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관점의 변화가 만들어낸 매력의 주인공
꽃중년과 오덕후를 주목하자2016/03/04by 현대다이모스

집단 문화에서 ‘마이웨이’로.
판이 뒤바뀌고 있습니다

남자가 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
l 집단에 묻어가야만 했던 시절은 이제 지났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가꾸고 개성을 내세우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왔죠



절대적 빈곤을 모르고 자란 세대가 사회 주류로 성장합니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풍부한 영양 섭취로 평균연령이 올라갑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적 향유를 당연하게 여기며 자란 세대가 주류가 되면서, 성년 세대의 문화적 욕구도 커졌습니다. 집단문화가 붕괴하며 개인의 취향이 지배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오덕후의 반란

미니언즈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
l 이렇게 귀여운데 안 좋아하고 배길 수 있나요? 이젠 당당하게 ‘덕질’ 하세요

지난해,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배우 심형탁이 출연해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의 ‘뚜찌빠찌뽀찌’ 춤을 선보였을 때, 주위 연예인들은 ‘멘붕’에 빠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오덕후’를 연상케 하는 심형탁의 행동이 낯설었기 때문인데요. 오덕후는 어떤 분야나 대상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열중하며 집착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변형된 말입니다. 비정상, 사회적응 불가, 음습한 분위기와 못생긴 외모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많은 오덕후들이 정체를 숨기고 살았죠. 심형탁의 ‘덕밍아웃(자신이 오덕후임을 밝힘)’은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반전사태였습니다. 전혀 음습하지 않은, 당당한 직업과 외모의 남자가 오덕후를 자처하며 나섰으니까요.

건담과 비슷한 로봇의 상반신 사진
l 음지에 숨어있던 오덕후들이 떳떳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양지로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계 인사들은 당황했지만, 네티즌은 열광했습니다. 데뷔 18년 차가 되도록 빛을 보지 못했던 심형탁은 포털사이트의 상위 검색 순위를 점령하며 급기야 금융권 CF까지 찍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연말 화제였던 EXID 하니의 〈위아래〉 춤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역주행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도 바로 걸그룹 덕후들이었습니다. ‘대포’라고 불리는 망원렌즈 카메라를 들고 걸그룹을 따라 다녔던 덕후들은 다소 무시당하던 존재였지만 이제는 그 위상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분야별 오덕후들이 출연해 자신이 ‘덕질’을 하는 분야에 대해 지식을 풀어놓는 예능 프로그램도 생겨났습니다. 2015년 네이버 신조어 1위로 ‘덕력’이 선정된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죠.



아저씨 말고 오빠라고 불러다오

배우 지진희의 사진
l 드라마 <애인 있어요>의 남자주인공 지진희는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젠틀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얼마 전까지 안방극장에서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서 최진언 역할을 맡은 지진희인데요. 우리 나이 46세로 예전 같으면 주인공의 직장 상사 역할 정도나 했을 나이였죠. 하지만 당당히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 여성 시청자들을 ‘진언 앓이’로 몰아넣었습니다. 최진언이 보여주는 모습은 옛날식 아저씨와는 거리가 먼데요. 여주인공의 신발끈을 묶어주고, 나란히 서서 이어폰으로 함께 음악을 들으며 풋풋한 청년기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배 나오고 펑퍼짐한 옷을 입은 전통적 아저씨의 모습도 아니죠.

드라마 ‘신사의 품격’ 남자 주인공 4명의 사진
l 이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등 40대 남자배우들을 내세운 드라마 신사의 품격부터였습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당시, ‘꽃중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나이는 40대 이상이지만 전통적 아저씨는 아닌, 마치 청년 같은 아저씨라는 의미입니다. 이후 예능계는 유재석을 필두로 한 40대 MC 군단이 정점을 지키고 있고, 영화계에서도 황정민, 김윤석, 이병헌 등 40대 이상의 배우들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계에서도 신화, god 등 돌아온 스타들이 각광받았죠. 연예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노무족(No More Uncle)’이 등장해 아저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습니다. 문화적 향유, 외모 관리,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청년 못지 않은 이들이 아저씨의 상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관점의 전복이 가져온 존재의 혁신

원래 오덕후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방송에선 아예 쓸 수도 없는 말이었지만, 특정 취미를 열정적으로 즐기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 호감의 대상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과거 중년의 의미는 꽃다운 시절을 벗어나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돈이나 버는 무색무취한 존재로 스스로를 정의했지만, 자신을 가꾸고 취향을 즐기는 청춘의 연장선상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을 바꾸며 꽃중년으로 거듭났습니다. 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생각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옛날식 관점을 고수하는 사람은 흐름에서 밀려나지만, 생각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사람은 흐름을 선도합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매력적인 시대가 왔습니다.



글.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