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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트레킹, 그리그의 바이올린
겨울을 마주 보는 두 가지 방법2015/02/06by 현대자동차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과
함께 떠난 오대산 겨울 산행기

순수하고 깨끗한 설산을 오르다 보면 코끝은 시리지만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른다
l 순수하고 깨끗한 설산을 오르다 보면 코끝은 시리지만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른다



오대산은 겨울 산행의 명소다. 순수하고 깨끗한 설산을 오르다 보면 코끝은 시리지만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른다. 오대산의 맑은 풍경이 시각적 감동을 선사한다면, 북유럽의 서정을 담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청각을 통해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겨울의 감성으로 가슴을 울리는 두 가지 방법이다.



겨울을 걷다, 오대산 트레킹

눈이 많이 쌓인 날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가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l 눈이 많이 쌓인 날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가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오대산은 문수신앙의 본산인 불교 성지로 오대 암자(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가 연꽃 모양의 산세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이 오대를 둘러보는 암자 순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이 대표적인데, 눈이 많이 쌓인 날에 가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일출 산행은 노인봉이 좋다. 노인봉에 오르는 길은 진고개휴게소에서 출발하는데, 왕복 약 3시간 정도 걸리며 쉬운 코스에 속한다.

“강원도의 산에서 자작자작한 눈을 만나면 무조건 하산해야 해. 함박눈보다 이런 눈은 며칠씩 내리기 때문에 위험하거든.” 언젠가 진고개휴게소에서 만난 노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진고개휴게소와 노인봉 정상 사이에 자리 잡은 노인 봉산장의 주인이었다. 그는 눈이 내리면 산악스키로 산 장과 주문진 바닷가를 오르내린다고 했는데, 겨울 산행 시에는 날씨를 잘 골라야 하며 눈을 관찰해 오를지 내려갈지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오대산 품에서 풍류를 즐기던 노인을 볼 수 없고, 그가 지키던 산장은 무인 대피소로 변했다. 대피소에서 노인봉 정상까지는 300m가량이다.

중무장하고 나섰더라도 설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므로, 겨울 산행을 위한 준비는 역시 철저해야 한다. 경험이 없다면 무조건 전문가의 뒤를 따라야 하고, 아이젠부터 스틱, 침낭, 비상식량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겨울 배낭은 여름 배낭보다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는 만큼 체력 또한 많이 필요하다.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노인봉 정상에 서면 장쾌한 설악산 능선과 동해가 한눈에 잡힌다. 붉은 여명 속에서 꿈틀거리는 첩첩 산줄기를 보면 추위는 사라지고 가슴이 뭉클하게 데워진다. 멀리 북쪽 공제선에 걸린 설악산의 하얀 능선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맑은 설원과 눈꽃 사이로 태양빛이 스미는 걸 가만히 바라보다, 다음 산행을 위해 내려갈 채비를 한다.



겨울을 듣다,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이 곡을 들으면, 노인봉 일출을 보는 동안의 코끝은 차갑지만 가슴은 뜨거워지는 경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l 이 곡을 들으면, 노인봉 일출을 보는 동안의 코끝은 차갑지만 가슴은 뜨거워지는 경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는 바이올린 소나타를 세 곡 남겼는데, 에드바르 뭉크의 ‘기차 연기’를 재킷에 담은 이 음반은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배가 떠있는 피오르 해안가를 달리는 기차의 하얀 증기와 노을에 물든 하늘과 상록수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세 가지 소나타 중 제3번 C단조 Op. 45는 깨끗하고 투명한 북유럽의 자연을 담은 작품으로, 열정적인 1,3악장 사이에 낀 2악장 로만차는 오로라가 넘실대는 북구의 겨울 하늘을 연상케 한다. 이 곡을 들으면, 노인봉 일출을 보는 동안의 코끝은 차갑지만 가슴은 뜨거워지는 경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 음 한 음이 또렷한 마리아 주앙 피레스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난 뒤 아스라이 가슴 한 쪽을 시리게 하는 오귀스탱 뒤메이의 바이올린이 이어지는데, 두 음색이 찰떡궁합이다. 오대산 자락에서 야영하며 겨울 밤하늘의 팝콘 같은 별을 보는 동안, 암흑의 두려움을 밀어내고 뭉클한 감성을 채워주기도 한 고귀한 음악이다.



글. 박성용(<아웃도어뉴스> 편집국장)
사진. 박성용,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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