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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철강 도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로 운명을 바꾸다2016/02/17by 현대다이모스

시대의 변화를 겪으며 좌절 속에서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되살린 도시, 빌바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구겐하임 미술관 광장에서는 다양한 조형 작품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거대한 거미 조형물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입니다
l 구겐하임 미술관 광장에서는 다양한 조형 작품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거대한 거미 조형물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에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재빨리 반응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도시 또한 순식간에 흥망성쇠가 결정되죠. 낙오될 뻔했던 도시가 관점의 전환으로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문화예술도시라는 막강한 브랜드를 가진 스페인의 소도시, 빌바오의 이야기입니다.



중공업으로 성장한 도시

빌바오에서 나고 자란 시민들에게 구겐하임 미술관은 굴뚝과 크레인들이 만들어냈던 과거의 빛바랜 영광 위에 재건된 새로운 역사이자 미래를 위한 혁신의 상징입니다
l 빌바오에서 나고 자란 시민들에게 구겐하임 미술관은 굴뚝과 크레인들이 만들어냈던 과거의 빛바랜 영광 위에 재건된 새로운 역사이자 미래를 위한 혁신의 상징입니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자치 공동체인 바스크 지방의 중심 도시입니다. 비스케이 만에 인접한 인구 35만 명의 이 소도시는 규모는 작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공업 도시 중 하나였죠. 풍부한 철광석 매장량과 해상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무역과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이 발달해 바르셀로나에 이어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공업 도시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러나 빛에 따르는 그림자도 생기는 법. 산업이 중공업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경제, 문화 전반에서의 다양성이 사라졌고 모든 업종이 하나의 먹이사슬 아래에 존재하게 돼버렸죠. 여기에 1970년대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중공업이 쇠퇴하면서 빌바오의 영광도 멈추는 듯했습니다. 실업자가 폭증하고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으며, 외부에서 빌바오에 진출한 기업들이 철수하며 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빌바오, 선택의 갈림길에 서다

이대로 쇠락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빌바오는 변화를 선택했고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났습니다
l 이대로 쇠락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빌바오는 변화를 선택했고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났습니다

같은 시기, 이웃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는 각 도시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빌바오에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습니다. 이대로 쇠락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빌바오가 선택한 것은 변화였죠. 빌바오 시민들은 과거 도시의 영광을 견인했던 철에 대한 관점을 ‘산업’에서 ‘문화’로 이동시켰고, 문화라는 장치를 통해 도시를 재생시키는 동시에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고 싶은 곳, 시민들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도시가 갖춰야 할 문화적 랜드마크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소장품이 너무 많아 베네치아와 베를린에 2, 3번째 미술관을 개관했고 4번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세계의 도시들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있었습니다.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추진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흔적의 보전’이라는 감성적 가치도 스며 있었는데요. 비록 쇠퇴했으나 철강은 빌바오의 정체성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자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미국의 철강 재벌이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과거의 영광 위에 미래를 세우다

이제 빌바오는 상품으로서의 도시로 따져봤을 때, 그 규모가 예전의 전성기를 뛰어넘었습니다
l 이제 빌바오는 상품으로서의 도시로 따져봤을 때, 그 규모가 예전의 전성기를 뛰어넘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조합을 담은 빌바오의 제안은 잘츠부르크로 향하고 있던 구겐하임 재단의 생각을 바꿔놓았고 끝내 빌바오는 미술관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애초 예상한 미술관 방문자 수는 연 50만 명 정도였지만 1997년 10월 미술관 개관 이후 한 달 만에 1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와 건축비 1억 달러를 단숨에 회수해버렸죠. 이 작은 도시에 연간 유입되는 관광객 수가 1,200만 명이니 그들이 지출하는 돈을 생각해 본다면 이제 빌바오는 상품으로서의 도시 규모가 예전의 전성기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빌바오를 여행하는 법

구겐하임 미술관은 낮 동안엔 자연광으로 빛나고 밤에는 은은한 달빛과 가로등 불빛들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변 산책로의 야경을 놓치지 마세요
l 구겐하임 미술관은 낮 동안엔 자연광으로 빛나고 밤에는 은은한 달빛과 가로등 불빛들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변 산책로의 야경을 놓치지 마세요

빌바오 여행의 출발은 구겐하임 미술관 관람을 시작으로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집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모두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미술관의 대표 공간인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모두 19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고, 전시 작품들은 주로 1950년대 이후 세계 미술을 이끈 파블로 피카소, 피에트 몬드리안, 바실리 칸딘스키, 잭슨 폴락, 앤디 워홀 등 거장들의 것입니다.

구겐하임 미술관 옆으로 네르비온 강을 가로지르는 주비주리 다리는 빌바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보행자 전용 다리입니다. 바스크 말로 하얀색(Zuri)을 뜻하는 이 다리는 구겐하임 미술관 앞에 있는 빨간 기둥의 살베 다리와 함께 ‘아반도이바라’라고 불리는 신시가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입니다.

빌바오는 낮은 산지와 강, 바다로 둘러싸여 시내의 전체 경관을 한눈에 담으려면 아르트산다(Artxanda)언덕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주비주리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약 5분쯤 걷다 보면 케이블카인 푸니쿨라(Funicular) 정류장을 찾을 수 있는데요. 언덕까지 15분에 한 대 꼴로 운행하며 편도 0.95 유로, 올라가는 데까지 3~5분 정도 소요됩니다. 밤 10시까지만 운행하니 야경을 볼 생각이라면 운행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글. 여행작가 이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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