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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는 본능이다
동물들의 놀이시간2015/04/06by 현대제철

약육강식의 팍팍한 생존?
놀 땐 노는 야생동물들

고양이나 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l 고양이나 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려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도 서로 장난을 칩니다. 동물들은 생존에 필요해서라기보단 놀이 자체가 즐거워 장난을 치는 듯 보입니다. 인간 못지않게 동물도 놀이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죠.



스노보드 타는 까마귀를 보셨다고요?

어쩌면 스키 타는 까마귀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l 어쩌면 스키 타는 까마귀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동물의 놀이 행동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스노보드 타는 까마귀’입니다. 베른트 하인리히(Bernd Heinrich) 미국 버몬트대학 교수 등이 관찰해 학계에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에 서식하는 까마귀들은 눈 쌓인 지붕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즐깁니다.

병뚜껑 같은 물체를 부리로 물어 지붕 위에 내려놓고 올라탄 뒤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오죠. 그리고는 부리로 ‘썰매’를 다시 물고 비탈 위로 올라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합니다. 눈썰매에 정신이 팔린 아이와 다를 게 없죠.

하인리히 교수는 최근 홍방울새들이 집 주변에 설치한 모이통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쌓인 눈 속에 터널을 만들며 노는 행동을 관찰해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놀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으며,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남들이 하니 따라 하고, 그러다 보니 재미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놀아야 한다

놀이를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어른이 될 때를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l 놀이를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어른이 될 때를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놀이는 배고픔, 목마름, 짝짓기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입니다. 이 행동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놀다가 잘못해 부상을 입거나 부주의로 포식자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이 광범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무언가 진화생물학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죠. 과학자들은 동물의 놀이 행동에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저명한 과학저널인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이 창립 25년 특집호의 주제를 ‘재미 생물학’으로 잡았을 정도죠.

놀이를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어른이 될 때를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잘 놀아야 잘 큰 다는 얘기. 사자나 늑대 같은 포식자라면 추격하고 물고 뒹굴면서 사냥을 연습합니다. 반면, 사슴이나 얼룩말 등은 달아나고 뛰어오르고 뒷발질하면서 포식자를 피하는 훈련을 하죠. 일리 있는 이론이지만 꼭 그것이 전부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북극곰이 썰매를 끄는 개를 끌어안고 가볍게 무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는데요. 포식자와 먹이가 함께 노는 것이죠.

또 다른 이론은 뇌의 발달에 따른 행동이라 설명합니다. 고양이와 쥐를 상대로 한 연구에서는 소뇌가 발달하는 사춘기 즈음에 뇌와 행동의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놀이를 한다는 것입니다. 장난이 동물의 사회성과 적응성을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죠.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어릴 때 장난기가 어른이 됐을 때 창의성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반복적이고 발전하는 재미의 세계

모든 동물이 놉니다. 개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죠
l 모든 동물이 놉니다. 개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죠

고든 부르가르트(Gordon Burghardt) 미국 테네시대학 심리학 및 생태학,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놀이 행동을 판별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정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어서 ‘기능적으로 불완전하고, 우발적이고 즐거우며 자발적이고, 통상행동에서 변형되어 있으며, 반복적이지만 병적이지 않고,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행동’을 놀이 행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고기 가운데는 포유류보다 복잡성은 좀 떨어져도 이 기준에 적합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부르가르트 교수는 물 위에 떠있는 막대를 향해 뛰어오르는 동갈치, 공을 따라다니는 코끼리고기, 수조에 설치된 오뚝이처럼 복원 되는 온도계를 반복해서 밀어대는 시클리드(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의 열대 기후 지역에 서식하는 담수어) 등이 그런 사례라고 소개합니다. 개구리도 놉니다. 만화영화 얘기가 아닙니다. 독개구리 가운데는 자신의 독의 위력을 믿어서인지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사회성도 높은 종이 있죠. 베트남의 어느 올챙이는 수조 바닥에 설치된 공기방울 발생 장치 위에 되풀이해서 올라타는 놀이를 합니다.

부르가르트 교수는 “이를 촬영한 영상을 빨리 돌려 보면 개가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라고 말합니다. 나일자라는 사육사와 손수건 따위를 서로 당기며 노는 것을 좋아하고 물 속의 고리를 가지고 놀기도 하죠. 심지어 악어도 줄에 매단 농구공을 아주 좋아합니다.



문어, 거미, 말벌들의 유희 타임

잠수사들 사이에는 문어가 다가와 호흡기를 떼어내려 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l 잠수사들 사이에는 문어가 다가와 호흡기를 떼어내려 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여기까지라면 놀이는 척추동물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무척추동물도 놉니다. 그 대표 선수가 문어, 오징어 등 두족류인데요. 이들은 이미 학습과 기억 능력, 유연성, 복잡한 행동으로 유명합니다.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가 지닌 지적 능력을 자랑하죠.

문어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면 이리 저리 만져보고 당겨봅니다. 먹이로 준 게를 바로 먹지 않고 잡았다 놓아주었다 하기도 하고요. 마치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말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공에 물을 뿜으며 놀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육사에게 물총을 쏘기도 합니다. 무척추동물뿐 아니라 거미나 말벌 같은 절지동물에서도 부르가르트의 놀이 행동 범주에 드는 행동이 보고되고 있죠. 그렇다면 놀이는 동물의 일반적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가 알까요? 식물도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놀고 있을지!



글. 조홍섭 〈한겨레신문〉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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