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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리까지
정열과 낭만의 춤 탱고 이야기2015/09/02by 현대파워텍

삶을 품은 정열
그 치명적 유혹 탱고

발끝만 봐도 정열이 느껴지는 탱고!
l 발끝만 봐도 정열이 느껴지는 탱고!



강렬한 붉은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춤과 음악은 아무래도 탱고가 아닐까요? 격정적인 감성과 강렬한 리듬으로 듣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탱고. 그 속에 애수와 고독의 감성을 품고 있어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데요. 그 거부하기 힘든 ‘치명적인 유혹’의 세계는 알고 보면 더욱 매력적입니다. 열정의 나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탄생한 탱고의 이야기로 빠져봅시다!



마음을 움직이는 춤 탱고

탱고를 더 핫하게 만들어 준 <여인의 향기>의 한 장면 ⓒscent of woman 영화 [여인의 향기 중]
l 탱고를 더 핫하게 만들어 준 <여인의 향기>의 한 장면 ⓒscent of woman 영화 [여인의 향기 중]

‘포르 우나 카베사(Pour Una Cabeza)’가 흐르는 가운데 시각장애인 퇴역장교 프랭크 솔레드(알파치노 분)가 아름다운 여인과 탱고를 춥니다. <여인의 향기>의 이 탱고 씬은 많은 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죠. 영화에서 프랭크 솔레드는 서로의 다리가 엉키는 탱고의 동작을 인생에 빗대어 이렇게 표현합니다. “탱고는 실수할 게 없어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만약 실수해도 다시 추면 되니까. 실수해서 발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탱고는 이 대사처럼 ‘네 다리의 예술’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발의 동작들로 이루어지는 춤입니다. 하지만 탱고가 단순히 화려한 발동작만으로 주목 받는 건 아닙니다. 탱고는 ‘걷는 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듬에 맞추어 파트너와 함께 걷는 데서 그 매력이 묻어나죠.

서로 열정적인 눈빛을 마주한 채 바닥에 그림을 그리듯 움직여나가는 모습, 유혹하듯 다리 사이로 다리를 밀어 넣는가 하면, 서로 포옹했다가 밀어내고, 다시 턴해서 돌아와 품에 안기는 동작이 뜨거운 사랑에 빠진 남녀처럼 관능적입니다. 눈빛과 호흡, 조화와 균형,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아름다운 탱고 춤이 완성된답니다.

애잔하면서도 관능적인 남녀의 탱고 춤사위 ⓒIgor Bulgarian
l 애잔하면서도 관능적인 남녀의 탱고 춤사위 ⓒIgor Bulgarian

‘거부할 수 없는 사랑’과도 같은 이 치명적 춤 동작은 탱고가 탄생할 무렵,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의 복장 때문에 탄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남성은 목이 긴 부츠에 쇠발톱을 달고 가우초라는 바지를 입었으며 여성은 폭이 넓은 치마를 입었는데, 이런 복장으로 춤을 추다가 만들어진 동작이 오늘날 탱고의 밑바탕이 된 거죠.

오늘날 알려진 ‘탱고Tango’라는 용어의 기원은 아프리카. ‘만남의 장소’, ‘특별한 공간’이라는 뜻에, 라틴어 어원인 ‘Trangere, 가까이 다가서다, 만지다, 마음을 움직이다’라는 의미가 더해졌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탱고는 100여 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슬픔을 어루만져준 탱고

파스텔 톤의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이 늘어선 탱고의 발상지, 라 보카(La Boca)
l 파스텔 톤의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이 늘어선 탱고의 발상지, 라 보카(La Boca)

알록달록 작은 건물들이 들어차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남쪽의 항구 ‘라 보카(La Boca)’. 이곳은 과거 탱고의 발상지로, 사실 지저분한 항구였습니다.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는 풍부한 농수산물을 유럽으로 수출하던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때문에 무역량이 늘어감에 따라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수백만의 유럽 하층민들이 이주해 왔죠. 그래서 1920년대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의 70% 이상이 유럽 이민자들과 그 자손이었다고 합니다. 이민자들 대부분은 고향에 돈을 보내려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았죠. 고된 노동 속,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깊었을까요?

