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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느릿느릿,
시와 함께 다가온 가을 바다2014/10/22by 기아자동차

올 뉴 쏘렌토와 함께 떠난 전북 부안 여행
시와 함께 한 풍경을 보여드립니다

변산반도의 낙조와 어우러진 올 뉴 쏘렌토

| 변산반도의 낙조와 어우러진 올 뉴 쏘렌토



시(詩)가 흐르는 변산의 길을 저어갑니다. 소박하지만 당당히 바다와 맞서는 포구와 야트막하지만 기품 있는 봉우리들을 흘려보내면서 쉬엄쉬엄 갑니다. 이 길에는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선과 녹음의 태를 벗고 서서히 단풍으로 물드는 산이 벗합니다. 섬섬히 매달린 시의 무대가 된 풍경들, 그 열매를 하나씩 맛있게 따먹으며 올 뉴 쏘렌토를 타고 유유자적 나아갑니다.



전나무 숲길 건너 만나는 민낯의 숭고미

(좌)능가산 자락에 감싸인 천년고찰 내소사. 고졸한 멋이 은은합니다. (우) 계절의 정취를 즐기며 천천히 걷기 좋은 내소사 전나무 숲길입니다
| (좌)능가산 자락에 감싸인 천년고찰 내소사. 고졸한 멋이 은은합니다. (우) 계절의 정취를 즐기며 천천히 걷기 좋은 내소사 전나무 숲길입니다

이태 전, 우연찮게 어떤 시 하나를 읽고는 몸이 달았던 적이 있습니다. ‘내소사 꽃창살’이라는 제목의 박성우 시인 작품이었습니다. ‘나무에서 빼낸 옹이들이 고스란히 손바닥으로 들어앉았을’, ‘거친 숨소리조차 끌 끝으로 깎아냈을’ 것이 분명 하다고 시인이 노래한 전북 부안군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창살, 시를 읽는 내내 그것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간 기회가 닿지 않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토록 궁금했던 그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안은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잘 알려진 지역입니다. 변산반도는 산악지대인 내변산과 해안지대인 외변산으로 나뉩니다. 전체 군 면적 중 2/3를 차지하는 변산반도에는 부안의 경승지 대부분이 모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안을 여행한다 함은 변산반도를 여행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가을에 꼭 어울리는 임페리얼 브론즈 색상의 올 뉴 쏘렌토가 함께 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지로 삼은 곳은 두말할 나위 없이 내소사였습니다. 박성우 시인이 ‘등푸른 햇살이 튀는’ 곳으로 묘사한 전나무 숲길이 내소사 경내까지 약 600m가량 이어지며 절경을 자랑합니다. 이 길은 타박타박 던지는 걸음마다 전 나무에서 배출되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사방으로 퍼지며 정신을 맑게 합니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 숲으로 해찰하며 느릿느릿, 제대로 게으름을 피웁니다. ‘바깥세상’에서의 게으름이 나를 죽이는 것이라면, 이곳 숲길 ‘안쪽 세상’의 게으름은 나를 살찌우는 양분입니다. 내소사는 가선봉 기슭에 자리한 백제 무왕(633년) 시절 지어진 유서 깊은 절로, 고려시대 동종부터 3층 석탑 등의 보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꽃창살 또한 내소사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단청이 거의 지워진 대웅전 창에는 목공의 아픔이 역력히 읽히는 국화와 연꽃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사철 지지 않는 그 꽃은 어떤 화려한 색깔의 꽃보다도 고고하고 기품이 넘쳤습니다.

‘동네 마실 간다’는 뜻을 가진 부안 마실길은 산과 바다, 숲을 품고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숲이 우거진 길이 넉넉하고 싱그러워 가슴까지 탁 트이지요
| ‘동네 마실 간다’는 뜻을 가진 부안 마실길은 산과 바다, 숲을 품고 굽이굽이 이어집니다. 숲이 우거진 길이 넉넉하고 싱그러워 가슴까지 탁 트이지요

이곳에서 걷기에 좋은 길은 전나무 숲길 외에도 더 있습니다. 마실길이 그곳인데요, 제주 올레길처럼 여유롭게 걸으며 부안의 풍광을 오롯이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산책로인 마실길은 총 13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3코스가 특히 아름다운데 성천에서 하섬전망대, 반월마을, 작은당사구, 적벽강, 채석강을 거쳐 격포항으로 이어지는 7km 구간입니다. 노을길이라고도 불릴 만큼 이 길은 전 구간에 걸친 해거름 풍경이 장관인 곳입니다.



