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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축제가 펼쳐지는 곳
재즈와 맛집의 도시, 뉴올리언스2016/05/02by 현대다이모스

매일이 축제인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뉴올리언스 중심지에 사람이 모여있는 모습
l 재즈 덕후라면 가장 가고 싶은 도시는 어디일까요?



재즈는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 등 여러 가지 악기가 즉흥적으로 빚어내는 연주가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자유롭게 제 목소리를 내다가도 어느새 하나로 뭉쳐 조화를 이루는데요. 악기 각각이 서로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며 친밀하게 교감하기 때문이죠.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재즈처럼 자유롭게 섞이고 흘러 하나로 융합하는 다양한 문화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재즈의 도시에 숨은 역사

빨간색 트럼펫을 불고 있는 사람의 모습
l 재즈의 본고장답게 눈 가는 곳 어디든 이렇게 연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최대 도시인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본고장으로 유명한데요. 재즈의 탄생지이자 매년 4월 열리는 세계적인 재즈 페스티벌의 개최지로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죠. 그러나 오늘날 이곳이 재즈의 도시가 된 배경에는 아픈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의 하구와 더불어 남미와 유럽을 잇는 멕시코만을 끼고 있는 항구 도시인데요. 기후가 온화해 농업이 발달했고 천연가스, 원유, 목재 등 각종 자원도 풍부해 일찍이 유럽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이 땅을 노려왔기 때문이죠. 1718년에는 프랑스가, 1764년에는 스페인이, 다시 1803년에 프랑스가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는데요. 1803년, 신생독립국이었던 미국의 영토가 된 이후로는 면화 생산과 노예무역의 중심지로 번창했습니다.



경청의 융합이 만들어낸 음악

한 악단이 길거리에서 연주하고 있는 모습
l 재즈의 매력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속에서 태동한 뉴올리언스의 역사와 닮았습니다

하루아침에 낯선 땅으로 끌려와 노예로 전락한 흑인들에게 음악은 치유제였습니다. 그들은 아프리카 특유의 경쾌한 리듬과 선율을 흥얼거리며 노동의 고됨,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삶의 애환을 달랬죠. 19세기 후반 노예 해방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흑인이 레스토랑과 펍,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악단 대부분은 유럽계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크레올(Creole)이었는데요. 그들은 뉴올리언스의 역사에 깊이 배어있는 다양한 문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태생처럼 아프리카 특유의 역동적인 리듬에 유럽 군악대의 화려한 악기 구성과 연주 기법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트럼펫, 클라리넷, 트럼본 등의 멜로디 악기와 드럼, 기타, 튜바,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등의 리듬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를 펼치는 이 음악이 바로 재즈입니다. 20세기 초반 벙크 존슨, 조 킹 올리버, 루이 암스트롱 등 오늘날 재즈의 거장으로 불리게 된 많은 음악가가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했는데요. 덕분에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됐죠. 다양한 악기가 각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뽐내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소리를 경청하며 자연스럽게 하모니를 이뤄 빚어내는 재즈의 매력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속에서 태동한 뉴올리언스의 역사와 닮았습니다.




매일이 축제인 뉴올리언스의 봄

화려한 모습의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
l 화려한 가면과 복장으로 한껏 치장한 인파와 퍼레이드 카의 행렬, 흥겨운 음악과 춤이 도시 전체를 축제의 열기에 흠뻑 취하게 합니다

일 년 내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뉴올리언스를 찾기에 가장 좋은 때는 봄철입니다. 특히 3월과 4월은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마르디 그라(Mardi Gras)와 세계 최대의 재즈 페스티벌인 재즈 앤 헤리티지 페스티벌(Jazz and Heritage Festival)이 열리는 대대적인 축제 기간이죠.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열리는 마르디 그라는 1837년 뉴올리언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돼 오늘날 미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봄 축제입니다. 프랑스어로 ‘살찐 화요일(Fat Tuesday)’을 뜻하는데, 본래 가톨릭에서 부활절을 맞이하기 전의 단식 기간을 위해 마음껏 먹고 마셨던 풍습에서 기원했습니다. 이 축제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이식된 가톨릭 문화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남미의 사육제 문화가 결합해 탄생했는데요. 화려한 가면과 복장으로 한껏 치장한 인파와 퍼레이드 카의 행렬, 흥겨운 음악과 춤이 도시 전체를 축제의 열기에 흠뻑 취하게 합니다.

