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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책 속,
그 갈피에 숨은 추억을 찾다2014/12/16by 현대파워텍

그 시절의 책을 읽으며 추억까지 함께 만나는
시간여행을 함께 떠나봅니다

충북 단양에 위치한 숲 속의 헌책방 ‘새한서점’

| 충북 단양에 위치한 숲 속의 헌책방 ‘새한서점’



오래된 까닭에 이미 서점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한때는 누군가가 밤을 지새우며 붙들었을 책들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 시절의 문장을 다시 보게 된다면, 당시의 감정까지 되찾을 수 있을까?’ 부푼 기대를 안고 도착한 산속의 헌책방입니다. 현대파워텍 총무팀 이범진 과장 가족은 오늘 손에 먼지가 묻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기 때문이지요.

 



낡고 헌 것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

충북 단양군 적성면 산골의 어지럽도록 굽이치는 길은 때때로 좁아지다가 갑작스럽게 비포장도로가 되기도 합니다. 헌책방이 있기는커녕 사람 한 명 만날 수 없을 것 같이 썰렁한 이 겨울 산 속에 나무로 만든 소박한 표지판만이 ‘새한서점’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와서일까요. 새한서점에 도착한 현대파워텍 총무팀 이범진 과장 가족은 차에서 내리며 기지개부터 켭니다. 그러나 쌀쌀한 날씨에 금방 서로를 꼭 붙듭니다.


이범진 과장 가족이 산더미 같은 책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 이범진 과장 가족이 산더미 같은 책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여기가 헌책방이에요?” 나무로 지어진 모양이 마치 시골집 같아 신기한지 딸 보미(13)와 아들 신표(6)가 연신 주위를 둘러봅니다. 새한서점은 요즘의 대형서점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생소해 처음 방문하면 누구나 이 아이들처럼 놀라게 된다고 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것도 특징이지만 일단 책의 수량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13만여 권의 헌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때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큰 헌 책방이었으나 중고책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게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의 터로 자리를 옮겨왔습니다.

떨어진 낙엽들은 바닥을 덮어 가족들이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고, 계곡물은 서점의 뒷마당에서 졸졸 경쾌한 배경음악이 됩니다. 본격적인 책 구경에 앞서 가족들은 자연과 하나 된 헌책방의 경치를 만끽합니다. 아직 어린 신표는 마당의 닭들을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까르르 웃으며 그 뒤를 쫓는데, 그때 엄마 유진 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얘들아, 여보. 우리 이제 책 보러 들어가 봐요.”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비로소 한자리에 모인 가족이 조심스레 삐걱거리는 새한서점의 문을 엽니다.



다시 만난 추억의 문장들


책을 좋아하는 보미 양은 이곳이 마음에 쏙 듭니다
| 책을 좋아하는 보미 양은 이곳이 마음에 쏙 듭니다

평소 호기심 많고 책을 좋아하는 보미가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족들은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열심히 고릅니다. 2003년 현대파워텍에 입사해 지금까지 총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범진 과장은 평소 워낙 바쁜 탓에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한참을 서성이던 곳은 민법·민사소송 책 코너입니다. 법학 관련 두꺼운 전공서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 젊은 날의 추억이 어립니다.

“이제는 제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졌지만, 대학생일 때는 늘 끼고 다녔던 책들이에요. 제가 법학을 전공했거든요. 오랜만에 전공서적들을 보니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대학생 때는 청계천 헌책방에서 한 장 한 장 펼쳐 보며 가장 깨끗한 책을 찾곤 했는데….”

옆에 서서 가만히 이야기를 경청하는 보미는 아빠의 손을 잡고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함께 공유합니다.

예전에 늘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는 아빠의 전공 서적 이야기. 이곳에서 아이와 아빠는 추억을 공유합니다
| 예전에 늘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는 아빠의 전공 서적 이야기. 이곳에서 아이와 아빠는 추억을 공유합니다

<여러 가지 꽃나무들>이라는 자연 관찰 그림책을 고른 신표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자 가만히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놀라운 집중력의 일등 공신은 단연 엄마 유진 씨의 부드러운 목소리입니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소녀명작소설인 <비련의 왕비>가 들려 있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역사 관련 서적을 읽지만, 헌책방에 온 만큼 오늘은 추억의 책을 고르기로 한 것입니다.

