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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 식물을 담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2015/05/20by 현대자동차

그림으로 식물을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을 소개합니다

섬세하고 정확한 그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l 섬세하고 정확한 그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식물의 아주 세밀한 부분을 종이에 옮기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자연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눈으로 발견해내는 사람, 이소영을 만났습니다.



자연을 닮은 풍요로운 내면

“식물세밀화는 과학 일러스트예요. 의학 일러스트처럼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기록물이죠”
l “식물세밀화는 과학 일러스트예요. 의학 일러스트처럼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기록물이죠”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공간에서 식물들이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표본이 가득하고, 무채색 일러스트 작품, 자연에 관련한 책이 잘 정돈된 작업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공간에 놓인 것들을 훑어보며 그녀는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일 거라 유추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자신을 작가주의가 있는 화가라기보다 연구하는 사람, 즉 학자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 소개합니다.

“식물화는 예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식물을 아름답게 그리거나 개인의 주관이 드러나도록 그리는 것이지만 식물세밀화는 과학 일러스트예요. 예컨대 의학 일러스트처럼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그림인데 학문적으로 꼭 필요한 기록물이라 할 수 있죠. 그림의 목적이 식물 종의 미세구조까지 세밀하게 그려내서 식물의 분류학적인 형태의 특성이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식물세밀화는 그림을 봤을 때 정확하게 그 식물의 종을 구별할 수 있게 그려내야 해요.”

“식물이 자생하는 현장에서 살아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이 식물세밀화가의 매력이에요”
l “식물이 자생하는 현장에서 살아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이 식물세밀화가의 매력이에요”

이같이 정확한 작업을 위해서는 그림 그릴 개체를 정한 뒤 1년 동안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는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직접 식물의 자생지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 또한 모든 작업의 기초가 됩니다.

“식물세밀화가라고 하면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채집을 위해 등산화에 등산복까지 차려입고 산에 오르는 일도 많아요. 이처럼 식물이 자생하는 현장에서 직접 살아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이 다른 그림 작업과는 차별화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은 자연을 닮아 고요하고, 풍요로운 내면의 깊이가 드러나면서도 자연의 활력이 묻어납니다.



좋아했던 일, 그리고 책임감

식물세밀화가로 종사하겠다 마음 먹은 뒤, 그녀는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습니다
l 식물세밀화가로 종사하겠다 마음 먹은 뒤, 그녀는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습니다

원예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3학년, 그녀는 식물화를 그려보고 싶어 식물화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접 찾아가 그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는 평생 이 작업에 종사하겠다 마음먹은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국립수목원에 현장 실습을 신청하고, 노력과 열정을 증명해 그해 겨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식물화 연구 사업을 가장 많이 진행할 뿐 아니라 식물세밀화가를 채용하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했기에, 그녀의 도전은 꽤 무모하고 용기 있는 것이었지요. 결국 온실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것부터 일을 시작한 그녀는 이후 식물세밀화 코디네이터로 원서를 내 합격했고, 4년 동안 그곳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기록하는 즐거움과 함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다방면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l “기록하는 즐거움과 함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다방면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국립수목원에서 신종이나 미기록종의 특성을 기록하고 발표할 때 협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술과 과학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작가들에게 생태계를 알려주는 식물학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요. 예전에는 식물을 마주하면 무엇부터 그려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는 식물 하나하나의 특성이 눈에 보이고 ‘아, 이것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스스로 기록하는 즐거움이 있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기에 다방면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2013 유어마인드 '손바닥만한 책들의 모임'을 위해 제작한 소책자
l 2013 유어마인드 '손바닥만한 책들의 모임'을 위해 제작한 소책자

그녀는 이 일을 하며 식물세밀화를 그려 기록하는 일은 국가적으로도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작업에 임한다고 말합니다.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는 시기는 한시적이기 때문에 자연을 마주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녀는 봄꽃이 한창인 요즘도 기꺼이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식물 사진을 찍고, 스케치도 하며, 표본 채집과 관찰에도 한창입니다. 그녀는 현재 7가지 종류 중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 식물 상사화 5종에 관한 기록을 진행하며, 지난 3월 11일부터 5월 15일까지는 수원시 어린이 생태 미술 체험관에서 개인전 〈Eco eyes: 자연을 보는 눈〉을 열어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 이소영의 블로그에서 다양한 그녀의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자연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전하는 사람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수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l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수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은 어린이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하는 그녀. 모든 아름다움의 기원은 자연에서 비롯한다고 믿는 사람. “현미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안에 큰 세계가 존재해요. 밖으로 나가야 더 큰 세계가 있을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큰 세계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눈으로 볼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도 보여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데,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사실 정말 한정적이잖아요. 그러나 자연은 순환하고 우리 곁에 늘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수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그녀는 요즘 주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식물로 구근류를 추천했습니다. 봄에 피는 구근류에는 튤립과 수선화가 있는데,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구근류는 뿌리가 비대해 이를 통해 번식하는 것들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사람이 좀 더 자연을 가까이하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기록에 몰두하는 이소영. 그녀의 마음을 나눠 받아 자연에 한 걸음 다가가 보면 어떨까요?



글. 윤미진
사진. 전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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