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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초보 탈출!
야구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 북, 실전편2014/07/03by KIA타이거즈

각본 없는 원-테이크 드라마가 펼쳐지는 야구장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즐거운 경험을 안고 귀가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입니다

| 이제 초보 티를 벗고 야구장에서 즐길 시간입니다



2014 야구 시즌이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났습니다. 누적 관객 350여만 명. 지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인 2014 브라질 월드컵도 야구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네요. 지난 가이드 북에서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룰과 여러 가지 기본 사항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스포츠는 눈앞에서 봐야 묘미죠. 여름 야구가 다가오는 지금 야구장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제대로 라이브 야구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야구의 즐거움은 좌석에서 시작한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은 스타디움(stadium)입니다. 곧 관객석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말이죠. 홈 플레이트를 진앙으로 삼아 펼쳐지는 야구는 어떤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재미가 결정됩니다. 좌석은 크게 내야석과 외야석으로 나뉘는데요. 투수와 포수, 그리고 1, 2, 3루의 역동적인 모습이 잘 보이는 내야석이 단연 인기 만점입니다. 대신 외야석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경기 흐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지요. 가끔 고기 잡는 그물이나 잠자리 채를 대동한 채 홈런볼을 노리는 고수들이 곳곳에 상주합니다.

포스트 시즌이나 첨예한 라이벌 관계가 아닌 이상 야구장은 홈 팬들이 어깨를 쫙 펴고 다니는 곳입니다. 그래서 타자가 가장 먼저 진출하는 1루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기를 꺾을 수 있는 1루 쪽 내야석이 홈 팀의 자리로 제격이죠. 그 반대인 3루수 쪽이 원정팀의 응원석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목동 구장과 대구 구장은 홈 팀과 원정 팀의 자리가 반대이니 적군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하시길 바랍니다. 정규 시즌 중 홈팀에게만 허용되는 응원석은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열정에 흥이 돋아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는 열광의 도가니입니다. 그래서 좌석에 편하게 앉아 경기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곳입니다. 깃발로 시작해, 갖가지 응원 도구를 총동원하며 모든 사람이 일어나 응원하는 게 상식이거든요. 대부분 홈 팀 자리인 1루 내야석 앞에 자리 잡고 있지만 대전 구장과 마산 구장은 외야에 있다는 사실, 기억해 두시면 행복하실 겁니다.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표를 구할 수 있는 현장 구매와 달리 온라인 예매는 10~14일 전 아침 11시부터 원하는 좌석을 미리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미리 예매하는 걸 추천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각 팀이 지정한 구매 사이트가 따로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SK 와이번스는 ‘OK 티켓’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자체 사이트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는 ‘인터파크’,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스, 기아타이거즈, 한화 이글스는 ‘티켓링크’에서 예매가 가능합니다. 만일 가족을 동반한다면 내야석 중에 테이블을 포함한 테이블 석도 추천해 드립니다. 앉아만 있기에는 사실 너무 힘들거든요. 참고로 여유로운 주말 관람을 꿈꾸신다면 단연 일요일에 가야 합니다. 토요일은 열띤 응원 때문에 야구장 전체가 정신없이 붐비거든요.



도심 속 야외, 야구장에서 살아남는 법

야구장은 극장이 아닙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요? 야구장에는 에어컨도 나오지 않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땡볕이 펼쳐지면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게 숙명입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도 어디 숨을 곳이 없답니다. 선수와 관객 모두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말 그대로 도심 속 야외인 셈이죠. 여행을 가면 필수용품을 꼭 챙기듯, 야구장도 미리 쟁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는 물건이 꼭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첫인상을 좋게 간직하려면 잊지 마세요!

야구장 관람석의 모습입니다
| 그늘진 구역도 있지만, 야구장 대부분은 모두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자리입니다

먼저 햇빛 가리개는 필수입니다. 3-4시간은 기본으로 햇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지니까요.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광판을 이리저리 보려면 선글라스나 썬 캡, 챙 있는 모자를 챙기세요. 제대로 된 부채도 좋습니다. 바람도 만들면서 햇살도 가려주는 일타쌍피의 효자입니다. 신문 한 부로 대신하는 분이 있는데 그러면 팔 빠집니다. 하지만 신문은 제 역할이 따로 있습니다. 야구장의 야생 좌석에는 깔개가 필수입니다. 신문 한 부면 옷도 살리고, 기분도 살리고, 환경도 살릴 수 있죠. 더운 날 야구장은 얼음물과 맥주의 향연입니다. 귀가 후 슬픔에 빠지기 싫다면 비닐 봉투에 옷이나 핸드백을 넣어두세요. 경기 후 자기 자리를 정리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우리는 민주시민이니까요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햇빛 가리개 말고 다른 것도 요구합니다. 무당도 못 맞추는 여름철 비는 우비로 피하세요. 우산은 뒷자리 관중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비매너입니다. 또 저녁 경기는 의외로 추울 수도 있으니 무릎 담요를 챙기세요. 마지막으로 집에 혹시 글러브가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글러브는 홈런볼 사냥 도구가 아니라 갑작스레 관중석으로 날라오는 공을 피할 수 없을 때 제 몸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하면 첫 야구장 나들이가 훨씬 더 행복해집니다



