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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기 전에
강원도 인제 여행2015/01/22by 현대자동차

겨울에 봐야 더 아름다운 여행지
강원도 인제를 소개합니다

겨울의 인제는 산과 숲이 온통 하얗습니다

l 겨울의 인제는 산과 숲이 온통 하얗습니다



강원도 인제는 겨울에 봐야 더욱 아름다운 곳입니다. 애초부터 하얀색 외에는 도무지 색이라곤 없었던 것처럼 숲은 하얀 눈밭 같습니다. 숲 전체가 줄기부터 가지 끝까지 희고 보드라운 자작나무로 덮여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숲은 그래서 겨우내 눈이 오든 오지 않든 날마다 하얀 ‘설국’같습니다.



바람 하얗게 수런대는 자작나무숲

산이 높은 만큼 계곡이 깊은 인제
l 산이 높은 만큼 계곡이 깊은 인제

겨울은 산천이 색을 벗는 계절입니다. 자연 어느 것이라도 알몸의 색을 보이는 때. 그래서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순수한 때이기도 하죠. 여기에 순수의 결정체라 부르는 함박눈까지 펄펄 내리니 천지가 다 하얀 설국입니다. 하지만 여기, 눈이 오든 오지 않든 겨우내 하얀 설국도 있습니다. 색을 벗어 더 선명한 흰색으로 반짝거리는 숲, 바로 인제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입니다. 바람이 휘돌면 수만 개의 흰 가지가 수런대며 속삭이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풍경을 두고 가녀리고 청순한 여인을 닮았다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노인의 두피에서 뻗어 나온 머리털 같다고도 했죠. 그런 자작나무숲이 더욱 맑은 은빛으로 빛나는 때는 눈이 내릴 때예요. 만지면 신기루처럼 화르르 사라져버릴 것 같은 수십만 개의 눈 기둥이 펼치는 눈꽃의 향연이라니. 그야말로 누구나가 숨죽일만한 몽환의 풍경입니다.

이토록 새하얀 절경을 자랑하는 자작나무숲은 지난 1974년부터 조성됐습니다. 1990년대 초 집중적인 식재로 현재 숲을 이룬 자작나무의 수령은 대부분 20~30년. 오래돼 큰 나무들이 사는 숲은 아니지만, 138만㎡ 남짓한 숲 전부가 70만여 그루의 젊은 자작나무로 겨우내 하얀 솜털을 이고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처럼 풍경은 아득하게 춥지만, 오래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포근한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춥지만 따뜻한 풍경이라는 표현이 이처럼 가슴을 울리는 풍경이 또 있을까요.



박하를 입에 문 듯 알싸한 산천을 휘돌다

 위는 물론 평지에도 솟은 가파른 절벽은 평화로운 풍경의 매바위
l 산 위는 물론 평지에도 솟은 가파른 절벽은 평화로운 풍경의 매바위

길을 달리고 또 달려도 보이는 건 산과 바위뿐. 설악산을 비롯해 향로봉, 방태산, 매바위, 울산바위 등 사람이 사는 터전에 자연이 깃든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사람이 포위당한 것 같은 형국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인제는 그만큼 산이 첩첩인 땅입니다. 산이 첩첩이니 오랫동안 가는 길은 멀고 험했고, 이 땅의 겨울 또한 길고 추위는 혹독했습니다. 오죽하면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넋두리까지 생겨났을까요. 인제 땅은 그토록 살기 가쁜 오지였고, 여전히 오지로 남아 있는 곳이 많은 땅이랍니다. 본래 산이 많고 가파른 땅엔 고개도 많고 계곡도 깊은 법이죠. 유독 높은 산이 많은 인제 땅엔 그래서 고개도 많고, 내도 많습니다. 예부터 인제 사람들이 진부령을 비롯해 미시령, 한계령 같은 고갯길을 넘어야 대처로 나가고 장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궁벽한 산골이었기에 지금까지 산천을 청정하게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제 땅의 겨울에서 차고 맑은 박하 향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하얀 자작나무숲에서도, 겨울이 하루하루 깊어가는 수많은 고개에서도 박하 잎을 한 입 베어 문 듯 알싸한 맛이 납니다. 은비령을 넘어가 마시는 필례 약수는 그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죠. 얼음장 같은 탄산 약수에서 싸한 쇠 맛이며 박하 향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인제의 방동약수며 남전약수, 개인약수 같은 유명한 약수들에서도 모두 이런 알싸함이 느껴집니다. 차고 맑은 내 또한 인제의 겨울을 밝히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여름이면 래프팅으로 어디보다 분주했을 내린천이며, 빙어낚시로 유명한 소양강에도 눈이 소복합니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 하나로 흘러 ‘합강’이라 부르는 강변에도 겨울은 어김없이 당도해 온통 하얗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상징하는 지점에 합강정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세웠던 합강정을 복원해놓은 이곳에서는 흰 눈을 이고 있는 두 개의 천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뗏목을 타고 한강까지 흘러가던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 노동의 힘겨움이 ‘합강리 뗏목아리랑’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합강정 강변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번지점프대도 있습니다. 눈 내려 하얀 산천을 발 밑에 깔고 번지점프를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스릴이 있을까요? 마치 입 속을 시원하게 하는 박하사탕처럼 갑갑했던 마음을 뻥 뚫는 마력을 가진 곳입니다.



