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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만화의 역사와 계보 세 번째 90년대 농구2014/08/22by 현대자동차그룹

90년대는 농구의 시기였습니다. 농구장의 뜨거운 열기만큼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의 인기도 뜨거웠습니다.

한국 스포츠만화의 역사와 계보 세 번째 90년대 농구

l 한국 스포츠만화의 역사와 계보 세 번째 90년대 농구


1983년부터 시작된 농구대잔치는 실업, 대학, 그리고 상무(국군체육부대)팀까지 참여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농구 이벤트였습니다. 80년대 현대전자 농구단의 이충희 선수, 기아 자동차 농구단의 김유택, 허재, 강동희 선수와 같은 스타들이 활략하며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로 자리잡았죠. 90년대에는 오빠부대가 농구 코트에 모여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90년대 스포츠 만화, 아니 모든 만화를 통틀어 최고 히트작은 <슬래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였습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60-80
년대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스포츠 만화들이 있었습니다. 60년대를 대표하는 권투만화 <도전자>(박기정), 70년대를 대표하는 축구만화 <불타는 그라운드>(이원복), 80년대를 대표하는 야구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특히 80년대 스포츠 만화의 인기는 대단했지요. 80년대에 프로야구, 프로축구 같은 프로 스포츠가 시작되어서 그랬나 봅니다. 사실 스포츠와 스포츠 만화가 인기기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60년대에는 일제시대의 아픔을, 70년대에는 가난의 괴로움을, 80년대에는 독재의 어두움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대중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또 스포츠 만화에 열광했습니다.

87
6.10 항쟁 이후 조금씩 민주화가 진전되었습니다. 그 결과 누구나 책과 잡지를 펴낼 수 있게 되었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게 되었죠. 게다가 88년에는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3저 호황의 시대가 되었구요. 일제시대의 아픔, 가난의 괴로움, 독재의 어두움 같은 무언가를 극복하는 스토리의 스포츠 만화가 아닌 스프츠를 스포츠로 즐기는 만화가 필요했던 거였죠.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ㅣ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어떤 대사인지 아시겠어요? 이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뜨거운 90년대 농구 코트를 기억하는 분이겠네요. ‘농구’라고 하니까 좀 더 확실해 지죠. 맞습니다.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의 대사입니다. 붉은머리 강백호는 여학생들에게 50번이나 퇴짜를 맞은 불량학생입니다. 북산고에 들어와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동생이자, 농구를 좋아하는 채소연에게 반해 농구부에 들어가게 됩니다. 188cm의 키의 당당한 체구와 탁월한 순발력을 지녔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 이제 막 농구를 시작한 풋내기 중의 풋내기죠. 게다가 농구를 시작한 의도조차도 불순합니다. 그에 어울리게 버릇없고, 좀 모자라 보이기도 하며 터무니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자칭천재 강백호가 어느새 농구에 빠져 밤을 새워 연습하고, 코트에서 동료를 바라볼 수 있는 선수가 됩니다. 산왕전에서는 라인 밖으로 나가는 공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치명적 허리 부상을 입습니다. 강백호는 경기에 나가겠다고 고집하고, 국가대표 출신 안감독이 그런 강백호를 말리지요.

“자네 몸 이상은 바로 알았네. 알고 있으면서도 자넬 바꾸지 않았지. 아니, 바꾸고 싶지 않았어. 자꾸자꾸 성장해 가는 자네의 플레이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야. 난 지도자로서 실격이네. 조금만 늦었어도, 난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갔을 거네.

안감독님은 국가대표 출신 선수였는데, 늘 ‘호호’하며 웃는 분입니다. 그렇게 조용한 감독님이 왜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 강백호를 코트에 내보냈겠어요? 불량한 강백호가 진짜 스포츠맨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다른 어떤 일보다 감동적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마음은 당시 만화를 보는 독자 모두가 함께 공유하던 것이었습니다



농구대잔치와 마이클 조던의 시대

80
년대 후반, 스포츠 만화는 예전과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대신 <드래곤볼>(도리야마 아키라) 같은 격투만화가 인기를 끌었죠. 처음에는 ‘서유기’에서 변주한 귀여운 캐릭터 손오공의 모험을 그린 만화였지만, 천하제일무술대회 이후 격투만화로 변모했습니다. 격투만화가 주류가 된 시대라 하더라도 스포츠 만화가 없을 수는 없죠. 다만 시대에 어울리는 작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이었구요. 1991 12월 창간한 새로운 소년만화잡지인 『코믹챔프』에 1992 2월부터 일본의 인기만화 <슬램덩크>가 연재되기 시작합니다. <슬램덩크> 이전까지 ‘농구’는 스포츠 만화로 다루지 않던 소재였습니다. 게다가 스포츠 만화라면 우승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기술(야구의 마구 같은)을 고통 속에서 완성하곤 했죠. 게다가 주인공들은 무언가 싶은 상처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슬램덩크>는 달랐죠