야구장 두 배로 즐기기

,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야구장에 맞는 드레스 코드입니다. 야구 점퍼, 선수복 등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갖추면 평범한 사람도 열혈팬으로 변신합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티를 입고 밤새 응원하다 아침에 정신을 차리니 버스 위였다는 해프닝이 남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유니폼만 허용하는 야박한 세상은 아닙니다. 팀의 상징색과 컬러 코드를 맞추는 게 핵심이죠. 구단 홈페이지나 로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색이 그 팀의 상징색인데요. 이걸 역이용하면 적군 한가운데 홀로 있는 조자룡 콘셉트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만일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달라서 커플 드레스 코드에 균열이 생긴다면 전광판에 나올 확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니 TV 출연을 원하신다면 고민해 보세요. 경기 시작 2시간 반부터 입장이 가능한 경기장에는 그날 출전할 선수들이 미리 나와서 몸풀기를 합니다. 연습 장면도 지켜보고 운이 좋으면 선수들의 사인 볼도 ‘득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각 구단의 로고입니다
| 각 구단의 로고와 컬러를 기억해두세요!

홈 팀의 특권은 응원단과 치어리더입니다. 응원하는 재미로 야구장 간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라이브 야구의 꽃이죠. 응원 한두 번 해본 분들이 아니라 잘 아시겠지만, 응원에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응원가와 응원 도구죠. 구단마다 공식적인 응원가와 더불어 선수마다 붙여진 개별 응원가가 따로 존재합니다. 예전이라면 초심자는 엄두도 못할 응원 참여가 지금은 핸드폰 터치 한 번으로 끝납니다. 모바일 시대인 만큼 각 구단의 응원가들을 모아 놓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세요. 초심자들의 수호 요정입니다. 응원 도구의 기본은 막대 풍선입니다. 바람이 팽팽하게 들어간 막대를 부딪치며 소리 높여 팀 이름을 부르는 거죠. 보통 한 쌍에 2천원인데 구장 밖에서 가져온 막대 풍선도 판매점에서 바람을 넣을 수 있으니 금전적인 걱정은 괜찮습니다. 이 외에 이색적인 응원 도구가 더 있는데요. 주로 구단의 공식 깃발을 쓰는 와중에 가끔 열혈팬이 자체 제작한 깃발을 보면 엄청난 포스가 느껴집니다. 특정 선수를 콕 집어 응원하는 플래카드는 기본이고 저녁 경기에는 태블릿 PC, 핸드폰에 응원 문구를 띄우기도 합니다. 주황 비닐봉지를 머리에 둘러쓰고, 신문지 수술을 흔들어 대는 부산 사직구단의 응원은 이미 전설이 됐죠.

관람객들이 유니폼을 입고 막대풍선을 들고 응원하고있는 모습입니다
| 유니폼에 막대 풍선이면 이제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유니폼 입고, 응원 도구 들고, 응원가 부르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바로 야구장 재미의 완결판, ‘치맥(치킨+맥주)’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야구장에서 즐기는 치맥은 세상 어느 곳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다’라는 유머러스한 격언이 돌아다닐 정도로 ‘야구장=치맥’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야구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어떻게 조달해야 할까요? 아무런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치킨이나 피자처럼 배달 음식은 경기 시간에 맞춰 미리 주문하면 됩니다. 야구장 근처에서 치맥 하루 이틀 팔아본 게 아닌 치맥계의 고수, 살아있는 생활의 달인들에게 “야구장 몇 번 출입구로 가져다주세요” 한 마디면 모든 게 끝납니다. 혹시나 처음 설명하는 거라 버벅거릴 걱정은 일단 지우세요. 모르는 게 죄도 아니고, 표 내고 당당히 들어왔으니 큰소리로 외쳐 봅니다. “여기 야구장 어디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일단 치맥 하나요!!



라이브 야구의 가이드, 전광판

외야 관중석 가장 높은 곳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온갖 숫자와 알파벳, 선수 이름으로 가득 찬 전광판은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인 초심자들이 많을 텐데요. 하지만 전광판의 ‘비밀’을 이해한다면 라이브 야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멍하니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을 이해하며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광판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경기의 주요 진행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손님을 배려하는 야구의 특성상, 원점팀은 더 잘 보이는 곳에 표시됩니다. 각 팀이 회차 별로 득점한 점수를 표시하는 점수표에서 위쪽이 원정팀, 아래쪽이 홈팀이고 마찬가지로 출전 선수를 소개하는 부분도 왼쪽이 원정팀, 오른쪽이 홈팀입니다. 참고 그래픽 이미지를 보면 오늘 LG트윈스는 KIA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원정을 왔네요. LG에 불이 들어왔으니 지금은 1회 초 LG트윈스의 첫 공격입니다.

