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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잊히길
원하십니까2015/03/04by 이노션 월드와이드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기록되는 시대
‘잊힐 권리’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인터넷 개인정보의 ‘잊힐 권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l 인터넷 개인정보의 ‘잊힐 권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개팅할 생각에 들떠 있던 친구가 어느 날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그 사람 스펙만 좋지, 이상한 사람이었어. 나 소개팅 안 할 거야.”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 어떻게 그리 판단할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친구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친구 주변에는 일명 ‘구글 털이 전문가’로 불리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신조는 “구글을 털면 안 나오는 게 없다" 였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터넷 기록’

지우고 싶은 개인정보도 인터넷에선 쉽게 찾을 수 있죠
l 지우고 싶은 개인정보도 인터넷에선 쉽게 찾을 수 있죠

간단한 프로필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렇게 해서 소위 ‘털어낸’ 소개팅남의 정보에 친구는 실제 만나보기 전에 “나와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성격조차 안 맞는 사람”으로 평가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포털 검색을 통해 의외로 많은 개인정보를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원본 글을 지웠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남아 있는 인터넷 검색 결과에 고민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글쓴이도 수습기자 시절 쓴 (개발새발) 기사와 촌스러운 사진이 포털에 여전히 노출되는 것을 보고 이불을 찬 적 있답니다. 특히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과 공인들은 사라져야 할 흔적이 자꾸만 되새김질 되는 것에 대한 파장이 더 큽니다.

몇 년 전 모 연예인의 40년 전 스캔들이 새삼스레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 가수의 아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연관 검색어로 떴기 때문이죠. 기억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다시 한 번 나오면서 해당 연예인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꼭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도 찾기 어려운데 감추고 싶은 이야기는 어찌 그리 잘 노출되는지. 보존해야 할 정보는 사라지고, 꼭꼭 숨겨야 할 정보는 튀어나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합니다.

정보의 영속성 측면으로 볼 때 인터넷은 취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오히려 도서관이나 정보 기록소에서 찾을 때 훨씬 양질의 데이터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적 사용했던 포털이나 미니홈피, SNS에 기록된 나의 흔적을 누락 없이 퍼가고 싶어도 불가능할 때도 많습니다.



‘잊힐 권리’를 아시나요

최근 유럽에선 정보 노출 차단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l 최근 유럽에선 정보 노출 차단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숨겨야 할 정보의 노출을 차단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잊힐 권리’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삭제해 타인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올해 5월 유럽연합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잊힐 권리’를 인정하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은 ISP나 SNS 업체 등에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를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삭제 요구 범위는 부정확한 정보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라 할지라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엔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인의 ‘잊힐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준 것이죠.

지난 10월 구글은 법제화 이후 약 5개월 간 이용자로부터 삭제 신청을 14만5644억 건 받았고, 삭제를 요청한 웹페이지는 40만8737개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 중 41.8%의 링크를 삭제해 검색결과에 나타나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요청받은 대로 모두 삭제 조치한 것이 아니라 공익성 등을 판단해 삭제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럽의 이 같은 법 시행에 미국, 일본에서도 지금 ‘잊힐 권리’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인터넷 ‘임시조치’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게시물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을 당했다고 여겨지면 포털 업체 등에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잊힐 권리’, 반대 주장도 ‘활활’

‘잊힐 권리’에 의한 정보 검열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l ‘잊힐 권리’에 의한 정보 검열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잊힐 권리’를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요.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지미 웨일스는 ‘잊힐 권리’에 대해 “비도덕적이고, 심각한 정보 검열이 우려된다”고 반대했습니다. ‘잊힐 권리’를 강조하다 보면 정부기관, 거대인터넷 기업들이 정보를 마음대로 조작,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인터넷 기업들이 공익성으로 삭제 여부를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 정보는 어떤 소수의 잣대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흑역사’도 어떤 역사의 한 부분이며 시간이 흐르면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어떤 일방의 요청에 의해 정보가 삭제됨으로써 피해를 보는 쪽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습니다. 과거 중요하게 다뤄졌던 사건이 훗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나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 정보가 법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나에게는 좋은 법, 남에게는 나쁜 법

‘잊힐 권리’에 대한 적용 범위와 한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l ‘잊힐 권리’의 적용 범위와 한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잊힐 권리’에 대한 옳고 그름은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에게는 행복했던 기억이 남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점, 권리를 악용한 사례가 등장할 수 있지만 순기능도 있다는 점 때문이죠. 글쓴이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임시 조치를 당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가벼운 글이었지만, 누가 보기에는 차단당해도 마땅할 글이었던 것이죠. 원본 글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약 30일간 포털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되었고, 이의 신청을 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겪어보니 ‘이의 신청’이라는 제도도 이처럼 부당하게 느껴지는데, 만일 ‘잊힐 권리’가 법제화되면 더욱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지금도 임시조치를 악용한 무분별한 신고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정보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재산을 잃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 대학생이 인터넷에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자살하거나, 전남편이 유포한 은밀한 사진에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이야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털이 담당하는 임시조치 건수와 인터넷 명예훼손 고소, 사이버수사대 신고 사례 등이 날로 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잊힐 권리’에 대해서는 어느 편도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반드시 적용 범위와 한계를 같이 논의해야만 할 것입니다. 향후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 라이프’의 근간이 흔들릴지도 모르니까요.



글. 김현주 (前 아이뉴스24 기자)
참고자료.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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