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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가장 성공한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2014/07/18by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미술의 새로운 아이콘
테이트모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21세기 가장 성공한 현대미술관이자 모든 미술관의 롤 모델, 테이트모던

| 21세기 가장 성공한 현대미모든 미술관의 롤 모델, 테이트모던



영국 런던의 중심을 흐르는 템즈 강. 유서 깊은 세인트 폴(St. Paul) 대성당에서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축하하며 건설한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면 연 500여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 낯선 이를 환영합니다. 99m 높이의 거대한 굴뚝을 포함해 산업 시대의 옛 화력 발전소 건물을 외관 그대로 보존한 테이트모던은 변화무쌍한 현대미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놀이터입니다. 21세기 미술관의 새로운 기준이 된 테이트모던을 소개합니다.



부수지 않아도 새로워질 수 있다

2000년 개관한 테이트모던 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장소입니다. 현대미술의 중심지에 뉴욕과 함께 런던이 포함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20세기를 움직인 단어,’새로움’의 정의를 다시 정립했기 때문입니다. 1992년 테이트 그룹은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술관 건립을 계획했습니다. 이미 비싸질 대로 비싸진 런던 중심가에서 부지를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 1988년부터 재단을 이끈 니콜라스 세로타(Sir Nicholas Serota) 테이트 그룹 총관장은 템스 강 남쪽 기슭에 위치한 뱅크사이드 발전소에 주목했습니다. 영국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빨간 공중전화 박스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코트 경(Sir Giles Gilbert Scott)이 1947년 만든 화력 발전소는 1981년 제 기능을 멈춘 후부터 뚜렷한 계획 없이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1994년 이곳을 새로운 미술관 부지로 확정하고 국제 현상 공모를 진행하자 렘 콜하스, 안도 타타오 등 스타 건축가를 비롯해 수많은 건축가가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발전소를 대체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새로운 미술관의 풍경을 제시했습니다. 그 중 선택된 것은 스위스의 젊은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론(Pierre de Meuron)이 이끄는 ‘헤르조그&드 뫼론’의 시안이었습니다.

‘헤르조그&드 뫼론’이 제시한 새로운 미술관은 파격적이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격언이 당연시되던 20세기 건축의 불문율을 깨뜨리고 신축이 아닌 레노베이션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1947년 당시만 해도 강 건너 세인트 폴 대성당에 빗대 ‘산업의 대성당’이라 불린 스코트 경의 화력 발전소는 건물 상부를 박스 형태로 증축하는 방식을 통해 가로 길이 150m, 5층 높이의 적벽돌 건물, 세로로 길게 배치된 창문과 99m의 거대한 굴뚝 등 기념비적인 원형을 그대로 보존했습니다. 3,400m²에 달하는 내부의 터바인실은 터바인 기계만 제거한 채 곳곳에 박힌 H자 철제빔과 천장 크레인까지 살려 미술관 로비로 탈바꿈했습니다. 근대 런던의 묵직한 기억과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건물의 3층부터 5층까지 총 3개 층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전시실은 정해진 면적 안에서 서로 다른 크기와 비율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떤 전시장은 다른 곳의 두 배 크기가 되거나, 각기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는 형태였죠.

옛 화력발전소가 미술관으로 바뀌며 도시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습니다
| 옛 화력발전소가 미술관으로 바뀌며 도시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미술관은 단지 건물의 외벽과 육중한 굴뚝을 지키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사이사이에 박힌 LED는 템스 강의 야경을 단번에 바꿨습니다.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동시에 지극히 미래적인 현대미술관이 탄생한 것이죠. 2000년 건물이 완공되자 시민들은 런던의 역사와 미래를 동시에 담은 랜드 마크의 출현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건축 비평가인 로완 무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새로운 건축물에는 런던이란 도시가 스며 있다. 마치 벽돌의 검댕처럼.”

이듬해 2001년 헤르조그&드 뫼론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추가된 테이트모던이 수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건물 뒤쪽에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테이트모던의 신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연 2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던 기존 건물에 매년 그 두 배가 다녀가는 상황이 만든 기적입니다. 폐 산단 지역에 문화 시설을 끌어들여 다시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는 도시 계획이 거대한 트렌드가 된 현시점에서 테이트모던의 시도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알리는 또 다른 단초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현대미술의 거대한 놀이터

미술관에서 바라본 템스 강 변의 모습. 정면에 세인트 폴 대성당이 보입니다
| 미술관에서 바라본 템스 강 변의 모습. 정면에 세인트 폴 대성당이 보입니다

