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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여행
알베로벨로 거닐기2015/05/19by 현대자동차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동화 속 나라 같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소도시 알베로벨로를 소개합니다

남부의 들판을 달리다 보면 너른 꽃밭 사이로 트룰로가 불쑥 모습을 드러냅니다
l 남부의 들판을 달리다 보면 너른 꽃밭 사이로 트룰로가 불쑥 모습을 드러냅니다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동화 같은 풍경으로 떠나고 싶은 갈망을 오롯이 채워주는 여행지가 있다면, 누구든 과감히 배낭 하나 둘러메고 달려갈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랜 전통과 문화유산, 독특한 건축 양식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아직 여행자들에게 숨겨진, 동화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 이탈리아 남부의 아담한 소도시 알베로벨로를 소개합니다.



동화 속 풍경을 완성하는 트룰리

동화마을 알베로벨로는 거리공연자마저도 동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l 동화마을 알베로벨로는 거리공연자마저도 동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알베로벨로를 찾아가는 여정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이곳을 향하는 여행자는 예쁜 동화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아이처럼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좀처럼 진정하기 힘듭니다. 일단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열차를 타고 남부 풀리아 주의 수도이자 가장 부유한 도시 바리를 거칩니다. 바리를 벗어나 알베로벨로에 다다르면 황톳빛 들판에 올리브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올리브나무 사이로 듬성듬성 회색빛 석회암으로 만든 원추형 모양의 집들이 눈에 띕니다. 이 원추형 집이 바로 트룰로라고 부르는 이 지역 특유의 주거지. 남부의 토양에서 흔히 채취하는 석회암을 이용해 지은 트룰로는 알베로벨로에 가까워질수록 더 빈번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알베로벨로는 포폴로광장을 중심으로 동쪽 언덕의 신시가 지구와 서쪽 언덕의 트룰리 지구로 나뉩니다. 트룰리는 트룰로의 복수형으로 이는 곧 트룰로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포폴로광장의 서쪽 언덕에는 원추형의 트룰로가 밀집해 알베로벨로의 동화 속 풍경을 완성합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리오네 몬티 지구와 아이아 피콜라 지구에는 1,400여 채나 되는 트룰로가 우후죽순 군집을 이뤄 상상 속 그림 같은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리오네 몬티 지구에는 1,000여 채의 트룰로가 비탈진 언덕을 따라 비현실적으로 펼쳐져 있는데, 지금도 알베로벨로 주민들은 이곳에서 일상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트룰로의 기원에 관해서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옛날 정부 관리들이 주택에 과한 세금을 매겨 알베로벨로 주민들은 고단한 삶을 감내해야 했는데, 가난한 이곳 주민들은 세금을 부과하러 관리가 나올 때면 얼른 집을 부술 수 있게 구하기 쉬운 돌을 이용해 트룰로를 지었다고 합니다. 조상들의 눈물과 한숨 가득한 삶의 흔적인 트룰로 덕분에 알베로벨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등 남부 제일의 관광지가 된 것이죠. 이렇게 역사도, 인간의 삶도 아이러니합니다.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무엇이 될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동화를 꿈꾸고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따스하고 고운 마음을 지닌 알베로벨로 사람들

3대째 가업을 이어온 남부 전통 절임 식품가게 마리아 콘체타 마르코의 안주인 마리아
l 3대째 가업을 이어온 남부 전통 절임 식품가게 마리아 콘체타 마르코의 안주인 마리아

알베로벨로를 거닐다 보면 시선이 닿는 곳 어디든 동화 속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데, 원추형 지붕마다 제각기 그려져 있는 태양, 달, 별, 사람, 촛대 등의 도형과 종교적인 상징 문양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알베로벨로의 골목길에서 미니 트룰로를 직접 만들어 파는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석회암을 정과 망치로 쪼개서 미니 트룰로를 만들고 있는 기념품 가게엔 하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주인장이 손님을 쳐다볼 겨를도 없이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앙증맞은 미니 트룰로는 알베로벨로를 기억하기에 좋은 기념품입니다.

