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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하우스
외로움은 이제 그만2015/02/26by 이노션 월드와이드

혼자지만 외롭지 않고 함께지만 똑같지 않은
쉐어하우스의 특별한 일상 들여다보기

쉐어하우스에는 함께 할수록 특별해지는 일상이 있습니다
l 쉐어하우스에는 함께 할수록 특별해지는 일상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 적 없다는 B양. 이제 슬슬 독립 생활의 ‘자유’를 찾아 나서고 싶지만 가족 생활이 주는 ‘안정'을 좀처럼 포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자취 생활 15년째인 K군은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드는 외로운 생활을 이제 좀 청산하고 싶다고 하네요. 문득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답은 하나입니다. 혼자 사는 자유와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 바로 쉐어하우스죠



친구보다 가깝고 가족보다 자유로운

쉐어하우스는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되면서도 여럿이 함께 하는 공유성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l 쉐어하우스는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되면서도 여럿이 함께 하는 공유성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쉐어하우스는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특히 SBS <룸메이트>에서는 남녀 연예인들이 등장하여 공동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쉐어하우스란 말 그대로 집을 나누어 쓰는 공동 거주 형태. 기숙사, 하숙집, 룸 쉐어 등을 떠올린다면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죠. 거실과 부엌, 화장실 등을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방을 따로 쓰면서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방식입니다. 혼자 사는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되면서도 여럿이 함께 이야기하고, 식사를 하며 삶의 가치를 나누는 공유성이 합쳐진 형태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 쉐어하우스에 대한 로망에 불을 지핀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1990년대 청춘 시트콤 <프렌즈>와 <남자 셋 여자 셋>입니다. 이들 프로그램이 생소하게 들리는 젊은 세대라면 작년에 방송된 <응답하라 1994>를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한 지붕 아래서 숙식을 함께하며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일상은 꽤나 낭만적으로 보이죠. 물론 그 당시는 ‘쉐어하우스’라는 말조차 생겨나지 않았을 때지만, ‘대학에 가면 꼭 저런 집에 살아야지’하는 기대감을 실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비슷한 또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살며 끈끈한 우정은 물론, 핑크빛 감정이 오고 가는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한 일상이 있으니까요.



'주거문제'에서 '주거문화'로

보증금 없고 단기 사용이 가능하면서 넓은 공간에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l 보증금 없고 단기 사용이 가능하면서 넓은 공간에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90년대 막바지에 시작된 편집팀원 H의 대학 생활은 TV 속 시트콤처럼 그리 달콤하지도 판타스틱하지도 않았습니다. 꿈꿔왔던 드림 하숙 라이프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이유는 원룸 붐. 2000년대 초반에 원룸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장해주는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인 공간을 우선시하는 학생들이 늘자 하숙집들은 하나 둘 원룸 형태로 탈바꿈했고,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이들이나 머물던 고시원은 방을 구하기 어려워진 대학생들의 전용 주거공간이 되었습니다. 비좁은 공간과 존재감 없는 크기의 창문,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동 재생되는 열악한 방음 상태는 누구에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시원의 기억으로 남았겠죠.

지금의 쉐어하우스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보증금 없고 단기 사용이 가능한 고시원의 장점에 넓은 공간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 가능한 쉐어하우스는 너무나 매력적이니까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쉐어하우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201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원룸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것처럼 쉐어하우스도 일단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듯 보입니다. 쉐어하우스가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할 것인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죠.



관심 YES! 간섭 NO!

쉐어하우스에 사람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저렴한 가격보다 정서적인 만족입니다
l 쉐어하우스에 사람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저렴한 가격보다 정서적인 만족입니다

사람들이 쉐어하우스로 모이는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젊은 층에 가장 많이 알려진 쉐어하우스 ‘우주 (woozoo)’의 입주 신청 사유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새로운 커뮤니티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젊은 층을 쉐어하우스로 불러 모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죠. 또 올리브TV에서 싱글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쉐어하우스 설문조사에서는 ‘쉐어하우스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80%가 넘었습니다. 살아보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도 ‘상호교류’가 ‘비용절약’을 크게 앞질렀지요. 사람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저렴한 가격보다 정서적인 만족이라는 입증합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회사 동료와는 회사 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인생에 대해서는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죠. 쉐어 메이트라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도 없고 서로 간섭하지 않기 때문. 회사에서는 직원으로서,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지지만, 쉐어하우스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오롯이 자기자신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교류가 가능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는 관계! 쉐어하우스가 탄생시킨 또 다른 개념의 ‘가족’입니다.



