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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재료의 고품격 변신!
기품 넘치는 천리찬&두부선 레시피2016/08/17by 현대자동차그룹

육포와 두부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와
특별한 요리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테이블에 그릇과 젓가락이 놓인 모습
l 지금은 일상적이지만, 과거에는 임금님에게만 허락되었던 재료들로 만든 품격 있는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육포와 두부는 겉으로 보기엔 더없이 간단하지만 어마어마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식재료들입니다. 지금은 당연한 일상의 먹을거리가 되었지만, 몇백년 전에는 임금님처럼 특별한 존재에게만 허락됐던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육포와 두부로 만든 품격 넘치는 음식 두 그릇을 소개합니다.



먼 여정에 꼭 챙겼던 특별식, 천리찬

육포를 양념에 버무린 천리찬
l 천리찬은 육포를 결 따라 곱게 찢은 뒤 갖은 양념에 버무린 요리입니다

천리찬은 ‘천 리 길에 먹는 반찬’이란 뜻으로 지방에 사는 양반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먼 여정에 꼭 챙겼던 요리입니다. 소고기를 채 썰어 갖은 양념을 넣고 볶아 만드는 ‘장똑똑이’와 비슷하지만, 소고기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고 육포로 만들어 조리한 마른반찬이라 더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재료
육포(손바닥 크기) 5장, 잣가루 1큰술, 꿀 1큰술, 참기름 1큰술, 간장 약간,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육포는 흐르는 물에 씻어 랩을 씌워 두었다가 말랑해지면 방망이로 두드려가며 잘게 찢습니다.
2. 준비된 1을 볼에 담고 잣가루, 꿀, 참기름, 간장, 후춧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립니다.

*TIP
잘게 찢기 힘들 때는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짧게 끊어가며 갈아도 됩니다.

육포 재료
소고기(우둔살) 500g

양념
간장(진간장) 5큰술, 꿀 1큰술, 설탕 2큰술, 후춧가루 반 작은술

만들기
1. 소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우둔살 부위로 골라 결 방향으로 두께 0.4cm 정도로 얇고 넓게 포 떠서 기름과 힘줄을 말끔히 발라냅니다.
2. 큰 볼에 양념을 담고 준비된 1을 한 장씩 골고루 적셔 간이 잘 배도록 1시간 정도 둡니다.
3. 준비된 2를 채반에 겹치지 않게 펴 널어서 식품 건조기에 넣고 70도 정도로 7~8시간 말립니다.
4. 잘 마른 육포는 비닐이나 랩으로 싸서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 보관합니다.

*TIP
먹을 때는 육포의 양면에 참기름을 고루 바른 뒤 석쇠에 얹어 앞뒤로 살짝 구워 먹으면 좋습니다. 식품 건조기가 없다면 채반에 널어 통풍이 잘되고 해가 잘 드는 곳에서 말립니다.



평생 한 번뿐인 경삿날, 상차림의 으뜸이었던 육포

육포의 모습
l 육포는 과거엔 왕족이나 사대부처럼 특별한 계층에게만 허락되던 음식이었습니다

소고기를 얇게 포 떠서 양념에 재워 말린 육포는 간식, 반찬, 안주 등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습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왕족이나 사대부처럼 특별한 계층에게만 허락된 음식이었습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신라 신문왕의 폐백 품목에서 처음으로 소금과 술에 절인 육포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고려를 방문했던 송나라 사신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는 사신을 위해 차린 접대상에 육포가 차려져 있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조선 시대 궁중 잔치에는 ‘절육’이라고 해서 소고기포, 꿩포, 닭포, 말린 어류, 조개류가 상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육포를 최고로 여겼습니다. 또한 임금님이 하루 중 가장 먼저 먹는 식사인 초조반상에도 육포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궁중 문화가 사대부가를 거쳐 민가로 내려오면서 언제부턴가 혼례나 환갑 같은 큰 경삿날의 상차림에도 육포가 오르게 되었습니다.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던 당시 사회에서 소고기로 만든 육포는 평생에 걸쳐 몇 번 맛보기 힘든 귀한 음식이기도 했거니와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주는 의미 또한 남달랐을 것입니다. 조선 후기의 음식을 비교적 잘 정리해놓은 저자 미상의 요리책 <시의전서>는 육포를 ‘약포’라 칭하며 만드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한 소고기를 너비아니처럼 저며 유장(기름장)에 재웠다가 깨끗한 채반에 펴서 널어 뽀독하게 말립니다. 이것을 걷어 좋은 진장(진간장)에 꿀, 깨소금, 기름, 후춧가루,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다시 주물러 재워 채반에 펴고 잣가루를 많이 뿌려 말리는데, 완전히 말리지 않고 촉촉할 때 걷어 씁니다.”