또한 리오네 몬티 지구 골목 곳곳에는 남부의 전통 칠리페퍼 절임을 비롯해 각종 특산물 절임과 와인, 치즈, 햄 등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몬테 산 미켈레 거리에 있는 마리아 콘체타 마르코가 바로 그런 곳 중 하나인데요. 가게의 안주인 마리아는 칠리페퍼에 관한 학위를 3개나 획득한 전문가로 조부로부터 시작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가게 안에는 그을음 가득한 전통부엌과 우물로 사용했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조부의 가게를 지키며 알베로벨로에서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다고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에서 다시 한 번 진정한 행복이 무얼까 생각해봅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스머프 마을의 풍경

기념품 가게 주인이 숙련된 솜씨로 미니 트롤로를 만드는 모습
l 기념품 가게 주인이 숙련된 솜씨로 미니 트롤로를 만드는 모습

알베로벨로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위치는 포폴로광장 서쪽에 있는 성 루시아 교회 옆 작은 공터. 공터에서 맞은편 리오네 몬티 지구를 바라보면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트룰로가 옹기종기 모여 동화 속 풍경을 만든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새하얗게 칠한 외벽과 회색빛 석회암 때문인지 알베로벨로의 색채는 단순합니다. 그리고 이런 풍경 덕에 저절로 동심으로 돌아가 맑게 정화되는 듯합니다. 트룰로 사이로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은 마치 스머프 만화를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파란 하늘, 원추형의 트룰로, 그리고 사람,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곳 알베로벨로. 그곳에서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 서면 지금은 그저 눈에 담긴 풍경 그대로의 동화 같은 세상을 믿고 싶어집니다. 여행이 끝나면 돌아가야 할 치열한 현실은 잠시 잊어버리고, 그 순간만은 그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빠져들게 됩니다.



오묘하고 신비한 푸른빛으로부터 시작하는 하루

신비로운 색으로 물든 알베로벨로의 고요한 새벽 골목길 풍경
l 신비로운 색으로 물든 알베로벨로의 고요한 새벽 골목길 풍경

고요한 밤이 알베로벨로를 뒤덮으면 낮과는 다른 평온함이 흐릅니다. 소란스러운 여행자들도 떠나고 주민들은 동그란 트룰로 속으로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사라집니다. 모두가 곤히 잠든 새벽녘에 알베로벨로의 리오네 몬티 지구를 거니는 경험은 더욱 특별함으로 다가옵니다. 알베로벨로에서는 머무는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신비로운 알베로벨로의 풍경과 따스한 사람들의 마음에 물들어가다 보면 동화 속 이야기들이 알베로벨로 같은 소도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길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듯 골목길 여기저기 배회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고요한 알베로벨로의 새벽빛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푸른색으로 가득합니다. 그 새벽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신비감과 행복감으로 충만해집니다. 갑자기 하늘이 환해지면서 태양 문양을 그려 넣은 지붕 위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알베로벨로의 아침을 붉게 물들이는 해가 떠오릅니다. 동화 속 그림처럼 몽환적으로 알베로벨로에 해가 솟으면, 또다시 일상처럼 여행자의 하루가 열리고 아침 공기는 좀 더 분주하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현실이 아닌 진짜 동화 속 하루가 시작된 건지도 모르지요.



Travel Tip

알베로벨로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현실의 무게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l 알베로벨로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현실의 무게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가는 방법
이탈리아 로마로 들어간 후 남부 풀리아 주의 수도 바리로 이동합니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바리 중앙역까지 특급열차인 유로스타를 타고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바리 중앙역에서 FSE(Ferrovie Sud-Est) 바리-타란토 노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 30분, 로마에서 알베로벨로까지 자동차로는 5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즐길 거리
알베로벨로에서는 최소한 1박을 권합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으면 트룰로에서 묵을 수 있는 숙박 에이전시와 연결해줍니다. 트룰로에서 하룻밤을 묵는 경험은 특별한 추억입니다. 원룸형의 트룰로 숙소는 가장 안쪽에 침대를 놓은 침실이 있고 널찍한 거실에는 옷장과 소파, 입구 쪽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있으며 한가운데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습니다. 바깥의 태양이 아무리 뜨겁게 내리쫴도 트룰로 안에 들어가면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어도 시원해집니다.

먹을 거리
남부 풀리아 주는 이탈리아의 올리브유 최대 생산지. 올리브를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고, 남부 전통의 칠리페퍼 절임을 비롯한 다양한 특산물 절임 제품을 구매하거나 먹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수년 연속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 ‘트룰로 도로’에서 남부의 진미를 느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글. 사진 백상현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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