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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사진작가이자 스포츠 아티스트
원춘호 사진작가 인터뷰2014/07/01by 현대자동차그룹

다큐 사진작가이자 스포츠 아티스트로 알려진 원춘호 사진작가
그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사진작가 원춘호

| 사진작가 원춘호



원춘호 사진작가는 다큐 사진작가이자 스포츠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월드컵 시즌마다 그의 사진이 회자되는 건 그것이 승리에 대한 기록이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승리를 기점으로 그 이전 혹은 그 이후에 더 가깝지요. 그가 담아내는 건 선수들의 감정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하는 때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가 파인더로 좇는 건 경기의 클라이맥스가 아닌 선수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얼굴 없이도 설명되는 사진

원춘호 사진작가는 요즘 한국리얼다큐사진가회를 운영하며 생태와 도시 등에 관한 다큐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10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국제포토페스티벌을 준비 중인 그는 꼭 이맘때가 되면 월드컵과 관련한 전시 및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온다며 웃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건 2005년 피스컵 코리아에서 첫 골을 어시스트한 직후 환호하는 이영표 선수의 사진입니다. 그 안에는 그때의 힘과 기쁨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지요. “이영표 선수가 첫 골을 어시스트하고 기쁨에 차서 순간 공중으로 붕 떠올랐어요. 제가 셔터를 눌러 세 컷을 찍었는데, 모두 얼굴은 잘리고 몸통과 다리만 나왔어요. 통상 사람들은 얼굴이 잘린 사진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걸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살짝 찍힌 그의 입매와 손의 힘줄에서 기쁨이 전해졌어요. 얼굴 없이도 모든 게 설명됐죠.” 그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또 하나의 경기는 2007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 원회) 동아시아컵 알파인스키대회라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던 모습은 그에게 말 그대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쉽게 못 내려오는 험한 길이었어요. 어떤 이는 발이 하나 없고, 어떤 이는 시각장애가 있어서 누군가 앞에 동행하며 기문이 있을 때마다 ‘어’ 하 고 소리를 내줘야 1~2초 후 돌 수 있어요. 팔 없는 사람들은 특히 위험한데, 넘어지면 얼굴이나 목이 땅에 바로 부딪치거든요. 마음이 찡했어요. 저렇게 힘든 걸 그들은 왜 하는 걸까? 답은 희열이었어요. 제가 사진을 하는 이유도 그렇거든요. 모든 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에는 희열이 있죠.

2005년 피스컵 코리아에서 환호하는 이영표 선수 사진
| 원춘호 작가의 사진은 놀라운 힘을 담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잘 알려진, 2005년 피스컵 코리아에서 환호하는 이영표 선수의 사진입니다



일이 일어나고 셔터를 누르면 늦다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건 1987년 대학 시절, ROTC 선배가 보여준 여자친구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기존에 봐오던 사진은 팬 포커스로 찍어 모든 피사체가 선명했는데, 선배가 보여준 사진에는 선배의 여자친구만 선명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아웃 포커스로 찍은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이었지요. 바로 어머니를 졸라 카메라와 플래시를 샀습니다. 그렇게 셔터를 눌러온 세월이 햇수로 27년입니다.


사진을 찍는 매 순간 그는 찰나보다는 언제나 조금 앞선 곳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특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가장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앞에 두고 그는 자신이 기록해야 할 것이 바로 그 극으로 몰린 감정과 몸짓임을 알았습니다. 22명이 뛰는 경기지만 카메라의 파인더는 제한돼 있고 화각도 좁기 때문에 저는 제가 선택한 부분만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설정을 잘 해야 하죠. 순간을 미리 예측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모든 사진이 그렇지만 경기장에선 특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난 뒤 셔터를 누르면 이미 늦은 거거든요.

찰나를 포착하는 원춘호 작가의 사진
| 찰나를 포착하는 원춘호 작가의 사진



룰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제가 스포츠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룰이 있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시간 안에 벌어지는 잔치죠.” 축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룰이 없었습니다. 골대 간의 거리는 1마일 (1.6km)이나 되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으며, 시간 제한도 없었기 때문에 어느 한 편이 포기할 때까지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요. 참가자 수가 지나치게 많고 그들이 승패에 집착하면서 경기가 거칠어졌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축구가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축구가 본격적으로 규칙을 갖추기 시작한 건 1860년대부터였습니다. “게임이라는 건 룰이 있어야 완성되잖아요. 농구는 각 팀 5명의 선수가 일정 시간 내에 상대의 바스켓에 골을 더 많이 넣어야 이기는 것이고, 축구는 각 팀 11명의 선수가 공을 몰고 가서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는 게 기본 룰이에요. 간혹 룰이 안 지켜지는 경우도 있어요.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때도 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독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룰은 정해놨지만 경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해요. 저는 그것 또한 하나의 게임의 법칙인 것 같아요.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을 봐도 ‘룰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거죠.

원춘호 작가가 스포츠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룰이 있기 때문
| “제가 스포츠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룰이 있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시간 안에 벌어지는 잔치죠”

룰이 지켜지든 지켜지지 않든 인생이라는 게임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는 그 사실을 담아내기 위해 언제까지나 카메라를 들고 서 있을 것입니다.



▶모터스라인 2014 6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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