날이 좋을 때면 런던 사람들은 템즈 강변을 걷곤 합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세인트폴 성당에서 금융가를 지나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테이트모던으로 오는 루트죠. 주거지, 상업지와 미술관, 공연장 등의 공공 문화 시설을 도보로 묶는 런던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그 종착지인 테이트모던의 출입구는 강변과 정면으로 마주한 북쪽이 아닌 템즈 강변로와 자연스레 연결된 서쪽에 있습니다.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힘들고, 지식이 필요하다는 선입견에 반대하는 테이트모던은 권위적인 미술의 성전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쉽게 즐기고, 참여하고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합니다. 템스 강을 걷는 모든 이들이 어떤 위압감 없이 현대미술의 쉼터 속으로 자연스레 흘러오도록 세세하게 배려한 것입니다.

옛 발전실을 그대로 유지한 터바인홀 전경. 미술관의 거대한 로비이자 설치 작업의 무대가 됩니다
| 옛 발전실을 그대로 유지한 터바인홀 전경. 미술관의 거대한 로비이자 설치 작업의 무대가 됩니다

미술관의 로비인 터바인 홀(Turbine Hall)홀은 테이트모던의 이런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입구 쪽 로비는 새롭게 설치한 천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은 미술관의 안과 밖을 자연스레 연결하고 안쪽으로 경사진 바닥은 관람객을 현대미술의 극장으로 끌어당깁니다.

반세기 전만 해도 터바인을 돌리던 7층 높이의 거대한 홀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단 한 명의 현대 예술가가 마음껏 설치 작업을 할 수 있는 꿈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2000년 개관 이래 지난 2012년까지 진행한 <유니레버 시리즈: 터바인제네레이션The Unilever Series: Turbinegeneration> 덕분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를 붉은 색 나팔관으로 형상화해 홀 전체를 가득 채운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의 ‘마르시아스(Marsyas)’, 거울과 수백 개의 전구로 오렌지색 인공 태양을 만든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의 ‘기상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 5층 높이의 갤러리 홀에서 뱅글뱅글 돌며 내려오는 거대한 미끄럼틀을 설치한 카르스텐 휠러(Carsten Holler)의 ‘테스트 사이트(Test Site)’, 하나하나 손을 거친 해바라기 씨 1억 개를 바닥에 쌓은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해바라기 씨(Sunflower Seed)’ 등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터바인홀의 전시는 테이트모던을 단기간에 세계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기상 프로젝트’ (포토그래퍼 : Coda)
| 센세이션을 일으킨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기상 프로젝트’ (포토그래퍼 : Coda)

앞으로 터바인홀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현대미술을 좀 더 안정적이고, 실험적으로 만끽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오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현대 커미션The Hyundai Commission>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3~5년 정도를 최소 약정 기간으로 삼고 재연장하는 기업 메세나 활동의 통상적인 경우를 생각해 보면 11년이란 기간은 무척 이례적입니다. 중도 하차 없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테이트모던의 미래를 그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후원의 혁신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는 말이 공염불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테이트모던 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터바인홀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현대미술관이란 명성을 만든 것은 터바인홀 혼자가 아닙니다. 총 7만여 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바탕으로 대중과 예술 작품이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제시한 상설관은 연 500여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당기는 근원입니다. “미술관의 성공은 소장품의 양이나 재정 지원의 결과가 아닙니다. 바로 큐레이터의 ‘상상력'에 달렸습니다. 작가와 긴밀히 협력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입니다”라는 테이트 그룹 총관장 니콜라스 세로타 경의 말처럼 테이트모던은 시대, 사조, 경향에 따른 기본적인 큐레이팅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풍경(사건·환경), 정물(오브제·일상), 누드(행위·몸), 역사(기억·사회) 등 총 4가지 주제 아래 모인 예술 작품은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다른 연대의 작품을 함께 경험하며 특정 주제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변형을 겪게 되는지 속삭이는 듯합니다. 이런 테마 중심의 전시 방식 덕분에 테이트모던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허브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업을 테이트모던에서 볼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활동했던 일본, 독일, 미국에서 얻은 불후의 명성에 비해 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크게 조명받지 않은 탓인데요. 얼마 전 백남준의 작품을 상설 전시할 수 있도록 ‘현대 커미션’과는 별개로 현대자동차가 주요 작업의 구매를 도운 것은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곳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테이트 모던에서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맞닥뜨릴 기회는 곧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직결하는 것일 테니까요. 예술은 작가 한 사람, 작품 한 점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브랜드가 된 미술관

