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나비, 화산, 커피가 있는
푸른 유토피아 코스타리카2015/02/09by 기아자동차

자연이 만든 유토피아
코스타리카를 여행기로 만나봅니다

코스타리카에는 전 세계 약 5%에 해당하는 동물군이 서식한다
l 코스타리카에는 전 세계 약 5%에 해당하는 동물군이 서식한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빼어난 코스타리카는 에코 투어의 이상향으로 통한다. 전 세계의 약 5%에 해당하는 동물군이 서식하고, 식물의 종류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도 많다.



나비를 극진하게 대접하는 나라

코스타리카는 나비를 수출한다
l 코스타리카는 나비를 수출한다

코스타리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나비다. 무려 2000종 이상의 나비가 살고 있다. 북미 대륙 전체의 나비 종류를 일일이 호명해도 이 숫자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가 차원에서 나비를 육성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나비를 함부로 잡을 수도 없다. 그야말로 나비의 유토피아인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코스타리카는 나비를 수출한다. 해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유망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동물원과 박물관들은 코스타리카로부터 나비 고치를 사들여 성충으로 키운다.

크고 작은 나비 농장과 정원들은 코스타리카의 주요 관광지로 기능한다. 실제로 수도인 산호세(San Jose)에서 약 70km 떨어진 라파스폭포공원에 들러 선명한 색깔을 지닌 나비들의 날갯짓과 고치를 거쳐 어른벌레로 변하는 나비의 일대기를 관찰했다. 모포나비는 햇빛에 푸른빛의 날개를 반사시키며 유영을 거듭했고, 내 시선도 그 날개 위에 얹혀 함께 허공을 떠돌았다. 애벌레는 고치 안에 웅크린 채 환골탈태의 순간을 하마하마 기다리고 있었다. 폭포공원은 이름에 걸맞게 대형 폭포를 거느리고 있었다.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으로 낙하하며 내뿜는 굉음과 포말이 눈과 귀를 꼼짝없이 붙들어 맸다. 폭포를 둘러싼 무성한 숲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를 연상시킬 만큼 웅혼하고 신비스러웠다.

잔잔한 호면은 화산의 위엄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l 잔잔한 호면은 화산의 위엄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코스타리카의 또 다른 키워드는 화산이다. 모두 합쳐 120여 개의 화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4개가 활화산이다. 코스타리카의 아레날(Arenal) 화산은 400여 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 1968년 돌연 대폭발을 일으켰다. 인근의 3개 마을이 용암으로 뒤덮여 가뭇없이 사라졌고, 87명의 주민이 유명을 달리했다.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몇 해 전에는 관광객을 태운 헬리콥터가 아레날 화산 위에서 추락하는 끔찍한 사고도 발생했다. 2003년 이후 화산은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사람들은 이제 화산에 접근할 수 없고, 상공에 헬기를 띄울 수도 없다. 서리서리 올라가는 화산 연기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그저 경이로운 자연을 눈으로 만질 수 있을 뿐이다.

아레날의 한 선착장에서 배를 띄워 화산을 향해 나아갔다. 물낯은 평온했고, 오직 배가 지나간 자리에서만 파문이 일었다. 이름 모를 물새가 수면에 두 다리를 딛고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광활한 호수에서 새가 선 자리는 한낱 점에 불과했고, 그 위에 새의 모든 하중이 실려 있었다. 멀리서 아레날 화산이 웅장한 자태를 선보였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데다 해를 정면에 두고 바라보아야 했기 때문에 화산의 디테일을 살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산등성이에 구름을 두른 화산은 대단한 위엄을 풍겼고, 잔잔한 호면은 화산의 위엄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물 밖의 화산과 물속의 화산, 그 어느 쪽도 움켜쥘 수 없었다.



화산이 내어준 선물, 커피

화사했던 날씨가 급작스레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운무의 바다가 펼쳐졌다
l 화사했던 날씨가 급작스레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운무의 바다가 펼쳐졌다

산호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아스(Poas) 화산은 아레날에 견줘 접근성이 훨씬 나은 편이다. 폭 1.5km, 깊이 300m의 대형 분화구를 가까이에서 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산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분화구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기묘한 생김새의 식물들이 길동무를 자처했다. 해발 2,708m. 드디어 포아스 화산의 분화구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고, 화산호에서는 연기가 간단없이 피어올랐다. 쾌청한 일기 덕분에 화산 아가리의 생김새가 또렷하게 다가왔다. 화산의 위세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 화사했던 날씨가 급작스레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운무의 바다가 펼쳐졌다. 불과 30초 만에 모든 풍경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간발의 차이로 화산의 진면목을 알현하지 못한 사람들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코스타리카의 커피는 깊숙하고 아늑하고 고요했다
l 코스타리카의 커피는 깊숙하고 아늑하고 고요했다

코스타리카의 화산은 커피라는 기대 밖의 소득을 안겨주었다. 바리스타들의 격찬을 받은 피베리 커피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코스타리카의 비옥한 토양이 아니라면 탄생할 수 없었다. 포아스 화산 역시 특유의 토양과 고산지대라는 최적의 커피 재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커피 생산국 중에서도 면적당 커피 생산량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품질 또한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콩은 크기는 좀 작지만 통통한 편이다. 조직이 치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산도가 높고 향이 풍성하며 바디감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보통 8월이나 9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한다.

코스타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호텔과 카페에서, 그리고 재래시장과 커피 농장에서 틈틈이 커피를 챙겨 마셨다. 커피는 깊숙하고 아늑하고 고요했다.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코스타리카로 가길 원한다”는 말은 결코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사온 커피가 다 떨어질 때까지 나는 다른 커피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내 체세포에는 코스타리카 커피의 부드러운 신맛과 은근한 향이 각인돼 있다.



글, 사진.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