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지구의 4분의 1을 모험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 7박 8일의 여정2016/02/11by 현대로템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무려 지구 둘레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립니다.
철길 따라 유랑하며 열차 안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매력여행,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소개합니다

만 전체가 꽁꽁 얼어 쇄빙선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항구 풍경은 ‘부동항’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l 만 전체가 꽁꽁 얼어 쇄빙선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항구 풍경은 ‘부동항’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 Trans-Siberian Railway)는 현존하는 철도 노선 중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합니다.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도 모스크바까지, 노선의 총길이만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9,288km)에 달하죠. 쉴 새 없이 달려도 7박 8일, 중간 도시들을 거치게 되면 최소 열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러시아가 주는 낯설고 이국적인 이미지, 그리고 광대한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모험과도 같은 여정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철도는 항상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출발합니다
l 러시아 철도는 항상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출발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지만 서양식 건물과 금발의 러시아 사람들을 마주하면 큰 문화적 차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횡단철도의 첫 열차는 매일 오전 4시경에 블라디보스토크역을 출발합니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건 러시아 철도가 항상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시간표상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일 오전 4시경에 첫 열차가 출발하지만, 극동 기준시의 경우 이에 7시간이 더해져 실제 출발시간은 오전 11시가 됩니다.

열차에 오르면 생각보다 안락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객실이 보입니다
l 열차에 오르면 생각보다 안락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객실이 보입니다

열차의 가장 저렴한 객실인 개방형 6인실은 플랏츠카르타(Плацкартный)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객실은 세 개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4인실인 쿠페(Купе)는 복도와 격리되어 있다는 점만 빼면 두 배가 넘는 요금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없고, 2인실인 륙스(Люкс)는 너무 비싸고 호화스러워 선택의 폭이 제한됩니다. 2층으로 된 자리 위에 각각 매트리스와 시트를 깔면 침대가 돼, 수일간에 걸친 기나긴 여정에도 비교적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죠.



보석과도 같은 극동, 시베리아 도시들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횡단철도 연선 도시들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l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횡단철도 연선 도시들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아무르 강을 끼고 있는 하바롭스크(Хабаровск)에 도착하면, 트랜스피구레이션 성당과 우스펜스키 성당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러시아 정교 사원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성당의 금빛 돔이 장관인데요. 겨울철에는 꽁꽁 얼어붙은 아무르 강 풍경도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죠. 황량한 벌판이 끝없이 펼쳐지는 북만주 지역을 지나면, 바이칼호에 앞서 울란우데(Улан-Удэ)를 거칩니다. 울란우데는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부랴티야 공화국의 수도로, 몽골계 러시아인들인 부랴트인들의 자치 지역입니다. 두 개의 민족과 종교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화려하게 꾸며진 중심가의 혁명광장에서는 도시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한국의 컵라면은 러시아에서 더 인기랍니다
l 한국의 컵라면은 러시아에서 더 인기랍니다

울란우데를 지나고 나면 세계 최대의 담수호, 바이칼 호수에 이르게 됩니다. 약 3시간에 걸쳐 호반을 따라 달리는 구간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새하얗게 얼어붙은 풍경이 펼쳐지다가도,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날이 개고 따스해지며 하늘도 호수도 푸른빛을 되찾아 가죠. 바이칼 호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은 이르쿠츠크(Иркутск)를 거점으로 삼고, 약 1~2일의 일정을 잡아 리스트비앙카나 알혼 섬을 다녀가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라면 슬류단카를 추천합니다. 슬류단카는 바이칼 호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기차역에서 호수까지 걸어서 불과 5분이면 다다를 수 있어 짧은 시간동안 바이칼 호를 만끽하기에 제격이죠.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모스크바

좁은 열차 안에서 며칠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객실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l 좁은 열차 안에서 며칠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객실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열차 안에서 새롭게 맺는 인연도 철도여행의 묘미입니다. 말은 서로 통하지 않아도 넉살 좋은 러시아 사람들은 금세 낯선 여행객에게 다가와 먹거리와 보드카를 테이블 위에 풀어놓으며 친근감을 표하죠.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동원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기분 좋게 취해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하라쇼!’(Хорошо, 좋아)를 같이 외치게 됩니다. 운이 조금 따라준다면, 여행 도중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친절과 도움을 얻을 수 있죠.

7박 8일의 여정이 끝나면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완주했다는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죠
l 7박 8일의 여정이 끝나면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완주했다는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죠

일주일이 넘도록 쉬지 않고 달려온 열차는, 횡단철도의 종착역인 모스크바 야로슬라블 역(Ярославский вокзал)에 도착하는 것으로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스크바의 화려함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습니다. 과거 소련 체제를 선전하던 모스크바 지하철의 장식들도 이색적인 볼거리로 꼽히죠. 시내 중심부의 붉은 광장 한가운데에 서면 비로소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납니다.



글, 사진. 김지열 여행 칼럼니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