프로야구 전광판의 모습입니다


1. 공수 선수 정보
선수 리스트 옆에는 차례대로 2줄의 정보가 있습니다. 1부터 9까지 순서대로 나열하고 마지막을 P로 장식하는 첫 번째 열은 공격 순서에 대한 정보입니다. 1 2는 상위 타선으로 발이 빠른 선수를 배치하고, 3,4,5는 중심 타선으로 장타력을 갖춘 주요 타자를 배치합니다. 6,7,8,9는 나머지 선수들이 배정받지요. P는 투수를 의미하며 공격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열은 수비에 대한 정보입니다. 1은 투수로서 곧 P와 동일하고요. 2는 포수, 3, 4, 5는 차례대로 1루수, 2루수, 3루수, 그리고 6은 유격수로서 여기까지 내야수로 분류합니다. 7은 좌익수, 8은 중견수, 9는 우익수까지 이렇게 외야수로 구분되죠. 그럼 D는 무엇일까요? D는 수비에 참여하지 않고 공격에만 참여하는 지명 타자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LG 트윈스의 투수는 임지섭 선수이고, 박용택 선수가 지명 타자입니다. 기아타이거즈는 엔서니 선수가 투수, 나지완 선수가 지명 타자인 거죠. 지금 마운드에는 기아타이거즈의 엔서니 선수가, 타석에는 LG 트윈스의 정성훈 선수가 서로 대치 중입니다.

2. 심판
CH
는 주심으로 포수 뒤에서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는 분입니다. 로마자 1, 2, 3의 주인공은 예상하듯 1루심, 2루심, 3루심을 의미하고요. LF RF는 각각 좌익선심, 우익선심으로 포스트 시즌 등 주요 경기 때만 출현하는 분들입니다. 이번 경기의 주심은 조영훈 심판이시네요.

3. 경기 점수표
R은 득점 점수(Runs), H는 안타(Hits), E는 실책(Errors), B는 볼넷과 타자를 맞춘 데드볼로 1루에 진출하는 경우(Base on balls)를 의미합니다. 지금은 1회 초 경기 시작이므로 모두 0으로 뜹니다.

4. 타자 정보
HR은 이번 시즌에 해당 타자가 날린 홈런 개수, RB는 타점, AV는 타율입니다. 참고로 타율은 ‘해당 시즌에 안타를 친 수/타석에 들어선 횟수’를 의미하는데요. 즉 타석에 10번 서서 3번 안타 치면 0.3으로 3할이 넘어가면 좋은 타자입니다. 역대 타율이 제일 높은 예는 1982년 백인천 선수가 기록한 4 1 2리입니다. 참고로 그 왼쪽에 있는 SP는 투수의 정보입니다. 평균 자책점 혹은 방어율로 불리는 데요. 1993년 선동렬 현 기아타이거즈 감독이 세운 0.78점이 역대 점수입니다. 9회의 정규 이닝을 전부 던질 때 평균 0.78점을 잃었다는 뜻이니 그가 얼마나 전설적인 투수였는지 잘 알 수 있죠.

5. 타석 정보
투수와 타자 간 현 상황을 보여줍니다. S는 스트라이크, B는 볼, O는 아웃입니다. H는 안타, E는 실책, FC는 야수 선택 (Fielder's choice)의 준말로 야수가 1루에 송구해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는 대신, 선행 주자을 아웃시키려고 다른 루에 송구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전광판을 보는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초심자에게 이건 너무 가혹하다’ 싶으면 바로 핸드폰을 꺼내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LTE DMB 시대입니다. 야구장에서 TV 해설 보지 말라는 법 있나요. 주요 장면을 확대해서 다시 보여주고 상세한 해설까지 덧붙이니 현장의 긴장감과 디테일을 모두 잡는 일석이조의 방법입니다.



오늘 경기가 끝났더라도 아직 즐거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관람한 경기에 대해 좀 더 감흥을 나누고 싶다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가 보세요. 재야의 고수들이 펼치는 송곳 같은 토론 리플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여러분도 리플을 남기세요. “오늘 경기 완전 짱이에요”, “우리 팀이 이겨서 기뻐요” 부터 “김 모 선수 섹시해요”까지 리플에는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처음 방문한 야구장의 경험을 시작으로, 언젠가 커뮤니티에서 훈수를 두거나, 잠자리 채를 외야에서 휘두르는 존재로 진화할지 혹시 모르죠. 비록 그 시작은 미약해도 구경을 넘어 참여를 통해 결국 끝은 창대해지기 마련이니까요.




by
전종현
아트 & 컬쳐 저널리스트 / 허핑턴포스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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