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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가?2015/02/25by 현대자동차그룹

조조, 마키아벨리, 조커, 연민정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악당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립니다
l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립니다



나쁘다는 것은 분명 부정적인 의미인데도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는 악남악녀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주목 받고 있지요. 때로는 착한 주인공보다 응원하게 되는 매력적인 악당들. 왜 사람들은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일까요?



간웅(奸雄)인가, 효웅(梟雄)인가? 조조

영화 <적벽대전 2부 - 최후의 결전(Red Cliff 2, 2009)>
l 영화 <적벽대전 2부 - 최후의 결전(Red Cliff 2, 2009)>

어린 시절 우리는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 세 명이 도원결의를 맺을 때, 최후의 승자는 결국 유비일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습니다. 때문에 유비가 천하를 제패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내줄 때 적지 않게 당황했지요. 조조는 흔히 ‘간웅(奸雄)’이라 불립니다. 말 그대로 간사한 영웅이라는 의미죠. 영웅은 영웅인데 간악하다는 뜻이 덧붙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유비보다 조조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도 그렇죠. 일단 <삼국지>에서 조조는 음흉하고 교활한 수단을 통해 천하를 통일하는 악남으로 묘사됩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철저히 냉정하게 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주의 정치가였던 그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조는 “목숨 같이 권력을 사랑하라. 권력과 사랑에 빠진 자만이 그것을 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힘과 아울러 덕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맹덕(孟德)이라는 호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특히 혼란과 갈등을 즐겼지요. ‘어차피 물고기는 흐린 물속에서 더 잘 잡힌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인재를 널리 구하며, 남의 참모를 뺏어오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학식이 높은 데 비해 상대적으로 겸손하면서도 경험이 많고, 판단력이 뛰어났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죠. 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너그러워서 갈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닥치는 대로 파괴했던 간웅이 아니라 발전을 위해 인재를 일정하게 등용했던 ‘효웅(梟雄)’, 조조. 하지만 그는 냉철한 현실주의 노선으로 인해 악당의 지위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선의의 악당, 마키아벨리

영화 <니콜로 마키아벨리 일 프린시프 델라 폴리티카(Niccolo Machiavelli il Principe della politica, 2013)>
l 영화 <니콜로 마키아벨리 일 프린시프 델라 폴리티카(Niccolo Machiavelli il Principe della politica, 2013)>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근대 정치의 탄생과 경영, 비즈니스 사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마키아벨리즘으로 요약됩니다.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에서 유래되었는데,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죠. 그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사자만으로는 덫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없고 여우만으로는 이리에게서 몸을 지킬 수 없지만, 여우이기에 덫을 피할 수 있고 사자이기에 이리를 쫓아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약육강식의 동물 사회를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사자 같은 강한 힘과 함께 여우 같은 간사한 지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지요.

오직 선(善)만을 실현하는 이는 결국 파멸할 것이라는 악담을 서슴지 않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악행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군주론>에서 “무슨 일이든지 선을 행하는 것만 생각하는 자는 나쁜 인간들 속에서 파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군주는 자기 몸을 보전하고자 나쁜 자가 되는 것을 배워야 하며 더욱이 그것을 필요에 따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기술도 터득해야 한다”라고 설파했죠. 즉 나쁜 자가 되어서라도 자기의 몸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그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도덕과 종교에 반하더라도 결과를 위해 이를 정당화했습니다. 이에 로마 교황청은 1559년, 그의 책 전부를 금서 목록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도발적인 말들을 남긴 것이 아니었지요. 바로 공화정이라는 고대 로마인들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낡은 도덕이나 사상, 종교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와 사회를 실현하는 데 현실적인 수단이 필요함을 깨닫고 이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본질적인 뜻과 지향점은 부정적 측면만이 부각되면서 사상 전체가 비난을 받았고, 이로 인해 그는 악당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민중을 비판하기도 했던 그는 또 다른 저서 <정략론>에서 “여론은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또 민중의 판단력은 의외로 정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대중민주주의 시대가 열릴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죠.



철학적 악당이라는 새로운 피조물, 조커

영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l 영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앞에서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실존했던 악남 캐릭터입니다. 그럼 가상의 캐릭터 중 악당 1위는 누구일까요? 2008년 6월, 영국의 권위 있는 영화 잡지 <토탈 필름(Total Film)>은 영화 속 최고의 악당 100명을 뽑았는데, 영예의(?) 1위는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였습니다. 2014년 9월에는 영화 웹진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도 ‘영화사상 최고의 악당 30명’의 명단에서 조커를 최고로 뽑았죠. 조커를 다시금 화려하게 불러낸 사람은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조커는 영웅과 악당의 경계에 대해 계속 의문을 품는 존재입니다. 조커는 배트맨에게 “네 같잖은 정의감을 누가 알아줘? 세상을 살아갈 유일한 방법은 규칙 없이 살아가는 거야”, “사람들의 눈에는 너도 나와 같은 괴물일 뿐이야”라고 어필합니다.

더구나 영웅에게 필요한 것은 악당이라는 점도 환기시킵니다. “넌, 날 죽이지 않을 거야. 나도 널 안 죽일 거야. 왜냐면 너무 재밌어. 우린 평생 이러고 살 운명이야”, “아니야. 넌 날 완성시켰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죠. 그는 자신의 신념과 세계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잘 알겠지만, 난 괴물이 아냐. 단지 흐름을 앞서 나가는 것뿐이지.” 이는 자신이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선구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또 악당은 필요한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말하죠. “고담시는 나 같은 악당을 원해. 돈만 밝히는 악당은 필요 없어. 돈은 중요치 않아. 중요한 것은 메시지일 뿐”이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돈만 밝히는 속물 악당이 아니라 뭔가 메시지를 던질 줄 아는 철학적 악당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포기하지 않는 생존 열정, 연민정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l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사기칠 게 없어서 뱃속의 죽은 애로 흥정을 해? 벌레만도 못한 것.” 시부 이동후의 이 말은 연민정의 행태를 단적으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그런 평가를 듣거나 말거나 연민정의 임신 연기는 이후에도 계속되었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연민정의 거짓말은 점점 더 커지고 불어났습니다. 그리고 더욱 악독해졌고요. 거짓말을 덮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은 그 강도가 더 세야 했기 때문이죠. 비단 거짓말뿐일까요? 연민정은 애원, 구걸 등의 거짓 연기는 물론 협박과 강압, 그리고 공포 분위기 조성 등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야망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자식도 과감하게 버렸죠.

위기 상황에서도 남의 약점을 틀어쥐고 놓지 않았습니다. 위기 상황에 몰리고도 쉽게 추락하지 않았던 악녀 연민정은 지칠 줄 모르는, 생존 본능이 충만한 캐릭터였습니다. 위기에 굴하지 않는 악녀, 욕을 먹으면서 사랑 받는 악녀 캐릭터라는 평가를 들었죠. 현실에서 연민정과 같은 언행을 보인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보리처럼 살다가는 맥없이 스러질 것이라는 점을 시청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연민정처럼 끝까지 생존하고 싶기도 합니다. 극단을 달리는 악녀 연민정에게 지지표를 던져준 것은 그녀의 악행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돌파해나가는 불굴의 의지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필자 김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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