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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겸 칼럼니스트 김태훈 인터뷰
“불편함이 우리 삶을 성숙하게 만들죠”2015/08/31by 현대엔지니어링

팝 칼럼니스트, TV 프로그램진행자, 연애카운슬러… 다양한 직업을 가진 김태훈 씨
그의 버라이어티한 삶의 비결을 현대엔지니어링 사원들이 물었습니다

인터뷰이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와 인터뷰어 양정석 사원, 문정윤 대리
l 인터뷰이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와 인터뷰어 양정석 사원, 문정윤 대리



팝을 즐기지만, 맥주보다 소주가 어울리는 남자. 말 한마디로 사람 마음에 불을 붙였다가 순식간에 찬물도 끼얹는 남자. 관심 있는 것엔 탐정처럼 집요하고, 관심 없는 것엔 철저히 무지한 남자. 귀찮은 건 딱 질색이지만 불편이 예술을 만든다는 건 잘 아는 남자. 어느 날은 지적인 칼럼니스트로 어느 날은 수다스러운 카운슬러로 변신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남자는 바로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 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입담 좋던 그와 나눈 이야기를 한 번 살펴볼까요?



제약이 있어야 삶이 더 즐겁죠!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의 싸인
l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의 싸인

양정석 사원 : 팝 칼럼니스트, TV 프로그램진행자, 작가, 인터뷰어, 연애카운슬러…. 인터뷰를 앞두고 인터넷에서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니 정말 많은 수식어가 나오더군요. 한 가지 일도 잘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이런 많은 직업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김태훈 작가 : 사실 저는 음악가, 드러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재능이 영 없어서 그렇게 못 했죠. 그저 음악이 좋고 글 쓰는 것이 좋아 음악잡지사 기자가 됐어요. 그러다 음반회사 마케팅 프로모션을 했고, 라디오 선곡 작가를 했고, DJ를 했고, 공연기획사에서 아티스트 데려다 공연을 했고, 뭐 이렇게 이어진 거죠. 하나의 희망이 꺾인 자리에 여러 가지가 돋아나더군요.

양정석 사원 : 음악을 포기한 건 의외인데요. 왠지 작가님은 남들이 뭐라 하건 하고 싶은 건 다 해오셨을 것 같은데.

김태훈 작가 : 속이 상해서 계속할 수가 없었어요. 귀로 듣는 건 세계 최고 드럼 연주자들의 음악인데 내 손발이 움직이는 건 바보 같잖아요. 짜증 나서 집어 던졌죠. 내가 가진 모든 재능 중 가장 탁월한 재능은 빨리 포기하는 것일 거예요. 못하는 것에 대해선 미련을 안 둬요.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문정윤 대리 : 좋아하는 일 중에도 하다 보면 버겁거나 부담이 되는 일이 있지 않나요?

김태훈 작가 : 그런 일도 있죠. 하필 글 쓰는 걸 직업으로 갖는 바람에. 올해 안에 책 두 권을 내야 하는데 힘들어 죽겠어요. 그래도 책상에 앉아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저에겐 즐거움이니, 그냥 받아들여요. 산이 좋아 산에 가지만, 산에 올라갈 땐 정말 힘들잖아요. 그런 느낌인 거죠.

양정석 사원 : 다른 일들도 많이 하시는데 굳이 그렇게 힘든 글쓰기를 계속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김태훈 작가 : 어떤 영화평론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건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많은 격투기 종목 중에 복싱을 제일 좋아해요. 복싱은 규제가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글러브를 껴야 하고, 허리 밑으로는 공격하면 안 되고, 상대가 넘어졌을 때도 가격할 수 없죠. 복싱은 그런 많은 제약 속에서 이뤄지는 경기예요. 전 그런 게 아름답다고 봐요. 인생도 마찬가지죠. 결혼하고서 사람들이 뭐가 제일 달라졌느냐고 물어요. 그럼 전 불편해졌다고 하죠. 제약이 많아졌으니까요. 후회하세요? 하고 다시 물으면 아니요, 그 불편함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라고 합니다. 자유롭게 살 때 난 어른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거죠.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 양정석 사원
l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 양정석 사원

문정윤 대리 : 집필하신 <김태훈의 편견>이란 책을 봤는데요. 대중의 오해와 편견 속에도 담담히 자신의 길을 가는 분들의 인터뷰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님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오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태훈 작가 : 책에도 썼지만 저는 영화 <아임 낫 데어> 벤 위쇼(아서 역)의 대사를 좋아해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오해 받고 싶지 않다면.’ 내가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누군가는 오해할 수밖에 없다, 라는 거죠. 사람들은 제 진심을 알 수 없으니 오해를 받는 건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을 하는 입장에선.

