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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수집해봤니?
창의적인 콜렉터들의 수집 이야기2015/06/30by 이노션 월드와이드

평범한 스티커에서부터 비행기 위생봉투까지!
이유 있는 4인 4색 콜렉팅 풀스토리

우표는 수집의 교과서와도 같았죠
l 우표는 수집의 교과서와도 같았죠



일상적인 물건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이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물건들. 이들은 어떤 이유로 물건을 모으고 있는 걸까요?



프리 스티커를 모으는 음악칼럼니스트, 김윤하

“무심코 한두 장 거둬오다 보니, 스티커 수집이 취미가 됐어요”
l “무심코 한두 장 거둬오다 보니, 스티커 수집이 취미가 됐어요”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음악칼럼니스트입니다. 올해로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 중반이 됐지요. 주로 음악이나 문화에 관련된 칼럼을 쓰고 , <네이버 온스테이지>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Q. 프리 스티커를 수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스티커나 볼펜 같은 문구류도 좋아하는 편이었고요. 공연장이나 전시장, 소규모 책방 같은 곳에 가면 입구에 홍보를 위해 프리 스티커들이 항상 놓여 있더라고요. 무심코 한두 장 거둬오다 보니 어느새 모으는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수집량이 아주 많지는 않아요.

Q. 자신만의 수집 기준과 방법이 있나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쓰는 일이 많아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진 않아요. 다만 홍보물이 놓여 있는 곳을 다른 사람들보다는 유심히 보는 편이죠. 프리 스티커라도 나름의 미의 기준을 통과한 것들만 수집한답니다!

Q 컬렉션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얼마 전 동료 평론가 중 한 분이 몇 해 전부터 홍대 근처에 배포되는 각종 공연 플라이어 홍보물을 모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둘이 10년이나 20년 뒤쯤, 서로가 모은 것들로 작은 전시를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올해가 한국 인디 20주년을 맞이한 해라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데, 30주년이나 40주년쯤 그런 행사들의 한 켠을 차지할 수 있다면 기쁘고 즐거울 것 같습니다.



낙서를 수집하며 작가가 된, 도인호

“막다른 길에서 낙서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어요”
l “막다른 길에서 낙서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어요”

Q. 낙서를 모으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6년 잠실역 화장실의 음담패설 낙서들이 2년 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으로 바뀐 걸 봤습니다. 낙서가 시대를 반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2006년보다 2008년에 성 소수자 담론이 많아졌으니까요. 그런 낙서들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Q. 낙서를 수집한다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가슴이 답답하면 걸어 다니는 편이에요. 평소에 가보지 못한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그 동네 분위기도 느껴보고, 낙서를 모으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그렇게 모은 낙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보고 느낀 거리의 정서들이 다시 와 닿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사라질 낙서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보관해놓으면, 왠지 서울의 한 시대를 기록한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합니다.

Q. 낙서 외에 앞으로 수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지역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포착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요. 낙서를 모으는 작업도 서울의 다양한 표정을 잡아내는 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낙서 다음으로는 간판을 모아 보고 싶어요. 촌스럽고 요란한 간판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거리의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될 테니까요. 이렇게 하나하나 서울 시리즈를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우연을 수집하는 남자, 우연 수집가

“어쩌다 마주친 것들을 운명처럼 수집하게 됐습니다”
l “어쩌다 마주친 것들을 운명처럼 수집하게 됐습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우연수집’이라는 블로그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촌과 남산에 ‘우연수집’이라는 동명의 선물가게도 냈고, 책도 냈어요. 서른다섯이 된 올해에는 여행기, 연애 에세이, 동화책을 동시에 쓰고 있죠.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고, 만들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글과 사진과 손을 이용한 작업을 많이 하죠.

Q. 우연을 수집한다는 건 어떤 의미죠?
우연 수집의 의미는 일상이나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는 작은 경험들을 사진, 글, 영상으로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의미합니다.

Q. 일상을 소재로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은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죠. 외국으로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모델을 섭외해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결국은 지속적인 관찰력과 수집, 그리고 재미있게 가공하려는 노력만 있으면 되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일이기에 공감을 끌어낸다는 장점도 있고요.

Q. 그렇게 수집한 우연들은 어떻게 보관(?)하는지.
제가 수집하는 것들은 일상의 에피소드라서 주로 사진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워낙 그 양이 많다 보니 될 수 있으면 빨리 이야기별로, 날짜별로 폴더를 분류해요. 디지털 매체는 편리하지만 한 번에 날아가버릴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백업은 필수입니다. 이것들을 잘 편집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일종의 보관법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이런 수집 활동이 본인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요?
관찰력이 많이 생겼어요. 소소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생각해내게 됐죠. 그것이 디자인 상품화되기도 하고 책 속의 이야기가 되면서 경제적 이득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유롭고 풍성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득입니다.



비행기 위생봉투 챙기는 카피라이터, 윤명진

“제 인생의 오브제로 비행기 위생봉투를 선택했습니다”
l “어쩌다 마주친 것들을 운명처럼 수집하게 됐습니다”

Q. 특이한 걸 수집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무엇인가요?
항공기 기내에서 제공되는 ‘Air Sickness Bag’인데요. 한국말로는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토 봉투(;)’라고 부릅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항공사의 항공기를 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그 항공기를 탔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죠. 그중에 가장 옮기기도 쉽거니와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지는 것을 가져오다 보니, 이걸 모으게 됐습니다.

Q 어떻게 모으는 건가요?
그냥 기내에 있는 위생봉투 중 가장 깨끗한 것을 챙깁니다. 특별히 고가의 물건도 아니니 한두 개 가져간다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마음이 편하죠. 혹시 급하게 멀미가 나는 경우(평생 없었지만;)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새 항공사를 타면 일단 위생봉투의 디자인부터 확인합니다. 예쁘고 디테일이 있을수록 신나요.

Q 그럼 보관은 어떻게 하죠?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구김이 가지 않도록 파일함에 넣어놨어요. 받은 편지나 카드 등과 함께 보관하는데 가끔 편지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점검합니다.

Q 이 컬렉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큰 목표가 없는 것이 이 컬렉션의 장점(?)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위생봉투를 꺼내보며 ‘아, 여기는 이랬었고 여기는 이랬었어, 비행기를 놓칠 뻔해서 크게 싸웠었지, 여기는 상어 출몰 지역이 있던 곳이야’라고 가볍게, 소소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글. Life is Orange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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