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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자연스러운 삶의 아름다움2015/04/27by 현대파워텍

일상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살림예술가 이효재의 자연주의 라이프를 소개합니다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하는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l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하는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류를 역행해 조금은 느릿한 삶을 고수하고 있는 한복전문가 이효재 집에는 수시로 사람이 드나듭니다. 직업도 나이도 계기도 다양하죠. 하지만 궁극적 이유는 하나, 인생을 대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고집이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까닭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치유가 되는 듯한 ‘효재式 생활’은 어떤 걸까요?



자연을 머금은 그녀, 효재

무엇이든 ‘쓸모’를 찾아내는 그녀의 손이 닿으면 자연의 모든 것이 멋스런 소품이 됩니다
l 무엇이든 ‘쓸모’를 찾아내는 그녀의 손이 닿으면 자연의 모든 것이 멋스런 소품이 됩니다

길상사(吉祥寺)를 앞집으로 둔 서울시 성북구 소재 효재 가옥. 눈에 띄게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새새틈틈 어느 하나 이효재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근사한 미학의 정석을 소리 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돌멩이 한 개, 풀 한 포기, 실타래 무더기까지도 담박하다 못해 무심합니다.

“보긴 그러해도 티끌조차 대충 놓인 것은 없습니다(웃음). 오랜 시간, 수십 번씩 자릴 옮긴 결과죠. 물건이 저마다 원래 있던 듯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스럽게 보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딘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배치한 겁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효재의 ‘자연스럽다’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복전문가이자 평범한 주부인 그녀가 세간의 이목을 끈 배경이 바로 그에 있기 때문이죠.

이효재를 가장 잘 담아내는 말은 ‘자연스러움’입니다
l 이효재를 가장 잘 담아내는 말은 ‘자연스러움’입니다

그리하여 이효재는 포장지 대신에 보자기를 활용하여 물건을 꾸미고 오색실로 수를 놓아 방석 또는 쿠션을 만들고, 화로에 숯을 피워 생선이며 더덕 등을 굽는 식의 수고를 기꺼이 자처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떨어진 나뭇잎, 부러진 억새, 버려진 꽃가지, 말린 옥수수 및 시래기, 정처 없이 떠다니는 돌마저도 자연이 건네는 선물로 여기고 감사히 안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합니다.

그릇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녀의 밥상이 유달리 살아 숨 쉬는 듯 보이는 것도 놋이나 흙으로 빚어낸 식기만을 이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별것 아닌 것도 그녀의 손길만 거치면 별것으로 거듭납니다. 덕분에 한국의 미사 스뉴어트, 살림예술가, 문화디자이너 등등 이효재를 수식하는 말도 많습니다. 그와 같은 평가가 적잖이 부담될 법도 한데 그녀는 담담히 어깨만 으쓱일 뿐입니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뿐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됩니다
l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됩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사는 성격이 못돼서 누가 뭐라 하든 괘념치 않는 편입니다. 언론에서 흔히 얘기하는 자연주의적 삶을 제가 여태 잇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테지요. 그저 제가 좋고 편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전부 이와 비슷하게 생활하지 않았느냐” 덧붙이며 미소 짓는 이효재. “우리는 어제의 발견이 오늘은 퇴물로 전락해 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냐”고 하자 그녀는 “시대는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며 역설합니다.

“바쁜 일과 속 대충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내다 제가 나온 방송을 보면서 별안간 큼큼한 냄새가 일품인 어머니의 묵은지 찌개가 그리워졌다든가, 미용실에 머리 하러 갔다가 우연히 펼친 잡지 속의 저를 보고 문득 돌아가신 친정엄마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혔다든가, 하는 것도 모두 그래서겠죠”

‘슬로우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는 그녀의 일상의 이미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되었습니다
l ‘슬로우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는 그녀의 일상의 이미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소위 ‘생긴 대로’ 살다 보니, 과거와 연계된 생활을 하게 됐을 뿐이라 말하는 이효재. 하지만 우리는 그녀를 통해서 순수한 시절의 추억을 보고 위로를 받고 나아가 치유를 얻습니다. 그녀의 일상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연유를 비소로 이해할 만합니다.

