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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코어 라이프스타일 따라잡기
“도대체 놈코어가 뭐길래?”2015/06/03by 이노션 월드와이드

‘놈코어? 그냥 평범해 보이는 패션 아냐?’
아닙니다. (단호박) 다 같은 평범함이 아니에요

놈코어(normcore)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ndecore)의 합성어입니다
l 놈코어(normcore)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ndecore)의 합성어입니다



평범해 보인다고 다 똑같은 평범도 아니고, 패션에 국한된 개념은 더더욱 아닐 터. 놈코어에 대한 칼럼을 준비하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스터디가 필요했습니다. 보다 손쉬운 접근을 위해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놈코어가 어떤 스타일로 실현되고 있는지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살펴보기로 하죠. 놈코어, 평범해 보여서 쉽게 봤는데, 결코 쉬운 게 아니더군요.



놈코어, 언제 어디서 갑툭튀?

놈코어는 윌리엄 깁슨의 소설 〈Pattern Recognition〉에서 주인공의 옷차림을 설명할 때 처음 쓰였죠
l 놈코어는 윌리엄 깁슨의 소설 〈Pattern Recognition〉에서 주인공의 옷차림을 설명할 때 처음 쓰였죠

자, 시작은 ‘노멀’하게 사전 뜻풀이부터. ‘놈코어(normcore)’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한 개념입니다. 이 말은 2005년,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소설 〈Pattern Recognition〉에서 주인공의 옷차림을 설명할 때 처음 쓰였는데요. ‘검정 티셔츠, 동부의 사립 초등학교에 납품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회색 브이넥 풀오버, 오버사이즈 블랙 리바이스 501’이 윌리엄 깁슨이 생각한 놈코어 패션이었습니다.

이 단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3년 10월, 뉴욕의 트렌드 예측 회사 ‘케이홀(K-Hole)’이 놈코어를 새로운 경향으로 제안하면서부터.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는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후 2014년 4월 위키피아는 놈코어를 신조어로 등록하며 ‘동일함에 동조하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적인 트렌드’라 정의했습니다. 그로부터 패션업계를 시작으로 빠르게 놈코어 바람이 불게 됐지요.



놈코어와 노멀은 한 끗 차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적인 아이템을 ‘튀지 않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이 바로 놈코어의 핵심입니다
l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적인 아이템을 ‘튀지 않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이 바로 놈코어의 핵심입니다

패션업계에서 앞다투어 놈코어 트렌드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봄. 2014 F/W 컬렉션 패션쇼에서 샤넬은 런웨이 배경을 슈퍼마켓으로 하고, 모델들에게 킬힐 대신 운동화를 신게 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심플하고 노멀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놈코어 패션의 서막을 알린 것. 청바지와 터틀넥에 아무렇게나 걸치고 나온 듯한 코트, 머플러와 셔츠, 스니커즈로 마무리한 패션 등은 사실 누가 봐도 특별할 것이 없는 스타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편안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꾸민 것이고, 집에서 입던 옷을 대충 걸친 듯하지만 철저한 연출에 의해 완성된 룩이라는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적인 아이템을 ‘튀지 않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이 바로 놈코어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도대체 놈코어와 노멀의 차이가 뭘까?’ 사실 놈코어와 노멀은 한 끗 차이입니다. 노멀에 자신만의 ‘감각’이 더해졌는가 아닌가의 차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여기저기 의견도 분분합니다. 그렇다면 니트에 청바지, 운동화로만 코디한 스티브 잡스의 의상은 어떨까? 그의 의상이 ‘놈코어 패션이다, 아니다’를 놓고 일각에서는 논쟁이 일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 스티브 잡스의 신념이 아닐까요? 잡스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도록 하죠.



놈코어와 킨포크가 허세라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킨포크의 기본 철학은 결코 허세가 아닙니다
l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킨포크의 기본 철학은 결코 허세가 아닙니다

놈코어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가치를 높이는 힘이 이제 럭셔리보다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으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놈코어와 함께 ‘킨포크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킨포크는 원래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킨포크(Kinfolk)>로부터 영향을 받은 트렌드 키워드. 2011년 미국의 한 예술가들의 모임을 통해 처음 발행됐는데, 일상에 휴식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로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죠.

킨포크는 ‘친척이나 일가, 가까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잡지의 인기로 ‘킨포크족’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느긋하고 소박한 일상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스타일이 한편에서는 ‘허세’로 비하되기도 한다는 것. 바로 이 ‘느긋하다’는 표현에 대한 반감일 텐데요.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현대인에게 그 ‘시간적 여유’라는 건, 돈 있는 사람들에 해당되는 ‘사치’일 뿐 나와는 거리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죠. 그럼에도 분명한 건 많은 사람이 달라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내 몸을 위하고, 가족을 위하고, 친구와 더불어 즐겁게 식사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킨포크의 기본 철학은 결코 허세가 아닙니다.



나 혼자 꾸민다, 셀프 인테리어

1인 가구의 증가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l 1인 가구의 증가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놈코어 스타일을 리빙에 적용한 ‘평범한 듯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유행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스타일만 고집하지도 않는 심플 모던한 디자인의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요즘 인기. 특히 작년에는 ‘이케아’, ‘자라홈’ 등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로 진출하면서 홈데코, 패스트리빙, 홈퍼니싱, 셀프 인테리어 등의 이름을 가지며 급성장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절이나 각자의 개성에 맞춰 집을 꾸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시장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죠.

