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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만 국적이 있으랴
자동차의 국적과 특성2014/11/21by 기아자동차

사람처럼 자동차에도 그 나라마다의 특색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각 나라의 자동차를 살펴봅니다

만국기
| 각 나라마다 특색이 있듯 자동차도 그 나라의 특색에 맞춰 진화해왔습니다



자동차에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분명 교통수단이라는 목적으로 탄생한 기계지만, 마치 감정이 있는 대상처럼 느껴집니다. 인간의 신체에 비유되는 유일무이한 기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모든 자동차에는 태어난 나라의 색채가 은근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자동차의 색채와 그 이유를 소개합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삶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준만 교수의 저서 <자동차와 민주주의>는 미국인들의 자동차 애착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나라이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었으며 한창때는 자동차 업계를 이끌어가다시피 했던 미국은, 자동차 문화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스루 햄버거 가게와 드라이브인 극장, 심지어 자동차 안에서 예배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인 교회까지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왜 미국의 자동차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도통 인기가 없는 것일까요? 바로 광활한 북미 대륙에 딱 맞춰 발전해온 ‘미국적 색채’가 너무나 강해서입니다.



본고장에서 빛을 발하는 자동차의 특성

미국의 도로
| 지평선 끝까지 직선이 이어지는 미국의 도로

차를 몰고 넓디넓은 미국 대륙을 몇 날 며칠씩 달리며 여행을 했었습니다. 그때 미국차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루 종일 달려도 커브를 거의 만날 수 없고, 심지어 몇 시간씩 오로지 지평선만 바라보며 운전해야 하는 미국 도로에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지닌 넓고 안락한 미국차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기름값마저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 연비 고민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집 채만한 SUV와 픽업트럭이 인기를 누린 것도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넓고 편안한데다 운전도 쉽고 기름도 적게 먹는 독일차, 일본차, 한국차들이 몰려들자 미국차들은 위기에 직면하고 맙니다. 오랜 세월 환경에 맞춰 진화해온 특성이 한순간 단점으로 내몰리게 되었으니 억울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구불구불한 이탈리아 도로
| 마치 레이싱을 하듯 속도를 내는 이탈리아의 도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 이탈리아인들의 역동적인 자동차 문화도 경험해 봤을 것입니다. 그들의 운전 스타일은 화끈합니다. 한 대가 지나기에도 좁은 길을 마주 오는 두 대의 차가 속도 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엇갈려 지나칩니다. 좁은 도로에 맞춰 진화해온 이탈리아 차들은 그들의 운전습관 그대로 적은 배기량으로도 호쾌한 가속을 뽑아냅니다. 이탈리아 차는 예술작품 같은 디자인과 매력적인 운전 감각으로 명성을 떨쳐왔지만, 반면 잔고장이 잦은 품질에 대한 평판 역시 유명했습니다. 멋지게 달릴 수 있다면 소소한 말썽에 집착하지 않는 이탈리아인들의 자동차 문화가 그런 특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런 매력에 흠뻑 빠져 젊은 시절 이탈리아 차를 덜컥 샀었다고 고백했을 정도입니다. 이탈리아 차의 매력은 ‘곧 죽어도 패셔너블한’ 이탈리아인들의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멀티 플레이어로 발전해온 한국차

기아차의 운전석 내부모습
| 넓은 실내 공간과 첨단 IT 장비는 ‘만능차’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한국차의 색깔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두루 받으며 성장해온 한국차는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는 한 가족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그 시절 자동차라면 응당 ‘아버지의 차’였고, 그 차는 가장의 출퇴근에서부터 가족 나들이, 이삿짐 운반 등 가족의 대소사에 동원되곤 했습니다. 그렇게 ‘만능’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한국차는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진화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차의 실내 공간 확보 능력은 단연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뿐 아니라, 까다롭기까지 한 한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한국차의 디자인과 품질은 좋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을 채우려 애쓰는 과정에서 다양한 편의장비가 추가됐고, 왕성한 IT 기기 소화 능력을 가진 차로 거듭났습니다. 이 모든 특징들이 지금 세계시장에서 ‘한국차의 색채’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태어나고 성장한 나라의 문화와 취향을 자양분 삼아 진화합니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그 깊고 넓은 자동차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다른 나라의 차를 타보고 ‘우리나라 차랑 다르구나’ 싶다면 바로 그 점을 그 나라 문화의 특성과 연관지어 이해해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글. 김우성 월간〈BBC 톱기어〉한국판 편집주간


 

▶기아자동차 사보 감성에너지충전소 2014년 11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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