자연이 이룬 경이, 채석강 

켜켜이 쌓인 자연의 경이 앞에 매번 짧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채석강. 당나라 채석강 달빛
| 켜켜이 쌓인 자연의 경이 앞에 매번 짧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채석강. 당나라 채석강 달빛

아래 시를 읊던 이태백의 마음 또한 이러했으리라

노을길을 걸으며 채석강을 지났으나 이튿날 부러 다시 한 번 그곳을 찾았습니다. 채석강은 단순히 잠깐 스쳐가는 곳으로 취급 받아서는 안 될 곳이기 때문입니다. 채석강이라는 명칭은 당나라 때 이태백이 놀았다는 장소와 꼭 닮았다고 해서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꽃밭 가운데 술 항아리 / 함께할 사람 없어 혼자 마신다 / 술잔 들어 밝은 달 모셔오니 /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라며, 그 옛날 이윽한 채석강 달빛 아래서 취흥을 노래했던 이태백이 떠오릅니다. 그 고적하면서도 쓸쓸한 풍경이 눈에 잡힐 듯 아득하게 그려지매 마음이 한없이 여릿해졌습니다.

채석강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두껍게 한 겹 한 겹 쌓여있는 것처럼 보였던 바위는 사실 종잇장처럼 얇은 판이 켜켜이 겹쳐진 상태입니다. 때문에 살짝 만지는 것만으로도 과자 부스러기처럼 부서집니다. 채석강에는 파도가 깎아 만든 해식 동굴들도 여럿 있습니다. 수만 년 세월에 걸쳐 파도가 절벽의 약한 부분을 파헤쳐 만든 동굴들이지요. 채석강에 서면 자연의 경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연이 빚은 천일염이 맛있게 영글어가는 곰소염전. 올 뉴 쏘렌토도 가만가만 숨죽여 그 엄숙한 생명의 시간을 지킵니다
| 자연이 빚은 천일염이 맛있게 영글어가는 곰소염전. 올 뉴 쏘렌토도 가만가만 숨죽여 그 엄숙한 생명의 시간을 지킵니다

채석강을 나와 곰소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30번 국도가 푸른 바다를 끼고 펼쳐져 있습니다. 궁항, 모항, 작당, 왕포…. 자그마한 포구들을 지나며 길은 무시로 굽이쳤고, 이따금 해안의 높다란 언덕으로 뻗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 뉴 쏘렌토는 호들갑 떨 일 아니라는 듯 침착했습니다.

곰소항은 김장 시즌을 맞아 젓갈을 사러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이곳 젓갈은 전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한데, 곰소염전을 바로 곁에 두고 있어서입니다. 곰소염전은 염분 비중을 정확히 25%에 맞추는 품질관리로 최상급의 소금을 생산해 냅니다. 이곳에서 일군 소금은 곰소만 갯벌의 미네랄과 짠맛이 어우러지며 달짝지근한 맛을 냅니다. 그러니 이 소금으로 담은 곰소항 젓갈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생이젓(토하젓), 꼴뚜기젓, 가리비젓, 갈치속젓, 청어알젓, 황석어젓…. 가만 떠올리자니 배가 든든함에도 불구하고 밥 생각이 나며 입안에 침이 절로 고입니다.

