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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자가 꼭 봐야 할
LA카운티 미술관(LACMA) 작품 7선2015/06/25by 현대자동차

“이 글은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났을까...
내가 LA여행에서 돌아오기 전에, 이 글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국 서부 여행, 특히 LA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면 LA카운티 미술관에 가보세요! ⓒ Chris Burden ⓒ 2014 Museum Associates/LACMA
l 미국 서부 여행, 특히 LA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면 LA카운티 미술관에 가보세요! ⓒ Chris Burden ⓒ 2014 Museum Associates/LACMA



미국 서부 여행, 특히 LA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그럼 제대로 들어오셨습니다. 동부의 뉴욕만큼 예술의 기운이 만연한 서부 LA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LACMA는 10만여점에 달하는 다문화 소장품으로 유명합니다. 많고 많은 작품 중 큐레이터가 엄선한 머스트 씨 (Must-See) 컬렉션, 7개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1. 춤의 왕, 시바

인도 타밀 나두 / 950-1000년 추정 / 구리합금 / 익명 기부 ⓒ 2015 Museum Associates/LACMA
l 인도 타밀 나두 / 950-1000년 추정 / 구리합금 / 익명 기부 ⓒ 2015 Museum Associates/LACMA

이 작품은 멀리 인도에서 왔습니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 유지의 신 비슈누, 그리고 파괴와 재생의 신 시바로 대표되는 힌두교의 세 주신 중 가장 유명한 시바의 모습입니다.

특히 시바의 여러 모습 중 사진처럼 다리를 꼰 우아한 곡선과 강력한 기세의 조화는 춤의 왕, 나따라자의 모습을 포착한 것입니다. 현재 시바는 연꽃 모양의 받침대 위에서 불꽃의 광환을 끼고 춤을 춥니다. 커다란 광환은 우주를, 세 가닥의 낼름거리는 불꽃은 궁극적인 파괴를 뜻하죠.

두 오른손과 왼손도 흥미롭습니다. 왼손 한쪽에는 파괴의 불꽃을 들었지만 나머지 오른손에는 우주를 창조할 때 소리를 내는 북을 쥐고, 나머지 양손으로는 안심하라는 제스처를 보입니다. 파괴와 재생의 신 시바의 단적인 균형감각입니다.

두 발도 재미있습니다. 한 발은 악마를 짓밟고 구원의 길을, 특유의 곡선이 아름다운 한쪽 발은 영혼의 피난처를 뜻하죠. 불꽃을 식히는 갠지스 강의 물과 연결된 시바는 요가의 신으로서 강력한 위엄과 신성함을 한껏 보여줍니다.



2. 등불 아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 프랑스 / 1638-1640년 추정 / 캔버스에 오일 / 아만슨 재단 기부 ⓒ 2014 Museum Associates/LACMA
l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 프랑스 / 1638-1640년 추정 / 캔버스에 오일 / 아만슨 재단 기부 ⓒ 2014 Museum Associates/LACMA

조르주 드 라 투르는 프랑스 바로크 시대에 활약했던 걸출한 화가입니다. 비록 평생을 지방에서 보냈지만 그의 그림은 심오한 경지로 가슴에 사무치는 감정을 전달하죠. 주로 유럽의 왕실 컬렉션에서 소장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의 당대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르주는 단순함과 사실성, 그리고 핵심적인 디테일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재능을 보였는데요. 막달라 마리아를 그린 이 그림을 통해 작가는 시간과 장소보다 그녀의 내면 상태에 집중합니다.

해골과 필사본, 채찍은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참된 소재는 바로 그녀가 응시하며 명상에 잠기는 촛불이죠. 섬세함의 최고조를 달리는 빛과 어두움의 대조 덕분에 촛불은 마치 살아있는 그녀의 사랑의 불꽃처럼 보이고 어두운 밤에 영혼마저 비추며 영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조르주는 주변 사물의 재질감을 기가 막히게 처리했습니다. 마리아의 두꺼운 스커트와 얇고 구겨진 블라우스, 광택 어린 머리카락까지. 이런 섬세함은 형태와 빛의 균형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조심스레 속삭이는 듯합니다.



