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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에서 기계와 사람이 대국한다면?
4가지 숫자로 살펴보는 혁신 기술2016/03/08by 현대위아

어렵기만 한 신기술들을
4개의 숫자로 소개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숫자가 떠다니는 장면
l 0부터 9까지, 단 10개의 숫자로 표현되는 오묘한 숫자의 세계, 숫자로 살펴보는 혁신 기술 세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세상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숫자입니다. 빛이 100년 동안 전진한 거리를 숫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머리가 지끈거리게 하는 숫자지만 그만큼 정보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없죠. 숫자로 살펴보는 혁신 기술의 키워드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19X19, 셀 수 없는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 알파고는 다 알고 있다

19X19가 왼쪽 상단에 적혀있고 흰색 바둑알을 놓는 모습
l ‘응답하라 1988’의 최택 9단도 이길 것 같은 알파고를 소개합니다

바둑은 돌을 놓을 수 있는 지점도 19x19로 체스판보다 2배 이상 큽니다. 따라서, 체스에서 한 수를 뒀을 때 예측 가능한 다음 수는 20수 내외이지만, 바둑은 200수 이상의 경우의 수가 나오게 됩니다. 처음 두 번씩 턴을 돌아가면 체스는 400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기지만, 바둑은 13만 가지가 넘는 경우의 수가 생깁니다. 체스와 비교할 때 경우의 수가 10의 100 제곱 이상 많은 것이죠. 바둑의 경우의 수는 대충 계산해 보아도 0이 768개나 붙는 숫자가 나옵니다.

이렇게 복잡한 바둑 경기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유럽 바둑 챔피언이자 중국 프로 바둑 기사인 판 후이를 이겼습니다. 연구팀은 알파고를 기존 인공지능 게임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패턴을 읽어내는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골격으로 삼은 것인데요. 먼저 프로 바둑 기사들의 경기에서 나온 약 3,000만 가지의 수를 알파고에 입력해 학습시켰습니다. 바둑의 규칙은 바둑돌의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익혀갔죠. 이후에는 스스로와 겨루는 경기를 반복해 경험을 쌓으면서 학습 효과를 강화해 나갔습니다.

픽셀 단위로 바둑판을 분석해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이미지 인식 기술도 사용합니다. 또한, 불리한 수라고 판단되면 관련된 모든 경우의 수를 제외해 기존의 한계를 넘었습니다. 그 결과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 벌인 대결에서 승률 99.8%를 기록했죠. 알파고를 중단 없이 4주 동안 자가 학습시키면 100만 번의 경기를 할 수 있는데, 1명의 기사가 1,000년 동안 바둑을 두는 것과 같은 숫자입니다.



흔하디 흔한 파지, 항생제의 대체 수단이 되다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모습
l 파지는 ‘박테리오파지’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의학계에서 파지를 구원투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지하면 버려진 종이만 생각나시나요? 파지는 박테리아를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를 말합니다. 파지는 생물권에 가장 널리 있는 존재로 추측됩니다. 어디에나 존재하며 토양처럼 숙주로 삼을 박테리아가 풍부한 곳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파지의 숫자는 10의 31승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 인구를 100억 명이라고 쳐도 10의 10승이고, 한 사람이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쳐도 모든 사람의 세포 개수는 ‘고작’ 10의 24승입니다. 이제 10의 31승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느껴지시나요?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 파지에 관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파지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잡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유아들에게 치명적인 박테리아를 죽이는 파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의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1억℃, 태양보다 더 뜨거운 태양을 만들다

우주에서 태양이 빛나고 있는 모습
l 태양보다 더 뜨거운 태양이 지구에 있다!

1억℃는 어디에서 나온 온도일까요? 바로 태양입니다. 태양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핵융합 반응 때문입니다. 태양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죠. 이러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극고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태양의 중심은 1,500만℃ 정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죠. 태양이 지닌 엄청난 중력과 높은 플라즈마 온도 덕분에 핵융합할 수 있는 것이죠.

지구에서 이러한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만들려면 태양과 유사한 환경, 즉 초고온과 압력을 지닌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조건이 1억℃죠. 이 실험에 성공하면 인류는 태양보다 뜨거운 태양을 만들어 꿈의 에너지를 손에 넣을 수 있겠죠?



영하 268℃, 태양을 담는 그릇의 핵심이 되다

연기가 나는 반투명한 정육면체가 떠있는 모습
l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받는 그릇은 뜨거워야 할까요? 차가워야 할까요?

하지만 더 뜨거운 태양을 만들게 되면 그 태양은 어디에 담을까요? 보통 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인 ‘토카막(Tokamak)’을 활용하는데요. 하지만 일반 전자석으로는 저항이 생겨 가동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금속이나 합금을 절대온도인 -273℃로 냉각하면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일반 전자석보다 적은 저항으로 핵융합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죠. KSTAR를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그릇’이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KSTAR는 최첨단 핵융합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초전도 토카막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초전도 토카막 극저온 냉각 달성과 극저온 냉각 시운전을 단번에 완료했다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같은 극저온 기술은 핵융합 장치뿐 아니라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LNG 선박, 인공위성 발사체, 적외선 감시 정찰, MRI, 극저온 수술 등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실생활에 활용될지 기대됩니다.



글. 문화컬럼기자 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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