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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소리가 마음을 끄는 이유,
빈티지 오디오의 따뜻한 울림2016/02/29by 현대자동차

클릭 한 번이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음악이든 들을 수 있는 시대,
그럼에도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빈티지 오디오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빈티지 오디오 수집가 김상인 씨의 모습
l 빈티지 오디오의 매력에 빠진 김상인 씨를 만나봤습니다



‘번거롭고 귀찮다’는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김상인 씨의 한 줄 요약입니다. 하지만 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따라붙습니다. 날이 서지 않은 풍부한 소리, 하나하나 고쳐가며 길을 들여가는 재미 그리고 오래됨이 선사하는 따스한 감성까지 빈티지 오디오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낡음의 멋, 민낯의 소리

마일즈 데이비스의〈Kind of Blue〉 LP판 모습
l 다이얼을 돌리는 손맛을 느끼며 잡음을 잡아내자 McIntosh 240 메인 앰프로 증폭된 소리가 양끝에 있는 JBL C40 스피커로 풍성하게 흘러나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빈티지 오디오에 빠져 있는 김상인 씨는 푸른색 LP 한 장을 꺼내 들었습니다. 최고의 재즈 명반으로 꼽히는 마일즈 데이비스의〈Kind of Blue〉 발매 50주년 기념 한정 앨범인데요. GARRARD 301 턴테이블에 LP를 올리고 바늘을 대자 ‘지직’ 소리부터 들립니다. 결코, 단번에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법이 없죠. McIntosh C20 프리앰프로 정교하게 조율하며 소리를 맞춰야 합니다. 다이얼을 돌리는 손맛을 느끼며 잡음을 잡아내자 McIntosh 240 메인 앰프로 증폭된 소리가 양 끝에 있는 JBL C40 스피커로 풍성하게 흘러나옵니다.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가 1960년대 영국 BBC에서 쓰던 턴테이블, 1940년대 미국에서 탄생한 앰프와 스피커를 거쳐 그의 작업실을 가득 메웁니다. 클릭 한 번이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음악이든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김상인 씨는 숙고해 음반을 고르고 앰프와 스피커로 최상의 소리를 끌어내기까지 수고로움을 감수합니다.

빈티지 오디오 다이얼의 모습
l 빈티지 오디오의 풍성한 소리는 공기를 채우고 마음까지 채웁니다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늘 음악을 듣기 때문에 소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어요. 컴퓨터에 연결하는 최고급 스피커부터 일반 오디오까지 제대로 듣기 위해 공을 꽤 들였지요. 사실 비싸고 최신형일수록 좋은 건 분명해요. 그런데 좋은 건 끊임없이 나오니까 절대 만족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최고가 아니라 내게 맞는 소리를 찾아보자고 말이죠. 그렇게 접하게 된 게 빈티지 오디오입니다.”

요즘 오디오는 해상력이 좋아 가수가 바로 앞에 있는 듯 생생하게 음악을 들려주는데요. 김상인 씨는 이를 ‘날이 서 있다’고 말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늘 BGM으로 음악을 듣는 그에게는 공간 전체에 소리가 조화롭게 머무는 빈티지 오디오가 더욱 끌렸다고 말합니다.

김상인 씨의 빈티지 오디오가 선반 위에 있는 모습
l “제게 맞는 오디오로 행복하게 음악을 듣는 게 1순위이지 기기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만족감이 줄어들더라고요”

빈티지 오디오를 만나기 위해서는 발품이 필수인데요. 그는 용산에 상태가 좋은 스피커가 들어와 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한달음에 찾아가 지금의 JBL 스피커를 구입했고, 점찍어둔 CD 플레이어가 배를 타고 인천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에 무작정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산속 컨테이너에 사는 판매자를 찾아갔다가 음습한 분위기에 눌려 거래를 마치자마자 줄행랑을 친 기억도 있습니다.

“어렵게 구한 만큼 저도 처음에는 애지중지했어요. 흠집 하나에 마음이 상하고 오디오 위에 물건 올리는 것도 신경이 쓰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 것보다 더 좋은 오디오를 봐도 부럽지 않아요. 제게 맞는 오디오로 행복하게 음악을 듣는 게 1순위이지 기기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만족감이 줄어들더라고요.”

LP 앨범을 들고 있는 김상인 씨의 모습
l “한밤중 홀로 있는 사무실에 퍼지는 빈티지 오디오의 울림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되죠”

“LP 소리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지 아세요? LP는 레코딩 당시의 모든 소리를 다 담고 있거든요. 워낙 정보가 많으니 한 면에 20분 정도밖에 담지를 못해요. 반면 그보다 훨씬 작은 CD는 1시간씩 플레이 되는데요. 꼭 필요한 가청 주파수대의 음원만 넣고 인간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소리는 모두 버려요. CD나 음원의 소리가 더 선명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고 모든 소리를 담아낸 아날로그의 감성은 따를 수가 없습니다.”

턴 테이블에 LP를 올려놓는 모습
l 음악 한 곡을 듣는 데 10분 동안 씨름해야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의 울림은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이죠

아날로그는 민낯의 소리입니다. 김상인 씨가 빈티지 오디오에 과한 욕심과 집착을 거둔 것도 이 꾸밈없는 소리가 스며든 덕이 클 텐데요. ‘수집’이라기보다는 ‘바꿈질’이라고 말하는 그의 빈티지 오디오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뀔 것입니다. 음악 한 곡을 듣는 데 10분 동안 씨름해야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의 울림은 마음을 더 크게 움직입니다.



글. 강현숙
사진. 전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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