3. 청화 구름 용 무늬 도자기

한국 광주 18세기 조선 왕조/ 물레 성형으로 형태를 만들고 청화로 그린 후 맑은 유약을 씌운 자기 / 미술관 구입 ⓒ 2007 Museum Associates/LACMA
l 한국 광주 18세기 조선 왕조/ 물레 성형으로 형태를 만들고 청화로 그린 후 맑은 유약을 씌운 자기 / 미술관 구입 ⓒ 2007 Museum Associates/LACMA

청화백자가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은 15세기 무렵입니다. 한국산 코발트 염료는 아연 성분이 높아 약간 탁색을 띠었기 때문에 장인들은 중국이나 이란에서 수입한 원료를 선호했죠. 외국산이라는 이유로 비싼 가격 때문에 처음에는 왕실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18세기 들어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할 만큼 문예중흥기를 거치면서 청화백자는 여러 계층에 폭넓게 애용되기 시작했죠. 18세기 말 많은 백자들은 조선의 수도 한양 근처 광주 지방의 왕실요에서 주로 생산됐습니다. 왕실 화원들이 도자기의 겉 그림을 자주 맡곤 했죠.

아주 아름답게 채색된 이 도자기는 커다랗고 친근한 눈과 날카로운 이빨, 작은 뿔, 그리고 생생한 비늘을 가진 용의 모습이 압권입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용은 왕실과 번영을 상징하곤 했죠.

이 대담하게 쭉쭉 그린 용 그림을 보노라면 분명 숙련된 왕실 화원이 참여한 걸 알 수 있고, 이런 양식은 후대 왕실화와 민속화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8세기 항아리의 특징인 짧은 주둥이가 돋보이는 이 도자기야말로 균형 잡힌 형태미, 우아한 밑그림과 함께 당대 좋은 도자기의 예를 한껏 보여줍니다.



4. 백학

마루야마 오쿄(Maruyama Okyo) / 일본 아네이 시대(1772-1780)/ 종이에 먹과 채색, 금박을 입힌 6폭 병풍 / Camilla Chandler Frost in honor of Robert T. Singer 기부 ⓒ 2012 Museum Associates/LACMA
l 마루야마 오쿄(Maruyama Okyo) / 일본 아네이 시대(1772-1780)/ 종이에 먹과 채색, 금박을 입힌 6폭 병풍 / Camilla Chandler Frost in honor of Robert T. Singer 기부 ⓒ 2012 Museum Associates/LACMA

서양의 사실주의적 화풍과 일본의 전통 화법을 결합시켜 마루야마 류라는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일본의 전설적인 화가 마루야마 오쿄의 백학도는 LACMA에 있는 작품 중 특히 귀히 여기는 걸작입니다.

마루야마가 일본 황궁에서 노니는 일곱 마리의 백학을 그린 이 그림은 당대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금박을 입힌 뒷 배경에는 바위, 물, 풀 등 당시 그림에 당연히 들어가 있을 법한 요소 없이 오직 사실적으로 묘사한 학에만 집중해 졸고 나른해하며 고개를 곧추세우는 등 학의 갖가지 동작과 성격을 보여줍니다.

총 다섯 개 시리즈의 백학도 중 네 작품은 일본 국보로 지정돼 국외로 반출이 영구 불가합니다. 결국, 이 한 점만이 일본 밖에서 볼 수 있는 마루야마의 백학도인 셈이지요. 지금까지 일본 회화를 소개하는 도록에 수없이 실릴 정도로 작품성과 희귀성을 인정받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5. 꽃날(Flower Day)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 멕시코, 1925 / 캔버스에 오일 /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펀드 구입 ⓒ 2007 Banco de Mexico Diego Rivera & Frida Kahlo Museums Trust. Reproduction authorized by the Instituto Nacional de Bellas Artes y Literatura ⓒ 2007 Museum Associates/LACMA
l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 멕시코, 1925 / 캔버스에 오일 /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펀드 구입 ⓒ 2007 Banco de Mexico Diego Rivera & Frida Kahlo Museums Trust. Reproduction authorized by the Instituto Nacional de Bellas Artes y Literatura ⓒ 2007 Museum Associates/LACMA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남편으로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의 초기 대표작입니다.

칼라(calla) 백합을 파는 멕시코 원주민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작품 ‘꽃날’은 역사적 가치가 남다른데요. 미국의 공공 미술 컬렉션이 처음으로 소장하게 된 리베라의 작품입니다. 1925년 팬-아메리칸 오일 페인팅 전시회에서 일등을 하면서 LACMA의 전신인 로스앤젤레스 역사, 과학, 미술 박물관의 소장품이 되었죠.

이질적인 원근감의 백합과 사람의 묘사는 리베라의 초기 입체파 기법에서 비롯된 독특한 표현 방법입니다. 이젤 페인팅과 수채화, 그리고 대규모의 벽화까지 멕시코 원주민을 평생 주인공으로 삼은 그의 작품은 ‘멕시코의 국민화가’라는 별칭을 낳았습니다.