그때 그들을 달래주던 춤이 있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아바나를 오가던 쿠바 선원들의 무곡 ‘하바네라(Habanera)’, 아르헨티나풍의 멜로디가 가미된 ‘밀롱가(Milonga)’, 우루과이로 건너갔던 아프리카 흑인들이 타악기를 동반한 춤과 음악으로 발전시킨 ‘칸돔블레(Candomble)’, 이 세 가지 춤이 섞여 탄생한 탱고였죠. 이민자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탱고를 추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탱고의 선율에는 그 그리움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유럽 상류층에 분 탱고 열풍

역시 정열의 춤 탱고, 섹시하죠? ⓒsunsinger
l 역시 정열의 춤 탱고, 섹시하죠? ⓒsunsinger

라 보카에서 탄생한 탱고가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나갔을까요? 사실 그 당시 아르헨티나 상류사회에서는 탱고를 부둣가 하층민들이나 추는 더럽고 천박한 춤으로 여기며 멸시했습니다. 그러던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해외 왕래가 잦던 이들이 유럽에 탱고를 전파하게 됐는데요, 남녀가 밀착된 이 관능적인 춤에 1912년 유럽의 상류층들이 열광했습니다.

유럽 상류층은 탱고를 새로운 예술로 받아들였고, 탱고 잡지와 탱고 향수, 탱고 음료수, 심지어 탱고 란제리까지 등장하는 등 유럽에는 그야말로 탱고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에 교황은 탱고를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음란하고 야만적인 춤’이라고 비판했죠. 그러나 탱고는 ‘멈추지 않는 춤’ 아닌가요? 이에 굴하지 않고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때, 아르헨티나의 정열적이고 다소 선정적인 탱고는 유럽에서 무도회용의 우아한 댄스 곡 스타일로 변화했습니다. 이것을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구별해 ‘콘티넨탈 탱고’라 부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탱고의 대부분은 콘티넨탈 탱고.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파리의 문화를 동경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상류층이 세련된 파리지엥들이 탱고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파리의 변형된 탱고를 역수입했다는 것입니다.

예술로 승화된 멈추지 않는 춤 탱고
l 예술로 승화된 멈추지 않는 춤 탱고

그리고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아르헨티나는 이제 탱고의 나라가 되었죠. 탱고는 더 이상 ‘더럽고 천박한 춤’이 아닙니다. 탱고를 잘 추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으며, 탱고는 전 세계인에게 정열과 낭만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탱고 음악의 대가 가르델과 피아졸라

탱고는 춤뿐만 아니라 음악도 중요하죠!
l 탱고는 춤뿐만 아니라 음악도 중요하죠!

탱고는 춤이자 음악입니다. 탱고 음악 하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애잔하면서도 격정을 담은 곡 ‘포르 우나 카베자(Pour Una Cabeza)’의 선율이 가장 먼저 흐르죠. <여인의 향기> 삽입곡이자 탱고의 최대 히트곡인 이 곡을 만들고 부른 이는 프랑스 출신인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인데요. 탱고 음악이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계층이 즐기는 대중음악으로 성장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옥 같은 탱고 음악, 오늘 한번 들어보세요~
l 주옥 같은 탱고 음악, 오늘 한번 들어보세요~

그러나 1960~70년대, 아르헨티나에 경제적 쇠퇴가 찾아오면서 탱고의 대중적인 인기도 점차 시들었죠. 이때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가 탱고의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는 탱고를 더 이상 춤만을 위한 음악이 아닌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전위적인 요소들까지 도입하며 탱고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았습니다. 스스로도 자신의 음악을 누에보 탱고(Nuevo Tango), 즉 ‘새로운 탱고’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1974년 유럽으로 건너가 10년간 파리·암스테르담·빈은 물론, 뉴욕·도쿄 등 세계 각국을 오가며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렸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소치올림픽 프리 연기를 선보일 때의 배경음악으로 잘 알려진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비롯해 ‘Libertango(리베르탱고)’, ‘Vuelvo al Sur(남쪽으로 돌아와요)’, ‘Buenos Aires Hora Cero(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 세계 청중들을 매료시킨 피아졸라의 주옥 같은 명곡들을 들어보세요. 고독하고도 우수에 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분위기에 더해진 클래식 감성이 무뎌진 감성과 잠자는 열정을 깨워줄 거에요!



글. 조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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