(우)부안 여행은 백합죽을 먹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에 그 옛날 ‘어염시초(물고기, 소금, 땔나무)’가 넉넉해 ‘생거부안(살기 좋은 부안)’이라 불렸던 이유가 가늠됩니다. (좌) 가을 빛을 그대로 옮긴 듯한 올 뉴 쏘렌토의 임페리얼 브론즈 색상이 은은하고 세련됐습니다.
| (우)부안 여행은 백합죽을 먹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에 그 옛날 ‘어염시초(물고기, 소금, 땔나무)’가 넉넉해 ‘생거부안(살기 좋은 부안)’이라 불렸던 이유가 가늠됩니다. (좌) 가을 빛을 그대로 옮긴 듯한 올 뉴 쏘렌토의 임페리얼 브론즈 색상이 은은하고 세련됐습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서해안 3대 낙조로 손꼽히는 솔섬 낙조
| 서해안 3대 낙조로 손꼽히는 솔섬 낙조

박성우 시인이 특정 장소에 대해 노래했다면, 부안삼절 중 한 명인 조선 중기 문인 촌은(村隱) 유희경(1545~1636년)은 사랑하는 이가 있는 부안을 절절한 마음으로 노래했습니다. 그는 황진이와 쌍벽을 이루는 기생이자 조선 3대 여류시인 이매창(1573~1610년)을 그리워하며 ‘회계량’이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 보고 / 오동나무에 비뿌릴 젠 애가 끊겨라.’ 시와 거문고에 능하던 이매창과 시를 사랑한 선비 유희경은 그렇게 사랑에 빠졌고, 이들을 기려 직소폭포와 함께 ‘부안삼절(扶安三絶)’로 부릅니다.
 
그런데 이매창은 유희경과만 연관된 것이 아닙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과도 교류하며 시와 노래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허균은 이매창이 세상을 떠나자 매우 슬퍼하며 추모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부안읍 매창로에는 이매창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유희경 시비도 그곳에 함께 자리해 있습니다. 한편, 허균은 우반동(현재의 보안면 반계로) 정사암에 칩거하며 <홍길동전>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가마소 계곡 방면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도적들의 은거지인 굴 바위가 보입니다. <홍길동전>의 주무대는 띠뱃놀이의 섬 ‘위도’입니다. 조기 파시가 성행했던 옛날 칠산어장의 중심지였던 곳이지요. 우동리를 찬찬히 둘러본 후 두고 가는 것이 아쉬워 직소폭포를 다녀오기로 합니다. 사자동 내변산분소까지 약 30km 거리였습니다.

다시금 바다와 나란히 30번 국도를 타고 달립니다. 부안의 바다는 크게 세 번 변검(變?)했습니다. 마치 저 또 한 구름인양 노을빛을 머금은 어제 저녁의 바다는 황홀히 불탔고, 푸른 가을 하늘을 그대로 담은 오늘 아침의 바다는 시리도록 푸르렀습니다. 또 막 이울기 시작한 오후 바다는 태양 빛으로 가득해 눈부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올 뉴 쏘렌토가 미끄러지듯 나아갔습니다. 바다와 이별한 후 숱한 봉우리들과 벗하며 다시 굽이치는 산길을 달렸습니다. 스포티한 이미지를 덜어내고 모던한 감각의 옷을 입으며 안정감을 더한 올 뉴 쏘렌토가 주는 편안함에 괜스레 혼자만 부안을 찾은 것이 미안스러워졌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비었던 자리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태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여행을 할 것입니다.


<즐길거리> 보고 듣고 즐기는 역사, 부안영상테마파크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처음 당겨보는 활시위는 어깻죽지는 뻐근해도 새록새록 재미있습니다
|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처음 당겨보는 활시위는 어깻죽지는 뻐근해도 새록새록 재미있습니다

조선시대 중기의 한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사극 종합 촬영장입니다. <해를 품은 달>, <명량>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활쏘기나 말타기도 체험할 수 있지요. 사실 부안은 전체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격포와 궁항이 있는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전라좌수영’을 설치했던 곳입니다.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로 309-64 문의: 063-583-0975


<볼거리> 푸른 숲을 흔드는 부안삼절, 직소폭포


등산에 자신 없거나, 어린 자녀를 대동했다면 내소사를 둘러본 후 사자동 내변산분소로 자동차를 몰아보세요. 직소폭포로 가는 산책로 입구가 나올 것입니다. 약 2km 거리로 평지나 다름없는 길은 숲이 우거지고 매발톱꽃이며 붓꽃 등이 지천입니다. 직소폭포는 ‘변산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절경을 자랑하는데, 30여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합니다.
문의: 변산반도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3-582-7808




글. 김동옥(여행작가)
사진. 김학리(라이브 스튜디오) 


 

▶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 10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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