실제로 그녀의 생활은 KBS 2TV 〈굿모닝 대한민국〉 ‘효재처럼 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바 있고, 저서 〈효재처럼〉(2006), 〈효재처럼 풀꽃처럼〉(2011), 〈효재, 아름다운 나라에서 천천히〉(2012), 〈효재의 보자기 놀이〉(2012), 〈효재의 살림연장〉(2012), 〈시가 있는 효재 밥상〉(2013), 〈효재 이모의 사계절 뜰에서〉(2014)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왔습니다.

일상에서 지나치는 것들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시각이 그녀만의 ‘보자기 아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l 일상에서 지나치는 것들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시각이 그녀만의 ‘보자기 아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이효재,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한복전문가. 패션계의 일원으로서도 그녀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들것이 변변치 않았을 시절에 인간의 편의를 도와준 보자기 가치를 재조명케 한 것도 그녀입니다. 이른바 ‘보자기 아트’라는 분야를 새로이 개척해 발전시킨 것도 그와 같은 취지에서입니다.

“어머니의 한복집을 이어받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을 따름이라, 제게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다만 보자기는 가장 한국적이고 친환경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특화된 포장 법을 고안해낸 것이죠”



자연과 더불어 삶의 가치를 알아야

단아한 외모 속에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삶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l 단아한 외모 속에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삶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그리하여 이효재는 드라마 〈왕의 여자〉(2004), 〈영웅시대〉(2005), 〈해어화〉(2007) 등의 의상 제작 과정을 비롯해 배우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공동 작업, 환경재단 주최로 이루어진 ‘보자기로 폭스바겐 싸기’ 퍼포먼스, 패션 디자이너 이세아 미야케와의 패션전시 등에도 참여해 독특한 자연주의 세계관을 선보였습니다. 이 밖에도 항아리치마의 여성성을 상품화해 널리 보급한 것은 물론이고 광목(천)을 상복에 접목한 국내 최초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충분 제천 리솜포레스트와 손잡고 ‘효재관’을 설립, 자수방 카페 ‘효재네 뜰’ 및 요리 스튜디오 ‘달집’ 등을 오픈해 보다 이색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통일을 기원하며 비무장지대를 보자기로 감싸는 퍼포먼스도 열어 보고 싶다는 그녀. 단아한 외모와 달리 말 하나 제스처 하나에서 생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그녀를 끊임없이 꿈틀대게 만드는 것일까요?

“우리는 타고난 처지를 인정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l “우리는 타고난 처지를 인정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죠. 친환경적 삶을 사는 것도, 남이 버린 무언가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제천에 새로운 터전을 만든 것도, 누구의 강요나 권유에 의해서가 아닌 오롯이 저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주어진 인생을 탓하는 사람은 무엇도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순순히 타고난 처지를 인정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효재는 ‘여유로운 삶을 추구한다고 해서,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인생의 여백과 나태는 철저하게 구분돼야 한다는 뜻이죠.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그녀 안의 열정이 무엇으로부터 발아한 것인지 이제야 짐작이 됩니다. 밥때 맞춰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며 그녀가 소담히 담긴 묵밥을 내옵니다. 송송 썰어 앉힌 지난겨울 김장김치, 아침나절 쑤어 말린 메밀묵, 잘게 부순 들김, 정갈히 부쳐낸 달걀지단, 고소한 잡곡밥이 참기름과 어우러져 입안을 가득 메웁니다.

“나는 참새네 방앗간이고, 동네 아낙들 쉬어 가는 정자나무이고, 새들이 둥지 트는 고목나무이고, 열심히 일하다 막혔을 때에 찾아와 떠먹는 우물이고…비워내기 위해 시를 쓴다.”던 그녀의 음성이 새삼 귓가를 스칩니다. 가슴에 봄이 붑니다.



글. 이소영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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