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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로맨스
우리는 왜 이케아를 좋아할까?2015/02/25by 이노션 월드와이드

값싼 북유럽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케아 세대를 위한 노래

썸네일 프로젝트 #03, <이케아 로맨스> 앨범재킷
l 썸네일 프로젝트 #03, <이케아 로맨스> 앨범재킷



드디어 이케아(IKEA)가 대한민국에 왔다. 그리고 드디어 ‘썸네일 프로젝트’의 세 번째 앨범도 왔다. 이케아의 한국 입성 이슈에 편승하기 위해 새 싱글 앨범의 테마를 ‘이케아’로 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전적으로 우연임을 밝힌다. (하지만 이렇게 된 거, 새 앨범 흥행에 견인차가 되었으면!) 이케아를 노래한 이유? 이케아를 좋아하니까.



우리가 이케아를 좋아하는 이유
IKEA, ‘램프(LAMP)’, 2003 칸광고제 필름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l IKEA, ‘램프(LAMP)’, 2003 칸광고제 필름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젊은 세대는 이케아를 세련되고 쿨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은 단지 ‘디자인’이 세련되고 쿨하다는 것 이상이다. ‘생각’이 쿨하다는 의미다. 요즘 젊은 세대는 ‘뇌색남, 뇌색녀’라는 말을 브랜드에도 적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은 뇌가 섹시한 브랜드를 사랑한다. 이케아의 생각의 쿨함을 세상에 가장 섹시하게 보여준 사건을 하나만 꼽으라면 이케아의 2003년 광고, ‘램프(Lamp)’라고 말하고 싶다. 광고계의 스티브 잡스, 알렉스 보거스키가 만들고 2003년 칸 광고제 필름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해 유명해진 광고다.

비 오는 날, 헌 램프가 길가에 버려지고 아늑한 집 안에선 새로운 램프가 자리 잡았다. 불쌍한 헌 램프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 순간, 한 남자가 나타나 비웃듯이 말한다. “당신들은 이 램프에게 미안해하죠. 바로 그래서 당신들이 미쳤다는 겁니다. 램프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요. 그리고 새로운 것이 훨씬 낫습니다(Many of you feel bad for the lamp. That is because you're crazy. It has no feelings, and the new one is much better).” 이케아의 ‘가구 합리주의’를 쿨하다 못해 매몰차게 표현한 수작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본 순간 작은 전율을 느꼈을 정도로 좋아하는 광고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케아의 쿨함의 이면이다.



쿨하지만 찌질한 브랜드, 이케아

“저가제품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전략적으로 이케아의 철학을 쿨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
l “저가제품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전략적으로 이케아의 철학을 쿨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

생각해보면 이케아는 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브랜드다. 왜? 태생이 저가제품이기 때문이다. 부담 없이 구매해서 한 철 쓰다가 내다버려지는 제품이다. 이런 저가제품의 운명은 고객들에게 ‘(역시나)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되느냐, ‘(의외로) 가치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느냐에서 갈리는데, 그것은 그들의 ‘제품 철학’이 고객들에게 당당하고 멋있게 전달되느냐, 아니냐로 결정이 난다. 따라서 이케아의 쿨한 철학이 그들의 저렴하지만 세련된 제품전략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저가제품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전략적으로 이케아의 철학을 쿨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

어쨌든, 이케아는 쿨함과 찌질함 모두를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역설의 브랜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케아의 주 사용층인 젊은 세대에게도 이 역설의 로직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 삼포세대(취직, 결혼, 집 포기)로 불리며 그 어떤 시대보다도 힘든 인생을 사는 대한민국의 젊은 30대들의 또 다른 이름이 다름아닌 ‘이케아 세대’인 것이다. 학창시절 호황의 시기를 지내면서 고등교육(유학 혹은 어학연수까지 포함한)을 받고 외국문물도 손쉽게 접하면서 눈은 높아졌으나 현실은 그 높은 눈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여건이 되지 못하고 전세 혹은 월세로 이사할 때 편하게 버리기도 편한 경제적으로도 싸고 세련된 이케아 가구를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케아 세대다.



         이케아 세대를 위한 노래

“잔인하게도 나는 이케아 세대의 역설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다”
l “잔인하게도 나는 이케아 세대의 역설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케아 세대는 겉으론 쿨한 척 행동하지만 속으론 불안과 걱정이라는 찌질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쿨하게 욕하고 비판하지만 실상은 정작 찌질하게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잔인하게도 나는 이케아 세대의 이런 역설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들의 쿨하지만 찌질함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랑노래’여야 했다. 사랑 앞에서 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곡을 쓰기 위해 리서치에 들어갔다. 내 주위 20대 후반~30대 중후반까지의 이케아 세대들을 밀착 취조(?)했다. 가난한 이케아 세대는 소위 ‘집데이트’라는 걸 많이 한다고 한다. 남친이나 여친의 자취방에서 돈도 아끼고 스킨십도 자유로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데이트 풍경은 대충 이러했다.

“이케아 플로어 램프 아래서 함께 책을 읽고, 이케아 칼스타드 소파에서 함께 맥주 마시며 영화를 보고, 이케아 노르덴 식탁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이케아 헴네스 침대에서 섹스를 나누고”

스토리를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남자, 여자 그리고 이케아. 남자와 여자는 사귄 지 8개월 된 연인으로 이케아 마니아다. 이케아로 채워진 남자의 반지하 자취방에서 집데이트를 즐기던 그들에게 권태기가 찾아오고 어느 날 여자가 이별을 고한다. 남자는 여자를 쿨하게 보낸다. 그런데 남자는 그녀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이케아 가구들을 보며 매일 찌질하게 운다. 보고 있던 이케아가 쿨하게 한마디 한다. “넌 미친 거야. 날 보고 왜 우니? 날 버려. 새것으로 사. 가구도, 사랑도 새것이 좋단다.” 노래 제목은 ‘이케아 로맨스(Ikea Romance)’로 정했다. 부제, ‘이케아的 연애개론’. 음악도 최대한 찌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찌질함을 표현하는 장르로 발라드만 한 것이 없다. 역설의 콘셉트에 부합하도록 말투는 쿨하게, 내용은 찌질하게 썼다.

악기는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의 단출한 어쿠스틱 조합으로만 구성했다. 창법도 찌질하게, 절규하듯 불렀다. 주의사항. 듣다가 너무 슬퍼서 울음이 터질 수도 있다. (그 반대가 될 수도?)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끝으로 마침내 한국에 입성한 이케아님에게 한마디. 부디 한국시장에서 진정성 있는 마케팅을 펼쳐주시길, 대한민국 이케아 세대의 쿨한 친구가 되어주시길, 기회 되면 내 노래 ‘이케아 로맨스’도 한번쯤 들어주시길(연락주시면 거부하지는 않겠음), 새해에는 ‘썸네일 프로젝트’가 이케아 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기를!



필자 남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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