하얀 겨울이 거두어 안은 사람들의 풍경

겨울철 백담사는 템플스테이를 하며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기 좋습니다
l 겨울철 백담사는 템플스테이를 하며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기 좋습니다

눈이 한없이 쏟아지는 날엔 용대리로도 발걸음을 합니다. 진부령과 미시령을 넘어온 눈구름이 겨우내 솜털 같은 눈을 뿌려대 콧속마저 얼얼해지고 마는 용대리. 백담사 아랫마을이기도 한 이곳에는 특별한 겨울 풍경이 있습니다. 오직 겨울 인제 여행에서만 볼 수 있는 황태덕장이 첫 번째이고, 높고 찬 빙벽이 두 번째, 눈 속에 갇혀 하얀 백담사가 세 번째, 문학의 향기가 솔솔 피어나는 만해마을이 그 다음입니다. 이 중 황태덕장과 백담사는 이 겨울 빼놓을 수 없는 인제의 상징인데, 특히 황태덕장은 겨울날 사람들이 혹한의 시간을 견뎌 만든 겨울만의 풍경이라 더욱 특별합니다.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용대삼거리에서 백담사 들목에 이르는 골짜기를 따르는 북천 강변 일대입니다. 눈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수백 미터 길이의 덕장이 하얗게 펼쳐져 있고, 그 하얀 눈 무더기 속에서 살결 북실북실한 황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제의 찬 겨울이 마냥 고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용대리의 황태가 혹한을 견뎌내 ‘열반의 맛’을 내는 동안, 백담사에서는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들려옵니다. 화려한 계절 다 지난 절집엔 고요만이 깃들어 하룻밤 묵어가기에도 좋은 곳이죠.

하얀 겨울이 거두어 안은 사람들의 풍경은 합강정 쪽에서도 빛이 납니다. 이웃해 들어앉은 산촌민속박물관과 박인환 문학관이 그 주인공인데요. 산촌민속박물관에서는 산으로 둘러싸인 인제 특유의 지역성을 다양한 전시물로 만날 수 있고, 박인환 문학관에서는 박인환이 흩뿌려놓은 낭만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박인환의 부조에 폭 안기듯 앉으면 그의 시가 나지막이 흘러나와 아득한 추위를 따뜻한 위로로 감싸옵니다. 겨울 속의 따뜻함을 즐기는 순간, “인제 와서 어쩌나 원통해서 못 가겠네”라는 아쉬움이 마음 가득 밀려옵니다.

박인환 문학관엔 그가 거닐었던 명동 거리가 재현되어 있습니다
l 박인환 문학관엔 그가 거닐었던 명동 거리가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는 방법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 IC에서 나와 44번 국도로 갈아탑니다. 38선 휴게소를 지나 1㎞ 정도 더 가면 원대리 자작나무숲 쪽으로 우회전하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대산림 감시초소 부근에 차를 대고 자작나무숲까지 걸어야 하는데, 원대산림감시초소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왕복 7km 거리로 트래킹은 2시간이면 넉넉하지만 자작나무숲에서 머무는 시간에 따라 전체 소요 시간은 천차만별입니다. 자작나무숲 안에 자작나무 코스, 치유 코스, 탐험 코스 등 3개의 산책 코스가 조성돼 있어요. 자작나무 코스와 치유 코스는 원점으로 돌아오도록 설계됐고, 탐험 코스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니 참고하시길. 평상시에는 올라가는 데 1시간 정도 걸리지만, 길에 눈이 쌓여 있으면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산길이 온통 눈밭일 수 있으므로 아이젠은 필수겠죠?

맛집
산책 후엔 자작나무숲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원대막국수(033-462-1515)에서 따끈한 국물로 몸을 녹이시길 추천합니다. 대표 메뉴는 막국수와 수육 그리고 감자전으로, 조미료 맛이 아닌 천연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향토 음식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글. 이시목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백담사, 이인순, 인제군청, 한국관광공사 박은경




▶ 현대자동차 사보 HYUNDAI MOTOR 2014년 12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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