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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이 말하는
조화로운 삶을 위한 일리 있는 취향2015/02/16by 기아자동차

‘배우 공효진’과 ‘에코’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연기와 환경 이야기

환경 에세이 <공책>을 출간한 배우 공효진
l 환경 에세이 <공책>을 출간한 배우 공효진



‘에코’란 단어와 ‘배우 공효진’은 썩 잘 어울리는 짝이다. 환경, 생태와 관련한 ‘eco’여도 좋고, 숲의 요정 혹은 메아리를 뜻하는 ‘echo’여도 무방하다. 물론 4년 전, 그녀가 환경 에세이 <공책>을 출간할 당시만 해도 고개를 갸웃했던 게 사실이다. 패셔니스타와 생태주의자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졌던 까닭. 하지만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그녀의 진심어린 고민은, 메아리처럼 은은한 반향을 일으키며 회자되고 있다.



‘나’의 변화가 ‘우리’의 변화로 이어지길

‘내가 변하면 내 옆 사람이 변하고 우리가 변한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l ‘내가 변하면 내 옆 사람이 변하고 우리가 변한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나는 소소하면서도 짜릿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경우를 내 식으로 ‘내추럴 하이(natural high)’라고 한다. 이건 그러니까 케미컬(chemical)의 영향 없이 즐거울 수 있는 어떤 행위들이다. 신기한 것은, 이 내추럴 하이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책> 중에서

공효진을 이른바 ‘내추럴 하이’하게 만드는 것들은 소박하다. 싹을 틔운 루콜라, 고운 색의 소국화, 자전거 타기, 뽑아놓은 플러그, 가방 속의 손수건 등이 그것. 첫눈에 반한 여우털 코트 앞에서 한껏 화려해진 자신의 모습과 여우의 고통을 번갈아 떠올리며 한참을 고민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공감의 폭이 크다. 자식 같은 반려견을 키우지만, 한겨울 눈밭에 굴러도 까딱없을 듯한 구스다운 재킷을 입고 싶은 게 평범한 우리들이다. 신념과 욕망 사이의 갈등은 일상에 산재하고, 일말의 죄책감을 감수하는 쪽의 선택은 언제나 손쉽다. 다만, 갈등과 죄책감은 반성으로 이어지며, 다음 선택의 기로에선 신념이 욕망을 압도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공책>이 갖는 의미, 희망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공책>을 넘기다 보면 볕 좋은 친구네 집 거실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간편하지만 맛 좋은 요리의 레시피와 최근에 발굴한 내 인생의 노래, 목 늘어난 티셔츠와 작아진 청바지 리폼, 효율적인 음식물쓰레기 처리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포근한 수다의 자리 같다. 그녀는 함께 고민하자고 손을 내민다. 답을 던져주기보다 의문과 갈등을 공유하며, 경험으로 터득한 쉽고도 유용한 실천방안을 제안하고,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누렸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가령, 샴푸 펌핑은 두 번으로 족하다며 효율적으로 거품 내는 법을 소곤대고, 바디샴푸를 쓰지 않는 초 스피드 물 샤워의 장점을 예찬한다.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를 반드시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전기요금 청구서 보는 법도 차근히 알려준다. 외롭다 느낄 땐 작은 화초 화분이라도 키워볼 것을 권하고, 수돗물을 틀어놓고 양치하는 남동생에겐 물 잠그고 양치하라 잔소리하며, 친구에게는 지퍼백 재사용을 권한다.

“집을 나서기 전,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들을 뽑는 게 마지막 점검사항이에요. 또한 어딜 가든 텀블러를 휴대하고 다니죠. 접으면 가방에 쏙 들어가는 시장가방과 예쁜 손수건도 꼭 챙겨요. ‘비닐봉지 필요하세요?’ 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아뇨’라고 답한 후 시장가방을 펼치거나,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페이퍼티슈와 핸드드라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건을 꺼내 드는 순간의 기분은 꼭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죠”

환경에 대한 관심은 화초와 강아지를 키우면서 시작됐다.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 과연 나란 배우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던 시절, 공허하면서도 복잡한 심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만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원했다. 그때 찾아낸 것이 작은 초록식물들과 강아지였다. 그녀의 보살핌 속에 쑥쑥 자라는 이들과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생명의 무게감도 쑥 다가왔다.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지구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생명체가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단은 나부터’라고. ‘내가 변하면 내 옆 사람이 변하고 우리가 변한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자아와 행복을 찾아 가는 성장 일기

‘무엇이 나를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까?’ 나의 즐거움은, 나의 행복은 이 물음표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책> 중에서
l ‘무엇이 나를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까?’ 나의 즐거움은, 나의 행복은 이 물음표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책> 중에서

지난해 12월 초 개막 이래 연일 매진을 기록했던 <리타>는 ‘공효진의 첫 연극 무대’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으며 ‘공블리’의 티켓 파워를 새삼 실감케 했다. 데뷔 15년 차에 이른 배우 공효진의 이력은 탄탄대로다. 일단 드라마 쪽에선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등 개성이 뚜렷한 장르와 캐릭터를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화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의 흥행 불패 신화를 달성했다. 귀신을 보는 음침한 아가씨 ‘태공실’도, 백만 안티를 거느린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도 그녀의 매력이 더해지면 사랑스러웠으니, ‘공블리(공효진+러블리)’란 애칭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쪽의 필모그래피는 <미쓰 홍당무>,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고령화 가족>처럼 그녀의 독특한 감성과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늘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열정을 다해 완주하며 성장해온 공효진이지만, 첫 연극무대에 대한 부담감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선배 조재현의 적극적인 권유와 스크린 밖에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 그녀가 늘 흥미를 느끼는 여성 캐릭터의 성장 드라마라는 점에서 <리타>의 대본을 기꺼이 받아 들었지만, 첫 공연을 마친 후엔 눈물까지 뚝뚝 흘렸단다.

“사실, 무대 공포증도 있어 많이 걱정했는데, 일단 막이 오르자 무대 위 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짜릿하게 느껴지면서 그 에너지를 받게 되더라고요. 재미있을 것 같아 도전했고 준비 과정 내내 설렜지만, 압박감은 꽤 컸던 것 같아요. 첫 공연을 마치고 큰 실수 없이 끝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같은 대사, 같은 동선이지만 작품도, 관객의 반응도 매회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이런 게 바로 무대의 희열인가 봐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리타의 성장기는 배우 공효진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안주하지 않고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잣대로 나만의 것을 탐구하는 명민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블리’의 모습이자 에코 메시지로 은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지구에게 친절한 효진 씨의 말간 민낯이기도 하다.



글. 고우정
사진. 매니지먼트숲
공연사진 제공. 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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