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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흐르는 추억과 시간을 탐하다2014/08/22by 현대자동차그룹

1,250℃의 용해로 앞에서 소년의 눈을 가진
유리 공예가 김준용씨를 소개합니다

유리 공예가 김준용씨를 소개 합니다

           ㅣ 유리 공예가 김준용씨를 소개 합니다



유리는 제 성질을 끝내 버리지 않습니다. 용해로에 들어가 뜨겁게 끓어오를 때도, 완성되어 투명하고 단단한 본연의 모습을 지닐 때도 늘 한 호흡 ‘흡’ 들이마시고 조심조심 다뤄달라 합니다. 여름 어느 날, 투명한 유리잔 속에 담긴 얼음을 와작 깨물다 문득 변덕스런 애인 같은 유리를 가장 아름답게 빚는 유리 공예가 김준용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여름날, 소년의 마음을 쨍하고 울리다

8월이나 그 언저리 즈음이었습니다. 소년은 TV를 통해 뜨거운 용해로 안에서 유리가 끓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건 유리라기보다 커다란 불덩이고, 화면 밖으로까지 쉭쉭 열기를 내뿜는 생명체였습니다. 어둡고 더럽기 짝이 없는 유리공장에서는 웃통을 벗은 사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긴 막대를 용해로 안에 찔러 넣어 휘휘 돌리고는 불덩어리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입으로 ‘후’ 부는 순간 거짓말처럼 화병이 생기고, 유리잔이 생겨났습니다. 그러자 처음부터 없던 것이 어딘가로부터 끌려 나오는 것처럼 온갖 유리가 탄생했습니다. 그 이후 소년은 오래도록 그 기억을 잊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이 저보고 유리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유리 공예는 국내에서 워낙 불모지기 때문에 네가 한번 개척해 보는 게 좋겠다고. 당시 국내에서 유리를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길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에 진학했고, 3학년이 되어서야 첫 유리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나의 길은 유리에 있구나’라고.  그는 늘 새로운 것에 목이 말랐습니다. 남들이 만든 길을 좇는 것은 흥미가 생기지 않고 시들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유리는 참 매력적인 존재였습니다. 뜨거운 불의 시간을 거쳐 바람을 불어넣은 뒤 천천히 식으면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은 마치 한여름날 고독한 뙤약볕과 소나기 그리고 태풍의 시간을 견디고 단단하게 맺는 열매처럼 경이로운 과정이었습니다.

<Sunset on the...> 35 X 26츠
| 35 X 26



유리, 청년의 마음속에 반짝이는 꿈을 심다

김준용은 원래 도자를 전공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물론 도자도 재미있었지만, 유리에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도자는 여러 가지 공정을 차근차근 밟아야 하지만 유리는 순식간에 완성되는 순간성이 있고, 도자는 유약으로 나타낼 수 있는 컬러에 한계가 있지만, 유리는 원색에서부터 파스텔톤까지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호주에서 열린 ‘Aus Glass’라는 유리 컨퍼런스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한 작가의 블로잉(Blowing: 유리처럼 속이 빈 제품을 만들 때 입으로 불어서 모양을 잡는 성형법) 시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 어렸을 적 어느 여름날에 보았던 유리공방의 모습이 섬광처럼 떠올랐어요. 맴맴 귓가를 울리던 매미소리와 화면 밖에서도 느껴지던 뜨거운 용해로까지 모든 것이 기억났죠. 그래서인가 봐요. 제 초기 작품들은 주로 붉은색, 주홍색, 노란색 일색이에요. 제가 처음 느낀 유리의 본질을 그 색에서 발견했던 거죠. 1998년 미국 필척 유리 학교(Pilchuck Glass School)에 파트너십 장학생으로 가게 된 김준용 은 더욱 작업에 몰입했습니다. 그 시기의 유리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움을 향한 열망이었으며, 그 열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해냈습니다.

유리를 가장 아름 답게 빚는 유리 공예가
ㅣ 유리를 가장 아름 답게 빚는 유리 공예가



유리 안에 차곡차곡 담긴 시간들

여름은 언제나 그에게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로 블로잉 작업을 한여름에 했기 때문에 1,250℃의 유리 용해로 옆에서 견뎌내야 하는 인내의 연속이었습니다. 살갗은 늘 데인 듯 아팠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으며,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유릿가루가 튀어 각막이 두 번이나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때론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갈 방법이 없었어요. 유리라는 게 꼭 백조 같아서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고 투명하고 우아하지만, 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녹이고 불고 깎아내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죠. 수면 아래로 끊임없이 물장구치는 백조같이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처럼 우아한 작업은 결코 아니에요.” 그렇게 인고의 시간 끝에 탄생한 김준용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생각지 못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Bowl) 안에 깊고 푸른 여름밤이 오롯이 담겨있는가 하면, 보랏빛 신비로운 안개와 마주치기도 하고, 커다란 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난 듯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모두 블로잉 과정을 거친 후 조각을 하듯 세심하게 깎고 또 깎아낸 작가의 수고 덕분입니다. “앞으로는 자연의 색깔, 소리, 향기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태풍이 지나 간 여름 저녁의 드라마틱한 노을, 한여름 밤 풀벌레가 우는 적요(寂寥), 해바라기가 핀 풍경 같은 것들이요. 유리 안에 담길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크고 넓으니까요. 

<Vally in Mist> 30 X 16cm
| 30 X 16cm 

 



유리 공예가 김준용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
담을, 무엇>展 기간: ~2014. 8. 29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114 2층 아티스티끄          
문의: 02-720-3631





두께와 투과하는 빛의 강도, 보는 각도에 따라 스펙트럼처럼 변하는 그의 유리 작품 위로 여름날의 햇볕이 쨍하게 반짝입니다. 순간 소년이 유리를 처음 만난 여름날부터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인 김준용의 시간이 그 안에서 찰랑입니다.



. 선영은
사진. 안용길(도트스튜디오)




▶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 2014 8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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