땀을 흘린만큼 결과로 돌아오는 스포츠
ㅣ 땀을 흘린만큼 결과로 돌아오는 스포츠

앞서 머리를 붉게 물들인 불량학생 강백호가 고등학교에 들어가 채소연에게 반해 농구부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강백호에게는 60-80년대 스포츠 만화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 같은 절실한 목표의식이 없었습니다. 또 모두를 놀라게 하는 천재성도 없었죠. (운동신경과 같은 잠재성은 있었지만, 예전 스포츠 만화가 그리는 과장된 천재성은 찾기 힘들었다는 말입니다.) 대신 강백호가 가입한 북산 농구부에는 각각 절실하게 농구를 좋아하는 팀원들이 있었고, 땀을 흘린만큼 결과로 돌아오는 스포츠가 있었습니다.

최고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농구
 ㅣ 최고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농구

공교롭게 <슬랭덩크>가 절정으로 치달리던 90년대 초반 농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떠올랐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90년대가 농구를 원했던 것 같아요.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스포츠도 달라졌던 것입니다. 70년대 잘 살아 보자 시대, 80년대 공포의 시대를 거쳐 90년대는 88올림픽 개최 이후 세계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배고파도, 괴로워도 모든 걸 이겨내는 스포츠가 아니라 보다 멋진 스포츠, 그게 농구였던 거죠. 80년대 농구는 프로스포츠가 아니었습니다. 1983년도에 모든 팀들이 참여하는 농구대회 ‘점보시리즈’가 시작되고 이듬해 ‘농구대잔치’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80년대 초반 농구대단치의 절대강자는 이충희 선수가 이끄는 현대전자 농구단이였습니다.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총 5시즌 동안 3번 우승을 차지했죠.

80
년대 후반 중앙대의 김유택, 한기범, 허재, 강동희 등 스타군단을 받아들인 기아 자동차 농구단의 시대가 옵니다. 1988-1988년 시즌을 시작으로 연속 3회에 걸쳐 결승에서 현대전자를 눌렀고, 1991-1992년 시즌과 그 다음 시즌에는 삼성전자를 누르고 5시즌을 모두 싹쓸이합니다.

1993-1994
년 시즌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죠. 대학팀인 연세대가 5시즌 연속 우승의 주역 기아자동차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당시 연세대 농구부는 주장 문경은과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이 활략하던 팀으로 구름처럼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습니다. 왕좌를 빼앗긴 기아 자동차는 절치부심, 1994-1995년 시즌과 1995-1996년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총 6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농구대잔치 시대를 마무리합니다.

 
1996-1997년 시즌을 끝으로, 1997년부터는 프로농구가 출범했습니다. 현대전자 농구단은 대전을 연고로 현대다이넷이 되었고, 기아 자동차 농구단은 부산을 연고로 기아엔터프라이즈가 되었습니다. 현대다이넷은 현재 전주 KCC 이지스가,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울산 모비스 피버스가 되었습니다.

한편, 90년대 초반 일본과 홍콩 등의 위성TV를 시청할 수 있는 위성TV가 조금씩 보급되었습니다. 위성TV의 스포츠채널에서 미국의 프로농구 NBA를 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90년대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이 NBA에서 활략하던 때였습니다. , 리바운드, 수비 뭐든 다 되는 그야말로 사기 캐릭터였던 그가 야구선수로 외도를 끝내고 돌아온 것이 1995-1996년 시즌. 마이클 조던이 소속된 시카고 불스는 무려 72 10패로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1996-1997년 시즌, 1997-1998년 시즌에도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NBA 선수들이 보여준 화려한 플레이에 열광했고, 농구의 인기도 올라갔습니다. NBA, 농구대잔치 그리고 <슬램덩크>. 사실 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아스라한 빛처럼 남아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성장하는 주인공, 함께 성장하는 우리의 청춘

농구의 인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슬램덩크>의 인기가 먼저인지를 찾아 보려고 했지만 참 애매한 것 같아요. 확실한 건 90년대에 농구라는 스포츠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다른 스포츠에서 볼 수 없었던 팬덤 현상도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2013년 방영되어 크게 히트한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성나정은 연세대-현대에서 활략한 이상민의 열혈 팬으로 나옵니다. 농구 대잔치, 농수 스타에 열광하는 오빠부대, 그야말로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농구 대잔치의 인기만큼이나 <슬램덩크>의 인기도 엄청났습니다. 서점은 물론 문방구에도 <슬램덩크>의 신간이 나오면 유리 문에 ’00권 출간‘이라는 알림이 붙어있었습니다. PC통신이 시작된  시절에는 일본에서 나온 잡지의 연재분을 번역해 대사만 올리기도 했습니다. 농구의 인기와 <슬램덩크>의 인기는 선후관계를 따지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서로에게 영향을 준 시대현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시대현상의 반영
ㅣ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시대현상의 반영