1인 가구의 증가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여기에 DIY(Do It Yourself) 열풍과 맞물려 혼자만의 공간을 자신의 방식대로 꾸밀 수 있는 생활용품 시장도 확대됐죠. 현재 셀프인테리어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빠른 생산 주기 등 경기 불황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국내 리빙 시장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 눈엔 너만 보여, 특정 타깃 공략

독서량의 하락으로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보다 독서층이 뚜렷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l 독서량의 하락으로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보다 독서층이 뚜렷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출판업계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기획이 편중돼 왔습니다. 하지만 독서량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보다 독서층이 뚜렷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타깃이 분명한 책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소량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타깃이 필요로 하는 책’을 만든다는 것, 이 또한 놈코어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컬러링 북 <비밀의 정원> 열풍만 봐도 그렇습니다. 어른들을 위해 기획된 색칠놀이 책 인기가 이토록 엄청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스코틀랜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조해너 배스포드가 그린 밑그림에 색을 입혀 완성하는 색칠놀이는 ‘안티-스트레스’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책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공책도 아닌 <비밀의 정원> 붐은 불황으로 씀씀이는 줄어들어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 경향과 맞물려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힐링할 수 있고 자신만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이 같은 체험형 도서는 앞으로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요?



집밥을 찾는 사람들

현대인에게 집밥이 던져주는 의미는 밥, 그 이상입니다
l 현대인에게 집밥이 던져주는 의미는 밥, 그 이상입니다

놈코어 트렌드는 먹거리와도 어울립니다. 평범해서 더욱 특별한 로망으로 다가오는 ‘집밥’이야기. 집밥이 누구에게는 가끔 힘들고 귀찮은 것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 되기도 하죠. 쏟아지는 인스턴트 식품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은 밖에서 밥을 사 먹더라도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평범하지만 정갈하고 건강한 밥상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밖인데, 집밥을 먹는다’는 콘셉트의 집밥 레스토랑이 특히 인기가 많은데요. 어디, 밖에서 먹는 집밥뿐일까요?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이 아니라도 좋으니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먹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을 구하는 ‘밥터디’나 SNS를 통한 소셜 다이닝 ‘집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TV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죠. 이전까지는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시간대나 메뉴 선정이 많았으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요리 프로그램은 예능과 결합된 형태로 2030세대를 공략하기도 합니다. 바쁜 생활에 쫓겨 집밥 먹기가 쉽지 않고,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먹는 경우가 많은 일상 속에서 하루 한 끼도 대충 때우게 되는 현대인에게 집밥이 던져주는 의미는 밥, 그 이상입니다.



응답하라 아날로그 감성

디지털 시대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아날로그 감성이 전해주는 행복감에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l 디지털 시대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아날로그 감성이 전해주는 행복감에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는’ 놈코어의 개념은 <응답하라 1994> 등 대중문화 속 복고와 아날로그라는 이름의 1990년대 코드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합니다. 외환위기와 취업전쟁 등으로 치열했던 90년대 감성이 저성장 기조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와 맞물리면서 청춘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30~40대뿐만 아니라 요즘 세대에게도 이 아날로그 감성이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특히 대중문화 코드는 놈코어라는 키워드를 통해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드라마와 음악 중심의 복고 무드로 전파돼 ‘아날로그의 멋’에 호응하고 있지요.

흘러간 취미라고 여겨지던 손글씨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SNS에 자신이 쓴 글씨를 자랑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손글씨 쓸 일은 줄어들었음에도, 아날로그 감성 바람을 타고 글씨 쓰기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른 것입니다. 손글씨와 필사가 인기를 끌면서 섬세한 글쓰기가 가능한 만년필 수요도 늘고 있다고 하죠. 디지털 시대의 발전에 밀려 사라진 음악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로 출시되는 음반이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 정형화된 디지털 시대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점점 더 아날로그 감성이 전해주는 행복감에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잡스의 고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그리고 그들 중에 트렌드가 아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 놈코어죠
l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그리고 그들 중에 트렌드가 아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 놈코어죠

‘놈코어’ 하면, 옷차림을 꾸미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좀 더 가치 있는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세계적인 리더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평범함만 향유한다고 놈코어가 아닙니다.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그리고 그들 중에 트렌드가 아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 놈코어죠. 디자인을 중시하는 스티브 잡스가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니즈를 100% 총족시키니까 입는 것.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스티브 잡스가 한결같이 입어온 터틀넥은 사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작품입니다.

일본을 방문한 잡스가 이세이 미야케가 만든 소니사의 유니폼을 보고 반해, 그에게 직접 편의성이나 스타일 면에서 가장 ‘잡스다운’ 자신의 유니폼 제작을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미야케는 오로지 잡스를 위한 검은 터틀넥을 수백 장 만들어주게 된 것이죠. 스티브 잡스는 의상에서든, 아이폰에서든 자신의 기준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집중하면서, 결국 혁신적인 창조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놈코어 라이프스타일이 세상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낸 셈. 그러고 보면 스티브 잡스는 1990년대부터 놈코어를 실천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놈코어는 ‘무엇이다’라고 한마디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에서 정의하는 내용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개인적 견해 차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개인의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빛을 발하는 트렌드라는 점입니다. 남들과 비슷하거나 평범해 보이는 옷을 입어도 나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소박한 삶을 살고 있어도 내가 느끼는 특별한 만족에 대한 당당함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놈코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15년,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진짜 ‘놈코어’하게 살아보세요.



글. Life Is Orange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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