4월 말과 5월 초 사이에는 이 도시의 음악적 유산을 기념하는 재즈 앤 헤리티지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1970년 첫 개최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재즈뿐 아니라 R&B, 락, 가스펠, 라틴 음악, 아프리카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대규모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했죠. 2주간의 축제 동안 활기 넘치는 브라스 밴드가 도심을 행진하고, 100여 개의 좌판이 벌어져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킵니다.

축제를 놓쳐도 아쉬울 건 없습니다. 뉴올리언스는 ‘남부의 할리우드(Hollywood South)’라고 불릴 만큼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데요. 2013년 흥행작 〈나우 앤 씨 미〉,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을 비롯해 2015년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혹성탈출〉 등 쟁쟁한 흥행작들의 속편이 촬영됐습니다. 전미 시청률 1, 2위를 자랑하는 인기 드라마 〈NCIS〉의 자매편인 〈NCIS 뉴올리언스〉도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죠.




거리를 따라 다채로운 문화와 만나다

철문에 여러 장의 그림이 걸린 모습
l 테라스가 있는 유럽풍 건축물과 프랑스어 간판들로 가득한 이곳을 걷다 보면 마치 당대의 유럽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합니다

1718년 프랑스인들이 미시시피 강변에 조성한 프렌치 쿼터는 이 도시 최초의 도심이었고, 신도심이 생겨난 후에도 여전히 뉴올리언스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입니다. 프렌치 쿼터의 최남단에 위치한 잭슨 광장은 유럽 식민지 시절 군인들의 호령 소리가 울려 퍼졌던 연병장이었지만 현재는 거리의 예술이 생동하는 야외 갤러리입니다. 음악가는 연주하고, 화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거나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행위 예술가는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득의양양하게 펼치는 모습은 일상이죠. 광장에서부터 미시시피 강을 따라 이어지는 보행로인 ‘문 워크(Moon Walk)’는 높은 제방 위에 자리한 덕분에 전망이 좋습니다. 미시시피 강의 전경과 더불어 신도심의 고층 빌딩, 미시시피 강을 가로지르는 그레이터 뉴올리언스 다리, 강을 오가는 증기선과 항구 등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좋답니다.



카페에서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l 싱싱한 해산물과 농산물로 만든 크레올 퀴진을 맛볼 수 있고, 다국적인 색채를 띤 액세서리와 독특한 기념품도 구경할 수 있죠

잭슨 광장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산물 직거래 시장과 각종 벼룩시장이 뒤섞인 프렌치 마켓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 바들이 즐비한 버번 스트리트에선 수준급의 흑인 음악가들이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고, 딕시랜드(Dixieland: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한 재즈)를 표방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빨래판, 튜바, 베이스, 드럼 등을 이용해 거리에서 즉흥적으로 펼치는 공연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툴레인 대학 남쪽에서 미시시피 강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공원인 오듀본 파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퐁타르바 빌딩, 스페인 정부 청사였지만 현재는 루이지애나 주립박물관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카빌도, 미국 동남부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들을 모아놓은 뉴올리언스 미술관, 풋볼과 야구 같은 각종 스포츠와 서커스와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루이지애나 슈퍼돔 등도 가볼 만한 곳이 많습니다. 마치 재즈처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자유롭게 뒤섞여 이루는 색채와 하모니로 가득한 뉴올리언스. 이 도시를 걸을 땐 언제나 두 귀를 활짝 열어두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당신의 귀를 자극할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올지 모르니까요.




글. 김영하 자유기고가
사진. 조은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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