다시 <슬램덩크>로 돌아와보죠. 몸을 움직이고, 노력한 만큼 성장하며, 팀원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스포츠는 실력과 함께 인간도 성장시킵니다. 스포츠의 주요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성장‘입니다불량학생에 불과하던 강백호는 경기를 하는 바로 지금이 ‘영광의 시대’라고 고백하는 진정한 스포츠맨이 됩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에요. 최고의 실력을 지녔지만 그만큼 제 멋대로 였던 서태웅은 서서히 팀 플레이에 녹아들었고, 중학 MVP 정대만은 방황 끝에 돌아와 체력의 한계를 정신력으로 이겨냈고, 가드 송태섭은 작은 키의 한계를 속도로 극복했으며, 권준호는 팀을 위해 조력하는 식스맨으로, 그리고 주장 채치수는 진정한 주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성장
ㅣ 노력한 만큼의 성장


60-80년대까지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들은 ‘가난’과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를 했습니다. 상처를 입은 주인공들에게 스포츠는 상처를 잊게 해 주고, 극복하게 해 주는 수단이었습니다. 독자들도 주인공들의 극복을 보며 위로받았죠. 그러나 90년대 독자들은 가난과 상실을 극복하는 스포츠보다, 진짜 스포츠가 필요했습니다. 한국만화가 보여주지 못한 그리고 채우지 못한 독자들의 요구를 일본만화 <슬램덩크>가 메워줬습니다. <슬램덩크> 1998 1 31일 최종권인 31(구판 기준)이 출판되었습니다. 꿈의 무대였던 전국대회에 진출해 최강자인 산왕공고와 경기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 4초 드리블을 해서 산왕의 코트로 넘어간 서태웅은 슛을 하기 위해 뛰어올랐다가 강백호에게 패스합니다. 강백호는 “왼손을 거들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공을 받아 링으로 던집니다. 골인. 1점 차이의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당대 스포츠 만화의 최고 인기작, 슬램덩크
ㅣ 당대 스포츠 만화의 최고 인기작, 슬램덩크

70-80
년대와 전혀 다른 90년대를 반영한 만화인 <슬램덩크>는 당대 스포츠 만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습니다. 90년대에도 여러 스포츠 만화가 있었지만, <슬램덩크>를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80년대 한국의 최고 인기 스포츠 만화였던 야구만화도 90년대에는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반면 일본만화의 경우 아다치 미츠루의 "h2" 나 나미 타로, 카와 산반치의 <4번 타자 왕종훈> 같은 만화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만화들의 특징은 이전 시대 스포츠 만화의 격렬함, 절실함 대신 스포츠의 재미와 있을 법한 인간관계 등을, 무엇보다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여주었습니다. 90년대 후반 기억해야 하는 작품이 발표되었습니다.


내 파란 세이버 표지(출처: 바다출판사)
| 내 파란 세이버 표지(출처: 바다출판사)


1998
년 『영챔프』에 연재된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라는 작품입니다. 역시 이 만화도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 최대한은 자전거를 만났고, 그 위에서 성장했습니다. 한국 스포츠 만화에서 다뤄진 적이 거의 없는 사이클을 소재로 소년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최대한은 많은 사람과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삶과 사랑, 생명에 대한 의미를 깨달아 갑니다. 역시 한국 최고의 작가주의 만화가라고 불리는 박흥용 선생의 작품답습니다.

스포츠만화이면서 동시에 한 소년의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입니다
| 스포츠만화이면서 동시에 한 소년의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입니다

한국의 스포츠 만화가 화려한 농구 코트에서 벗어나 역사 속에서 시골길을 달리게 된 것입니다. 공교롭게 1998년은 외환위기의 시대였습니다. 90년대의 화려함이 거품처럼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파란 세이버>는 그 시기에 역사와 성장을 돌아본 작품입니다. 그리고 시대는 21세기를 향해 달려갑니다.




80년대부터 농구대잔치를 통해 농구는 겨울 스포츠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90년대 들어 NBA 농구, 특히 다시 나오기 힘들 초대형 스타 마이클 조던의 활략으로 농구의 인기는 수직상승했습니다. 90년대 스포츠 만화의 대표작은 단연 <슬램덩크>입니다. 공교롭게도 이전 시대에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얻었지만, 90년대에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가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1998 1월 마지막 권이 나왔고, 화려했던 90년대는 외환위기로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 호에서 마지막 화, 21세기의 스포츠 만화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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