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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고 유쾌한 게릴라 3인방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M조형 팀’2014/08/29by 현대자동차

골목길의 예술가 M조형 팀
지루한 일상에 비범한 선물을 선사합니다

서촌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M조형 팀’

| 서촌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M조형 팀’



골목길에서 세상을 보는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M조형 팀', 벽화를 의미하는 뮤럴(mural)에서 이름을 따온 그들의 작품과 마주하면 제아무리 화가 나도 웃게 되고 우울해도 살맛 납니다. 지난해 북촌에 이어 올해 서촌으로 자리를 옮긴 M조형 팀을 만나 삶의 유쾌한 농담을 이야기해봅시다. 



게릴라 프로젝트의 무대, 서촌 골목길

녹이 슨 철사는 도마뱀과 잠자리를 부르는 근사한 나뭇가지가 되었습니다
| 녹이 슨 철사는 도마뱀과 잠자리를 부르는 근사한 나뭇가지가 되었습니다

폭포수 흘러내리는 인왕산 등산로로 변신한 돌무더기, 편지 먹는 애꾸눈 우체통, 골목 담벼락의 오줌 싸는 아이, 갈라진 옹벽에서 돋아난 이파리, 낡은 벽을 기어오르는 도마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구 금천교 시장) 초입부터 배화여대 일대로 이어지는 길, 200여 점의 트릭아트 페인팅과 소형 입체 설치 작품의 깨알 같은 일탈이 보는 이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듭니다.

툭 불거지지 않고 우연히 마주하는 작품이라 더 짜릿합니다. 무표정한 일상을 간질이고 이내 웃게 하니 과연 게릴라의 습격에 견줄 만합니다.

물론 게릴라라는 단어의 우발적인 이미지와 충돌하는 그들의 따뜻함에 잠시 주춤거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반전이요 전복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겠지요. ‘차별’은 차등을 두어 ‘구별’하는 것이고, ‘구별’은 ‘차이’에 따라 나누는 일이며, ‘차이’는 서로 어긋나거나 ‘다른 것’일뿐더러 ‘다름’은 서로 같지 않음, 즉 ‘다양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M조형 팀이 시도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선과 악, 옳고 그름, 포함된 이들과 배제된 이들을 가르는 경쟁 도구로 차별, 구별, 차이, 다름, 다양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 배려와 소통의 언어를 지향합니다.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하얀 담벼락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도화지입니다
|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하얀 담벼락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도화지입니다

“저희는 거리를 ‘열려 있는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해요. 그곳에 무엇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를 궁리할 땐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를 거스르지 않으며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죠. 이미 기존의 대중, 민중과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장소는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니까요.”

시사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로 삼아 오랫동안 대중과 호흡해온 탁영호 작가는 공간과 사물이 지닌 기억을 신뢰합니다. 그 기억들은 시간을 핑계 삼아 기억을 놓아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사람이 잃어버리고 밀어내버린 기억까지 제 몫처럼 챙기지요. 서촌의 골목 구석구석이 기억의 이야기 창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구영 공공미술작가는 자신들의 작품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우리의 작업이 골목에 고여 있는 역사를 드러내는 출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했던 것까지 보여주는 게 목표죠. 그곳에 존재했던 이야기를 더 명쾌하게 읽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리 작품과 맞닥뜨린 사람마다 거기서 오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를 다르게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따뜻하고 친절한 게릴라의 농담

딱딱하고 오래된 거리가 재기 발랄한 농담을 걸어옵니다
| 딱딱하고 오래된 거리가 재기 발랄한 농담을 걸어옵니다

죽어 있는 공간을 오브제와의 소통으로 살아 숨 쉬게 하는 강성봉 작가를 포함해, 세 명의 각기 다른 장르의 전문가가 빚어낸 의외성은 서촌의 활력이 되고도 남습니다.

최초의 작전명은 ‘도시 메이크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서촌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는데요. 이는 공간과 사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마음, 이른바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었습니다. 느닷없이 파고든 세 작가의 따뜻한 스킨십이 얼어붙은 시간을 해동시킨 셈입니다.

“지난해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를 의뢰받고 떠오른 두 분이 강성봉 작가와 탁영호 작가였어요.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기회가 생겨서 기뻤죠. 두 분도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셨고, 그렇게 북촌 작업을 시작했어요. 영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처럼 정치, 시사, 19금 에로틱 등을 자유로이 표현하고도 싶었지만 관에서 주관하는 거라 어려울 것 같았어요. 대신 고지식하고 딱딱한 북촌에 농담을 걸었습니다.”

이구영 작가의 말처럼 만화, 조각, 회화는 서로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습니다. 그 시너지가 불러온 유쾌함을 품고 M조형 팀은 올해 봄 다시 서촌에 입성했지요. 첫 번째 작업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더 치밀한 사전 답사를 거쳤습니다. 북촌의 한옥 골목과 달리 상업지구인 서촌에선 상인들과 반목하지 않으려고도 노력했습니다. 시간, 매체, 표현 수위 등을 고려한 발칙한 상상력. 이를 위해 서촌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사진도 찍고 많은 회의를 했지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으나 즐거웠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겠구나’ ‘저곳에는 저런 사연을 심어봐야겠다’ 등을 궁리하는 자체로 힘이 솟았던 것입니다.

 남의 집 앞에 사다리를 대고, 거친 담벼락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일. 당황스럽지만 웃음이 납니다
| 남의 집 앞에 사다리를 대고, 거친 담벼락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일. 당황스럽지만 웃음이 납니다

“게릴라인데 뭔가 따뜻하고 친절하죠. 이상하게 변질됐어요. 우리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 말이죠(웃음). 가축이 된 늑대처럼 야생성이 사라진 게릴라지만 그래도 의외성과 즐거움 두 가지는 잃지 않았습니다. 저희 작품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거나 내용을 상상해보세요. 서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선 세계와 만나게 됩니다.”

게릴라 미술의 특성상, 이들이 남긴 작품의 99%는 끝내 지워지고 말 것입니다. 남아 있더라도 끊임없이 간섭받으며 훼손되기 쉽겠지요. 그래도 이구영, 강성봉, 탁영호 작가는 개의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가는 삶의 장소를 캔버스와 갤러리로 선택했으니, 작품이 지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히려 그 과정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게릴라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운은 그들이 떼었으나 끝은 알 수 없지요.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지금 서촌으로 달려가 골목길을 바라보고 숨겨진 농담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무료해서 무기력하고, 불안해서 우울한 일상에 기분 좋은 활력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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