취향을 공유하는 즐거움

쉐어하우스는 혼자서 경험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l 쉐어하우스는 혼자서 경험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취미 생활을 위한 공용 공간, 탁 트인 전망 등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내세운 곳들이 많아졌죠. 여러 가지 테마를 살린 쉐어하우스 ‘우주’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예비 창업가를 위한 집’을 시작으로, ‘미술가를 위한 집’,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등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같은 관심사와 취미, 꿈을 가진 사람들이 동고동락하며 지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와 같은 룸메이트 생활이 이곳에서는 현실이 됩니다. 뜨거운 인기를 입증하듯 입주 대기자만 천 명이 넘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와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선보인 ‘통의동집’의 또 다른 이름은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집’입니다. 2층과 3층에 위치한 7개 방이 주는 ‘혼자’의 느낌, 지하에 위치한 부엌, 그리고 1층의 커뮤니티 공간이 주는 ‘함께’의 느낌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습니다. 또 통의동만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정취가 이곳의 매력을 더하지요.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취미를 위한 공용 공간 등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내세운 쉐어하우스가 늘고 있습니다
l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취미를 위한 공용 공간 등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내세운 쉐어하우스가 늘고 있습니다

엄마의 집밥까지 누릴 수 있는 쉐어하우스도 있습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바다(baadaa)’ 쉐어하우스는 전문가가 디자인한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은 물론 한 달에 한 번 차리는 ‘어머니의 집밥’ 서비스 덕분에 정말 내 집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각 호점별로 당산동 집, 삼성동 집, 동대문 집, 신도림 집, 문래동 집, 상암동 집, 당산 한강 집이라고 이름 붙여서 더욱 정감이 가네요.

외국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 ‘보더리스하우스(borderless house)’에는 외국인이 절반 넘게 거주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과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국제 교류를 경험해볼 수 있지요.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저절로 글로벌 마인드까지 키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덕분에 서울 법인을 설립한 지 2년 만에 21개 지점을 열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또 외로움의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려는 생각에서 만든 쉐어하우스도 등장했는데요. 인문학이 있는 집 ‘함께 꿈꾸는 마을’입니다.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 멘토와 멘티 생활이 가능하게 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함께 살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쉐어하우스에 산다는 것은 그저 공간을 함께 쓰는 것만이 아니라 공통의 취향을 바탕으로 꿈과 비전을 공유하며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너무 기대지 말고

쉐어하우스에서 타인과의 차이를 조율하고 규칙을 정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l 쉐어하우스에서 타인과의 차이를 조율하고 규칙을 정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쉐어하우스에서는 사람이 공간을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거 공간의 공유에는 서로 간의 소통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죠. 쉐어하우스에 사는 개개인은 모두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일상을 서로 맞춰간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쉐어하우스에서 타인과의 차이를 조율하고 규칙을 정하는 일은 필수 사항이죠.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규칙보다는 입주민 각자가 필요한 규칙을 정해 합의하고 그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쉐어하우스 생활에서는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함께 사는 사람의 가치관과 태도, 라이프스타일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지, 눈 감아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을 미리 정리해둘 필요가 있죠. 누군가와 함께 사는 공간이란 불편한 공유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합의를 통해 맞춰가고 양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공동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터득할 수 있겠죠? 쉐어하우스를 통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삶의 가치관에 긍정적인 변화가 온다면, 쉐어하우스의 진정한 묘미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도서: <나는 쉐어하우스에 산다: 즐겁고 넓고 싸고 외롭지 않은>(니시카와 아쓰코 지음, 배가혜 옮김, 푸른지식), <같이의 가치를 짓다: 청년 스타트업 우주(WOOZOO)의 한국형 쉐어하우스 창업이야기>(김정헌 외 4명 지음, 유유), <함께 살아서 좋아: 도시 속 둥지, 쉐어하우스>(아베 다마에,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이지북)

글. Life Is Orange 편집팀
사진. 통의동집(3siot.org/roundabout), 쉐어하우스 바다(www.baada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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