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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의 건축가
오영욱의 행복하게 사는 법2015/05/27by 기아자동차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여행작가
‘오기사’ 오영욱의 삶과 여행

건축가 오영욱에게 삶과 여행에 대해 물었습니다
l 건축가 오영욱에게 삶과 여행에 대해 물었습니다



일찍이 인생의 목적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단호히 정의 내렸던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후 문장을 조금 손봅니다. 인생의 목적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비로소 자신도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달은 그는,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그러려고요’라고 맑게 답합니다.



‘오기사’ 오영욱

‘오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 오영욱은 ‘오기사’라 불리는 일이 더 잦습니다
l ‘오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 오영욱은 ‘오기사’라 불리는 일이 더 잦습니다

오기사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사용해온 필명. 2005년부터 십여 권의 책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이고 보니, 대중에겐 오기사란 호칭이 더 친숙합니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와 같은 그의 여행 에세이는 도시와 공간에 대한 건축가 특유의 통찰과 섬세한 일러스트, 공감 지수 높은 단상들로 많은 애독자를 양산해왔죠.

최근엔 도시와 사람을 바라보는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시선을 담은 에세이집 에 공동 스토리텔러로 참여하여,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공원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의 삽화에 자주 등장하는 귀엽고 친근한 오기사 캐릭터는 빨강색 안전모가 전신의 반을 차지하는 귀여운 ‘소심’의 아이콘입니다. 물론 현실의 오영욱 소장과 책 속의 오기사 캐릭터를 동일시하는 것은 금물. 늘씬한 체격에 비율 좋은 두상으로 비주얼부터 영 어긋나죠.

지난 해 5월, 배우 엄지원과의 결혼으로 연예가 뉴스에 오르내리며 그를 수식하는 단어도 ‘훈남’ 건축가였으니. 대학 졸업 후 굵직한 건설회사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주저 없이 사표를 던지고 긴 여행을 떠난 강단진 이력 역시 소심의 아이콘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누구나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것은 아니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진 않죠. 대다수의 손쉬운 선택은 잠시 바람을 쐬듯 타인의 여행기를 넘기며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갈림길도 우회로도, 어쩌면 같은 봉우리로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을 위해, 지난 해 그는 특별한 지도책을 펴냈습니다
l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을 위해, 지난 해 그는 특별한 지도책을 펴냈습니다

지난 해 그가 펴낸 특별한 지도책은 가상의 대륙 ‘니히르반’을 여행하는 <인생의 지도>. ‘왜 나는 또 지겨워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여정은 ‘탄생’부터 자존심, 기회, 종교, 가족, 자유 등 삶의 키워드 108개를 이정표 삼아 나아갑니다. 무수한 갈림길에서 순간순간의 선택으로 우연이 난무하는 길을 걷게 되는데, 이를테면 ‘죽음의 길목’에서 ‘자유’를 택할 수도 있고 ‘두려움’을 택할 수도 있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다음 행선지를 정하고, 표시된 페이지로 넘어가면 됩니다.

“비행기 안에서 펼쳐든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대목이 단초가 됐어요.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같은 봉우리에 이를 수도 있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당시, 사업과 관련해 머릿속이 복잡할 때였는데, 그 문장이 제게 답을 줬어요. 동시에 수많은 갈림길과 우여곡절로 이루어진 지도책을 구상하기 시작했죠”

갈림길에서의 선택에 정답이 없듯, 인생의 목적을 하나로 규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지도>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임을 책의 첫 머리에 밝히고 있죠. 지도 편찬자 오영욱 자신의 인생론, 행복론입니다. “제 삶의 목적은 언제나 ‘나의 행복’이었어요. 한데, 그 행복의 주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죠.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내가 행복하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제 삶의 목적은 저와 함께 사는 사람, 그녀의 행복입니다.”

결혼 일 년 차에 접어드는 새신랑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으로 달달한 고백. 기실, ‘너를 위해서라면 일요일엔 일을 하지 않겠어’라는 부제를 단 에세이집 <청혼>으로 프러포즈를 한 그가 아니던가요. 연애의 과정을 여행에 빗대 기록하고, 당신과 함께 가고픈 도시 100곳을 정리한 뒤 “Will you marry me?” 라고 물으며 끝맺는 책을 선물 받은 여인이 배우 엄지원입니다. 가뜩이나 어여쁜 여배우가 결혼식 날 더욱 눈부셨던 이유는, 그녀의 행복을 인생의 좌표로 삼은 남자의 사랑 때문이었겠지요.



길 위의 축복을 나누는 우연한 여행

그는 기아자동차의 시티북 <The Park>에 참여하며 서울의 공원과 그 주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l 그는 기아자동차의 시티북 에 참여하며 서울의 공원과 그 주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올해 1월, 오영욱 소장은 이십대 초반의 청년 네 명과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 달간의 여행 일정 중 후발대로 합류하여 2주를 함께 하며, 이 여행에 소요된 청년들의 여행경비 일체를 지원했죠. 작년 이맘때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획했던 ‘우연한 배낭여행’을 실행에 옮긴 것.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여행 기부’ 프로젝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영감의 원천이요, 비행기란 공간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모의하기에 적격이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여행)로 나눔을 실천하면 좋겠다’는 아내의 한 마디에서 시작된 배낭여행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공지를 띄워 신청자를 받고, 그 중에서 ‘우연히’ 4명을 선발,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부터 길 위의 날들, 다양한 감정의 결을 공유했습니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 여행을 기록하는 것. 물론 그에게 보여줄 의무는 없습니다. 인생 선배, 여행 선배로서 그가 알려 주고픈 여행의 기술 혹은 보람이 ‘기록’이었을 뿐이죠.

“여행을 마친 후엔 공항에서 바로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고, 그렇게 했죠”
l “여행을 마친 후엔 공항에서 바로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고, 그렇게 했죠”

“그 친구들에게 우리가 함께 한 여행이 인생의 전환점이라든가 평생 남을 거창한 그 무엇이 될 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기분 좋은 작은 행운으로, 길고 긴 인생길 중 우연히 함께 했던 2주 혹은 한 달의 인연으로 기억되면 족하다 생각해요. 한국에 돌아와 그 친구들을 다시 보진 않았어요. 여행을 마친 후엔 공항에서 바로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고, 그렇게 했죠.”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이 늘 그러하듯 기약 없이 헤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지만, 기부자와 수혜자의 관계로 고착되는 것을 염려한 속 깊은 배려가 짚입니다. ‘우연한 배낭여행’ 프로젝트는 매년 2탄, 3탄으로 숫자를 키우며 계속 될 것입니다. 그에게 이 여행은 ‘베풂’이 아닌 기쁨의 공유. 글과 그림을 통해 독자와 나누던 길 위의 행복을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나눌 따름입니다.



글. 고우정
사진. 현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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