양정석 사원 : 그럼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할 방법은 없겠네요. 뭔가를 하면 할수록 또 오해를 사게 될 테니까.

김태훈 작가 : 어느 날 배철수 선배가 그러더군요. “좋아하는 거라면 오래 해라. 그러면 사람들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그래요. 뭐 언젠가는 알아주겠죠. 그리고 또 안 알아주면 어때요.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거죠.



욕심 많은 팔방미인 김태훈, 그의 끊임 없는 도전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 문정윤 대리
l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 문정윤 대리

문정윤 대리 : 이전 세대 평론가들은 주로 권위 있는 해설자 역할을 했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같이 수다 떠는 느낌으로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셔서 친근했어요. 요즘 보신 영화 중에는 추천할 만한 게 뭐가 있나요?

김태훈 작가 : 최근 봤던 영화 중 단연 최고는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이에요. 중학생 여자아이들의 세계와 감수성을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냈는데, 정말 멋진 이야기가 완성됐어요. 시큰둥하게 극장에 들어갔다가 30분 만에 아주 턱이 빠졌다니까요. 이게 뭐지 싶더라고요.

양정석 사원 :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내용에 반전이 있는 영화인가요?

김태훈 작가 : 내용의 반전이라기보단 제 기대의 반전이겠죠. 애들 영화라고 생각하고 본 영화가 40대 중반 남자의 눈에서 눈물을 쏟게 한 그런 반전. 마지막에 같은 교복을 입은 하나와 앨리스가 손을 잡고 막 뛰는데, 그 장면을 보면 ‘아, 얼마나 삶이란 아름다운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영화음악도 상당히 아름답죠.

문정윤 대리 : 뭐랄까 전 좀 더 무거운 영화를 꼽으실 줄 알았는데, 소녀 감성의 영화를 강력 추천하시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반전이네요.(웃음)

양정석 사원 : 인터뷰하면서 궁금했던 게 작가님 이야기 하실 때 보면 어느 영화, 혹은 책에 이런 말이 있다고 인용을 참 잘하시더라고요. 그런 인용구는 따로 외우시나요? 아니면 기억력이 정말 좋으신 건가요?

김태훈 작가 : 기억력이 특별히 좋은 건 아니고, 보통 남들이 기억하는 것 대신 전 그런 걸 기억하는 거죠. 이를테면 저는 평생 산에 다녔는데도 소나무 빼고는 나무 이름을 몰라요. 왜냐하면, 관심이 없거든요. 관심 없는 부분에 있어서 전 그냥 바보예요. 일상적인 것도 잘 모르는 게 많죠. 문장을 잘 기억하는 비결은 따로 없어요. 그 글귀를 정말 좋아하면 되는 거죠. 고등학교 때 몇 번씩 줄 치고 외운 것도 시험 끝나면 다 잊어버리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아주 재미있는 글을 읽고 나면 그건 평생 남죠. 글을 읽고 나서 그 의미가 가진 아름다움, 훌륭한 사유에 대해 감동하면 자연히 머리 안에 들어와요.

문정윤 대리 : 작가님의 달변을 듣고 있자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네요.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또 어떤 반전을 보여주실지 궁금하네요.

김태훈 작가 :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인데 현재 뮤지컬과 희곡 대본을 쓰고 있어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듣기’가 요즘의 제 화두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한 시간 정도 헤드폰을 쓰고 오롯이 음악만 들어요. 한동안 바빠서 음악은 차 타고 다니면서 듣고, 책 보면서 듣고, 커피숍에서 듣고 그랬거든요. 듣긴 듣는데, 들은 게 아닌 거나 마찬가지였죠. 그러다 내가 정말 음악을 좋아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Back to the basic’이라고 하죠. 나의 처음,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랬더니 처음 그때처럼 다시 행복해지고 있어요. 인생은 그렇게 다시 굽이 돌아가는 거겠죠 뭐.



인터뷰. 화공 문정윤 대리, 화공 양정석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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