“어렸을 때 참 좋아하던 책이에요. 주인공이 마리 앙투아네트인데, 딸과 함께 읽으면서 그때의 느낌을 되살려 친구처럼 수다를 떨고 싶네요.” 평소 이 가족은 대화도 많고 여행도 자주 다닌다고 합니다. 오늘은 책을 통해 추억을 들여다봤으니 또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겼을까요.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 손을 호호 불던 가족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책을 고르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왼손에는 보미 양이 고른 책, 오른손에는 엄마의 추억이 깃든 책. 가족은 오래된 추억 위에 또다른 추억을 쌓아갑니다
| 왼손에는 보미 양이 고른 책, 오른손에는 엄마의 추억이 깃든 책. 가족은 오래된 추억 위에 또다른 추억을 쌓아갑니다



두근두근, 사랑 재충전의 시간

이번에는 남한강이 보이는 카페로 향했습니다. 빙 둘러앉아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각자 골라온 책을 읽기로 한 것이지요. 맥 캐봇의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고른 보미는 이미 책장을 반이나 넘겼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보미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이범진 과장도 새한서점에서 고른 책을 꺼냅니다. 제목은 <한국의 단편소설>입니다. 이광수의 <무정>부터 김유정의 <봄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며 지문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단편소설이 주는 여운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문학을 워낙 좋아해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보고는 친구와 돈을 모아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산으로 여행을 떠나리라 계획을 짜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절판된 책들을 다시 만났으니 이제는 옛날의 감정들까지 다시 찾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범진 과장과 김유진씨 부부만의 추억이 담긴 책이 있는지 물으니, 보미가 대신 답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교과서요!” 보미의 말에 부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습니다. 이유인즉 두 사람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서로 잊고 지내다가 동창 찾기 사이트를 통해 다시 만나 대화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싹 틔우기 시작했다고 말이지요. 반짝이고 두근거리던 연애 시절을 회상하던 유진 씨가 돌연 섭섭한 얼굴로 입을 뗍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연애 시절의 설렘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둘이 같이 있을 때는 이제 말도 별로 없어요.” 아내 유진 씨가 은근히 서운한 티를 내자 이범진 과장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게 미안했는지 앞으로 더욱 자주 대화를 나누겠다고 약속합니다. 남편의 말에 기분 좋아진 유진 씨는 활짝 웃으며 다시 남편을 옹호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저희에게는 의리가 있어요(웃음). 뭐랄까, 이젠 더 큰 사랑이 우리 사이를 채우고 있거든요. 바로 아이들이죠. 둘이 있을 때 허전한 이유도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에요. 이젠 넷이 있어야 비로소 완벽한 가족의 모습이 된답니다.”

잊고 산 줄 알았던 아름다운 감정이 되살아나자 부부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책에 집중하던 아 이들도 엄마 아빠의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생긋 웃습니다. 시간은 흐릅니다. 어느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지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책들을 숲 속에서 만난 가족은 깨달았습니다. 많은 것이 우리 주변에서 없어지지만, 이 세상에서 진짜 사라지는 게 아니란 걸 말이지요. 서로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이 순간, 옛 감정이 새록새록 다시 되살아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절판됐다고 생각했던 책들과 만나다, 추억의 헌책을 파는 곳들


도시의 낭만, 청계천 헌책방거리
위치: 서울시 중구 수표로 42-7 평화시장 1층
웹사이트:
http://heonchekbang.mobilefarms.com

없는 책이 없다? 보수동 책방골목
위치: 부산시 중구 책방골목길 8
웹사이트:
www.bosubook.com

온라인 헌책방, 대방헌책
웹사이트:
www.oldbook8949.co.kr



 

글. 이유주
사진. 김경록(벙커스튜디오)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 2014년 12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파워텍 사우체험
BOUNDLESS HMG_빛바래되 사라지진 않는 것들 안녕하세요 현대파워텍에서 이범진 과장입니다 반갑습니다 가장기억에 남는책은? 책은 여러책들을 봤는데요 제일 기억에 남는건 대학교때 전공 서적들이 있어서 반가웠고 그게 벌써 15년전 책들인데 반갑더라구요 옛날에 다 버렸던 책들인데 그게 제일 인상에 남네요 아이들과 같이 봐서 좋았던 책은? 이건 제가 어릴적에 봤던 책이었는데요 여기서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 요책은 큰 봄이랑 책은 읽은 다음에 같이 이야기 소재가 생긴거 같아서 너무 기뻐요 가족들과 서점에 온 소감? 이런 서점이 신기하기도 했고 산속이라 맑은 공기도 있어 기분도 상쾌했고 앞으로 가족들이랑 이런 서점 같은데 오면 좋은 추억이 남을 것 같아서 좋앗어요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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