6. 이미지의 반역(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 벨기에, 1929 / 캔버스에 오일 / Mr. and Mrs. William Preston Harrison Collection 펀드와 공동 매입 ⓒ 2006 C. Herscovici, Lond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2010 Museum Associates/LACMA
l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 벨기에, 1929 / 캔버스에 오일 / Mr. and Mrs. William Preston Harrison Collection 펀드와 공동 매입 ⓒ 2006 C. Herscovici, Lond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2010 Museum Associates/LACMA

‘이미지의 반역’은 마그리트가 추구한 초현실주의 걸작 중 하나로, 현대 예술의 아이콘이 된 작품입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초현실주의는 이성주의에 대항하는 반응을 보여줍니다. 이는 매일 일상 세계의 꿈과 환상의 영역을 서로 융합시키려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마그리트의 ‘글자-그림’은 무척 역설적입니다. 이미지의 반역은 어떤 물건을 이미지로 정의하려는 언어적 전통에 도전했는데, 이런 움직임은 글과 이미지, 그리고 물체 간의 화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소논문에 가깝습니다.

표현 기법 또한 마그리트가 일했던 광고 업계의 문법을 따랐는데 실제 기능적으로는 반대인 점도 재미있습니다. 마그리트가 그의 ‘글자-그림’에서 텍스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 세대에 출현한 개념미술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으로 재스퍼 존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에드워드 루샤, 앤디 워홀 등이 있답니다.



7. 한 다발(La Gerbe)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 프랑스, 1953 / 설치 미술 / 회반죽 위에 세라믹 타일 / 뮤지엄 25주년 기념으로 Frances L. Brody가 기부 ⓒ 2012 Succession H. Matiss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NY
l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 프랑스, 1953 / 설치 미술 / 회반죽 위에 세라믹 타일 / 뮤지엄 25주년 기념으로 Frances L. Brody가 기부 ⓒ 2012 Succession H. Matiss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NY

LA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이자 세계적인 미술 컬렉터인 시드니 브로디 부부는 앙리 마티스의 말년에 자신의 주택 한켠에 세라믹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앙리 마티스 하면 20세기 입체파의 파블로 피카소와 더불어 양대 축을 이룬 야수파의 대부인데요. 예술은 순수함과 평온함의 균형에서 나온다는 그의 지론처럼 앙리는 콘셉트에 입각한 장식과 정서적인 표현을 강조했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과감하고 뛰어난 색깔의 활용이 있었습니다.

말년의 앙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자 과슈를 종이에 색칠해 가위로 자른 후 붙이는 일명 ‘절지 과슈(gouaches decoupees)’기법을 창안했는데 LACMA의 ‘한 다발’은 절지 과슈 기법으로 표현한 동명의 작품을 세라믹 벽에 구현한 작업입니다.

앙리 마티스의 몇 안 되는 말년의 작업이자 미국 서부에 설치된 유일한 작품인 ‘한 다발’은 LACMA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브로디가(家)가 기부 약속을 지키면서 LA 시민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뜻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미술관의 대표 컬렉션이라 이름 붙여 위 일곱 작품을 소개했지만 사실 예술에서 대표란 단어가 의미가 있을까요. 10만여점의 컬렉션에는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관람객은 자신과 맞는 작품을 감상하며 행복을 느끼는 게 가장 좋은 미술 감상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기쁜 소식은 현대자동차와 LACMA가 10년 동안의 중장기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과학, 기술이 융합된 전시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진행되는 ‘더 현대 프로젝트(The Hyundai Project)’를 통해 미술과 과학 기술을 융합한 ‘아트+테크놀로지’ 전시와 ‘아트+테크놀로지’ 랩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아트 + 테크놀로지’ 랩은 1967년부터 1971년까지 LACMA에서 진행됐던 ‘아트&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을 되살린 것인데요. 현대자동차 주도 아래 혁신적인 기업들(Google, SpaceX 등)과 차세대 융합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실험과 시도들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물론,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을 중요시하는 프로젝트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아트+테크놀로지’랩의 실험과 시도는 대중들에게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더 현대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작인 로버트 어윈의 〈Miracle Mile〉 2013, 제임스 터렐의 〈Light Reignfall〉 2011을 소장 지원했다고 하네요. 앞으로의 파트너십 활동에도 기대가 모아집니다.

현대자동차 브랜드 사이트▶ http://brand.hyundai.com
Art + Technology Lab▶ http://www.lacma.org/lab




글. 전종현 디자인 & 아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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