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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를 즐겨보는 젊은 세대
대중문화가 노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들2016/09/21by 현대파워텍

대중문화 속, 실버 세대와 젊은 세대의 소통
노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들을 소개합니다

노부부
l 최근 대중문화에서 노년 소재의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대중문화에서는 심심찮게 노년들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콘텐츠들에는 두드러지는 특징이 보입니다. 그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재와 어떻게 공존하고 소통할 것인가를 모색한다는 점입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 나이가 아닌 친구의 관점으로

드라마<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l 낯익은 중견 연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공식 홈페이지

지난 7월 종영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디어 마이 프렌즈>는 실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시도를 보여줬습니다. 김영옥, 나문희, 김혜자, 고두심, 박원숙, 윤여정, 주현, 신구. 이 여덟 명이 한 드라마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이들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점도 특별합니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이들 같은 중견 연기자들의 역할이란 젊은 주인공들의 뒤편에 서서 그들을 지지해주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죽음을 마치 밥 먹는 얘기 하듯 꺼내고, 이제는 바싹 말라버려 눈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지만, 그들은 삶에서 겪은 고통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왔고 어느 순간에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무너지는 그런 존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그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그 자세한 면면들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잘 몰랐던 어르신들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저 그들만의 회고적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화자가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인 박완(고현정)으로 설정된 것은 드라마에서 전달하는 바가 세대를 넘어선 소통임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꼰대로만 생각했던 어르신들이지만 박완은 차츰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가며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처럼 그들을 대하게 됩니다. 나이 차가 있는 어르신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같이 늙어가는 친구의 관점. 여기에는 지금 현재 실버 문화가 지향하는 현세대와의 소통과 공존의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꽃보다 할배>, <힙합의 민족>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
l 실버세대가 주축이 된 콘텐츠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tvN <꽃보다 할배> 공식 홈페이지

사실 <디어 마이 프렌즈>에 공감한 것은 젊은 세대가 훨씬 많았습니다. 즉 현재의 실버세대들에게 이 드라마는 그리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건 노희경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그리려는 실버가 현재의 노년층이 겪는 리얼리티에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드라마는 미래의 실버가 이랬으면 하는 판타지를 담았습니다. 그러니 중년을 포함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자신도 그렇게 늙고 싶은 욕망을 드라마를 통해 확인하며 공감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판타지에 공감하는 현 실버세대들도 존재합니다. 육체적인 나이를 뛰어넘어 청춘을 구가하는 실버들도 있습니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그런 실버세대의 판타지를 보여줬습니다. <꽃보다 할배>가 처음 떠난 파리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신구가 아침을 먹으며 홀로 배낭 하나 들고 여행을 하는 한 젊은 청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신구와 청춘의 나이 차는 사라졌습니다. 신구가 던진 그 말은 그에게도 여전히 마음 한가운데 존재하는 청춘을 슬쩍 꺼내 보여준 셈이 되었습니다. 실버들이 젊은 세대와의 공유점을 찾아낼 때 그 문화는 비로소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우리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옵니다.

예능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
l 힙합으로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JTBC <힙합의 민족> 공식 홈페이지

<힙합의 민족>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젊은 래퍼들과 함께 힙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저 욕쟁이 할머니처럼 여겨졌던 할머니들은 가사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통해 현 세대와 소통하는 순간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힘겨웠던 청춘의 이야기를 힙합에 담아 노래 불렀고, 지금의 청춘들은 그 노래에 진심어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나이는 점점 숫자에 불과한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청춘 같은 어르신이 있을 수도 있고, 거꾸로 꼰대 같은 청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지위를 갖던 시대는 점점 물러나고 있습니다.



미래의 실버문화, 꼰대가 될 것인가 아재가 될 것인가

드라마<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한 배우 나문희, 김혜자
l 여러분은 어떤 중년으로 살아갈 것인가요?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공식 홈페이지

<디어 마이 프렌즈>나 <꽃보다 할배> 혹은 <힙합의 민족> 같은 실버 소재 콘텐츠들은 다가올 현실을 판타지처럼 보여줍니다. 이는 미래의 실버가 될 지금의 중년들이 중요한 위치에 서 있음을 말해줍니다. 즉 미래의 실버문화는 지금의 중년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최근 아저씨를 부르는 두 표현, 즉 ‘꼰대’ 혹은 ‘아재’라는 표현은 그래서 미래의 실버문화를 만들어가는 중년들이란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즉 ‘꼰대’가 어딘지 구세대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아저씨를 표현하고 있다면, ‘아재’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이렇게 똑같은 중년 세대를 서로 다른 표현으로 부른다는 건 그 지향점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꼰대가 될 것인가 아재가 될 것인가를 묻는다면 대부분은 중년들은 후자를 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꼰대와 아재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다름 아닌 ‘소통’입니다. 현세대와 소통하지 않은 기성세대를 꼰대로 부르는 반면, 그래도 소통하려 노력하는 이들을 아재로 부른다는 것. 결국 지금의 중년들이 추구하는 꼰대가 아닌 아재를 지향하는 삶, 그것은 향후의 새로운 실버문화를 가능하게 할 동력이 되는 셈입니다.

나이는 점점 숫자에 불과한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청춘 같은 어르신이 있을 수도 있고, 거꾸로 꼰대 같은 청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연장자로서의 지위를 갖던 시대는 점점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 차가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시대입니다. 새로운 실버문화가 우리 앞에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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