우리는 테이트모던이 템스 강 변의 뱅크사이드에 자리 잡은 현대미술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이트모던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테이트모던은 테이트 그룹이라는 미술관 네 곳의 연합체에 속해 있습니다. 19세기 말 설탕 제당업으로 거부가 된 기업가 헨리 테이트(Henry Tate)가 자신의 영국 회화 컬렉션을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에 기부하려던 시도가 공간 부족으로 곤란해지자 국가에서는 아예 이참에 내셔널 갤러리의 영국 미술 전문 분관을 설립했는데요. 바로 지금 테이트 그룹의 모체인 테이트 갤러리(The Tate Gallery)의 시작입니다. 계속 덩치를 키우며 런던 밀뱅크(Milbank)에 근사한 건물까지 마련하였습니다. 이후 런던을 벗어나 리버풀(Liverpool)과 세인트 아이비스(St Ives)에 분관을 세우며 테이트 갤러리는 영국 회화뿐 아니라 조각, 유럽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3개의 미술관을 갖춘 연합체가 되죠. 테이트모던은 그 이후 세계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다루기 위해 테이트 갤러리에서 만든 4번째 미술관입니다.

역대 최고의 로고 중 하나로 꼽히는 테이트 뮤지엄 아이덴티티(출처:http://www.wolffolins.com/work/tate#)
| 역대 최고의 로고 중 하나로 꼽히는 테이트 뮤지엄 아이덴티티(출처:http://www.wolffolins.com/work/tate#)

테이트모던의 오픈에 맞춰 테이트 갤러리는 큰 결심을 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4개의 미술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테이트 갤러리가 공유하는 정체성을 확고히 해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 울프 올린스(Wolff Olins)가 맡은 테이트 갤러리의 브랜드 리뉴얼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브랜드 리뉴얼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될 만큼 화제를 낳았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한정 관사 ‘the’를 과감히 포기하고 밀뱅크에 있는 테이트 갤러리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으로, 나머지는 각각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 테이트 세인트 아이비스(Tate St Ives), 테이트모던(Tate Modern)으로 명명했습니다. 테이트(tate)라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서로 다른 지역에 분포한 분관을 직관적으로 인식시켜 세계적 규모의 미술관 이미지를 성취한 것입니다. 또한, 단단하고 획일적인 미술관 로고에서 벗어나 테이트라는 흐릿한 로고 타입이 몇 가지 패턴으로 변하는 모습을 통해 예술이 추구하는 모호성과 자유로움을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유동성이야말로 테이트모던이 추구하던 획일화의 거부와 맞닿으며 그 본질을 효과적으로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테이트의 새로운 브랜딩 전략은 테이트모던의 개장과 함께 미술관 브랜딩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테이트 로고가 박힌 머그컵부터 엽서, 다양한 박물관 상품을 관람객들이 실제 열심히 구매할 정도였죠. 몇 년 전 디자인 전문지 <크리에이티브 리뷰Creative Review>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로고’ 리스트에서 테이트 로고는 애플과 롤링스톤즈보다 높은 순위에 랭크되며 그 파급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이 테이트 프로젝트의 성공 덕분에 울프 올린스 또한 세계적인 브랜딩 컨설팅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큰 논란이 됐던 2012 런던 올림픽의 엠블럼 디자인이 바로 울프 올린스의 작업입니다.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 과거와 미래가 융합된 테이트모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 과거와 미래가 융합된 테이트모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해 테이트모던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500여만 명, ‘테이트’라는 그룹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700여만 명에 달합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예술 기관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런 성공의 근원은 결국 한 곳으로 모입니다. 남과 다른 상상력과 규칙을 깨는 자유로움, 즉 예술의 본질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려는 구성원의 노력입니다. 소장품의 유명세, 건물의 환상적인 위용,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이는 목 좋은 장소도 결국 노력 없이는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테이트의 모토인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자(Look Again, Think Again)’가 묵직이 우리 마음속에 와 닿는 이유입니다.  



테이트모던



 

· 주소: Bankside, London SE1 9TG
· 문의: +44 (0) 20 7887 8888
· 웹사이트: www.tate.org.uk
· 이용시간: 10시~18시(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0시~22시(금요일, 토요일),
· 휴관: 12월 24일~26일
· 대중교통: 지하철 블랙프라이어스(Blackfriars) 역, 서더크(Southwark) 역
· 현재 진행중인 특별전: <앙리 마티스: 컷 아웃 Henri Matisse: The Cut-Outs>전 (~2014년 9월 7일까지)



 
글. 전종현
아트 & 컬쳐 저널리스트 / 허핑턴포스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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