넓적하고 얇게 포를 떠서 힘줄이나 기름기가 없도록 세심하게 손질하는 과정에서 절로 마음이 정갈해지고, 벌레나 먼지가 앉지 않도록, 또 적당히 연하게 잘 말려지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수시로 앞뒤를 뒤집는 과정에서 한결같은 정성을 담아내기에 육포는 오늘날 잔칫상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식탁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궁중에서 먹던 품격 있는 두부 요리, 두부선

두부에 닭고기와 야채를 함께 얹어 찐 요리인 두부선
l 곱게 다진 두부를 각종 재료와 찜통에서 찐 두부선은 맛이 깨끗하고 담백합니다

두부선은 곱게 다진 두부에 닭고기를 섞고 소금, 다진 파와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하여 평평하게 반대기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오색 고명을 고루 얹어 찜통에서 찐 요리입니다. 궁중과 반가에서 먹던 두부 요리로, 맛이 깨끗하고 담백합니다. 알싸한 겨자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재료
두부 1모(300g), 닭안심이나 닭가슴살 100g, 말린 표고버섯 2개, 석이버섯 3개, 잣 1작은술, 달걀 1개, 실고추 약간

밑간 양념
소금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파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겨자장
연겨자 1큰술, 물 1큰술, 식초 1큰술, 잣가루 1작은술, 꿀 1작은술

만들기
1. 두부를 키친타월에 싼 뒤 꾹 눌러 물기를 빼고 칼등으로 곱게 으깨 체에 내립니다.
2. 닭안심이나 닭가슴살은 살만 발라서 곱게 다집니다.
3. 말린 표고버섯과 석이버섯은 물에 불린 뒤 비벼서 손질해 채 썰고, 잣은 고깔을 떼고 세로로 반을 가릅니다.
4. 달걀은 황백으로 나눈 뒤 지단으로 부쳐 곱게 채 썰고, 실고추는 3cm 길이로 자릅니다.
5. 준비된 1의 두부와 2의 고기를 섞어 밑간 양념을 넣고 고루 섞습니다.
6. 젖은 행주를 펴고 양념한 두부를 1cm 두께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고르게 펴서 그 위에 석이버섯, 지단, 실고추, 잣을 고루 얹고 다시 젖은 행주를 덮어 살짝 누릅니다.
7. 찜통에 10분쯤 찌다가 한 김 식힌 후 네모지게 썰거나 모양 틀로 찍어 겨자장을 곁들여 냅니다.

*TIP
두부와 닭고기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지도록 충분히 곱게 으깨어 섞어야 목 넘김이 부드럽습니다.



사대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희고 고운 자태, 두부

두부가 접시에 담긴 모습
l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두부를 칭송하는 시들을 남기기도 했답니다

생식, 부침, 찌개나 국, 조림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두부는 오늘날 우리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중국 명나라 시대의 약학서 <본초강목>에 따르면 두부는 기원전 2세기경 한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두부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고려 말 성리학자 이색이 쓴 <목은집>에서인데요. “이 없는 사람 먹기 좋고 늙은 몸 양생하기에 더없이 좋네”라는 시 구절이 당시에도 두부가 건강식으로 인식되었음을 알려줍니다.

‘포(泡)’라고 불렸던 두부는 육식을 금하는 승려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고려 시대 때부터 사찰을 중심으로 그 제조와 요리법이 발달했습니다. 왕릉을 모시는 사찰에 조포사(造泡寺)라는 두부 제조소를 두었고 이따금 궁녀들을 보내 그 제조법을 가르치게 했다는 기록이 이를 방증합니다. 평민들은 두부의 제조법을 몰랐을 뿐 아니라 두부를 만드는 데 요구되는 섬세한 과정들, 이를테면 불의 세기나 온도, 시간 등을 조절해야 하는 까다로움 때문에 쉽사리 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사대부들은 임금님이 내린 포상이나 궁중 연회를 통해 이 귀한 음식을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선의 사대부 정신을 상징하는 백자처럼 희고 고운 자태 때문이었을까요? 사대부들은 두부를 부드러운 맛, 은은한 향, 아름다운 색과 광택, 반듯한 모양, 먹기에 간편함 등을 들어 오미(五美)를 갖춘 음식으로 칭송했다고 합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인인 권근은 두부를 맛보고 “누렇게 익은 콩이 눈같이 하얀 물을 뿜어/펄펄 끓는 가마솥 불을 정성 들여 거둔다/기름에 번지르르한 동이 뚜껑을 열고/옥같이 자른 것이 밥상에 가득 쌓인다”고 노래했으며, 조선 전기의 문신인 서거정 역시 두부의 맛과 향을 예찬하는 시를 남겼습니다.

처음엔 제사상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사대부들이 친교를 다지거나 정사를 논하기 위해 주최하는 연회상에도 점차 두부가 오르기 시작했고, 꼬치에 꿴 두부를 닭 삶은 물에 담가 천천히 익혀 먹는 ‘연포탕’을 만들기 위해 절간으로 달려가는 양반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하니 두부를 향한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글. 신보은
사진. 김현희 프리즘 스튜디오
요리, 스타일링. 김영빈 쿠킹 스튜디오 수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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