피아노의 건물과 혼연일체 된 ‘어반 라이트’는 이제 LACMA 하면 바로 생각나는 명물이자 시민의 외유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지예술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부유하는 돌’
l 대지예술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부유하는 돌’

거석 하나를 105마일 떨어진 미술관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굉장한 기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Bunnicula
l 거석 하나를 105마일 떨어진 미술관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굉장한 기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Bunnicula

‘부유하는 돌’은 2012년 미국 예술계를 뜨겁게 달군 화제작입니다. 높이 6.5미터, 무게만 340톤에 달하는 돌을 채석장에서 캐내 미술관 야외 통로 위에 올려놓는 이 기묘한 프로젝트는 대지예술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작업인데요. 신석기 시대의 거석 문명 이후 이렇게 큰 돌을 옮기는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학자들은 현대판 피라미드 짓기에 비유했답니다.

채석장과 LACMA 사이에 존재하는 도시만 100여 개. 이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 기술과 안전한 루트, 지자체의 허락을 확보하는 데만 1년의 준비 기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실제 옮기는 9일이란 짧은 기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히트 프로젝트가 되었죠. LACMA가 총 100억여 원이란 거액을 쏟아 부은 터라 돌덩이 하나를 옮기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이미지 제고는 감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브랜드 가치는 사건 하나에도 온전히 뒤바뀔 수 있으니까요.



세계 최대 한국 예술품 컬렉션과 ‘더 현대 프로젝트’

LACMA가 소장 중인 ‘성렬대왕대비지보’ ⓒAshley Van Haeften
l LACMA가 소장 중인 ‘성렬대왕대비지보’ ⓒAshley Van Haeften

LACMA는 한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LACMA가 위치한 도시는 우리나라 재미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한 곳인 LA입니다. 그리고 1999년 개관한 이래 2009년 전용관으로 승격한 ‘한국 미술 갤러리’ 는 해외 단일 기관으로 가장 많은 한국 예술품을 보유한 곳입니다. 작년 3월부터 필라델피아, LA, 휴스턴까지 순회 전시하며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은 ‘조선에서 온 보물-조선왕조 특별전’은 LACMA와 필라델피아미술관, 휴스턴박물관의 공동 기획의 산물이었죠.

미국 예술계의 주류에서 이만한 규모로 상설 운영되는 한국 예술 공간은 유일무이하기에 관심이 더욱 절실한데요. 다행스럽게 얼마 전 현대자동차와 10년 장기 후원 협약을 맺으며 제 2의 도약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더 현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트+테크놀로지’ 컬렉션이 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품
l ‘더 현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트+테크놀로지’ 컬렉션이 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품
l James Turrell, Light Reignfall, 2011,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Hyundai Motor as part of The Hyundai Project: Art + Technology at LACMA in honor of the museum’s 50th anniversary, ⓒ James Turrell, photo ⓒ Florian Holzherr


‘더 현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트+테크놀로지’ 컬렉션이 된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작품
l ‘더 현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트+테크놀로지’ 컬렉션이 된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작품
l Robert Irwin, Miracle Mile, 2013, Gift of Hyundai Motor as part of The Hyundai Project: Art + Technology at LACMA in honor of the museum’s 50th anniversary, ⓒ Robert Irwi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 2013 Philipp Scholz Rittermann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진행되는 ‘더 현대 프로젝트(The Hyundai Project)’는 미술과 과학 기술을 융합한 ‘아트+테크놀로지’와 한국 미술에 대한 지원을 계획 중입니다.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진행됐던 동명의 프로젝트를 되살리는 ‘아트+테크놀로지’ 랩이 혁신적인 현대미술에 집중한다면, 한국 미술에 대한 지원은 2018년 한국 전통 서예전, 2022년 한국 현대미술전, 2024년 20세기 한국 근대미술전 등 대형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포지움을 통해 미국 주류에서 한국 예술에 대한 연구 및 관심을 고조시킬 예정입니다. 앞으로 10년 뒤 미국 속 한국 예술의 전진 기지로서 자리를 공고히 다질 LACMA를 생각해보면 그 귀추가 무척 주목됩니다.



글. 전종현 디자인&아트 저널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