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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숨겨진
수를 찾아 떠난 여행2015/01/27by 현대자동차그룹

‘수학의 고향’ 인도 속에
숨겨진 네 가지 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문명이 태동한 장소는 곧 수학사의 위대한 장소가 되곤 합니다

l 문명이 태동한 장소는 곧 수학사의 위대한 장소가 되곤 합니다



수학은 인류의 탄생과 맞물린 최초의 학문입니다. 문명이 태동한 장소는 곧 수학사의 위대한 장소가 되곤 했지요. 특히 인도는 ‘0’과 십진법을 통해 인류에게 ‘수’를 선물한 수학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갠지스의 모래알 수 ‘1052

갠지스강은 히말라야(Himalayas)에서 발원해 인도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릅니다
l 갠지스강은 히말라야(Himalayas)에서 발원해 인도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릅니다

처음 바라나시(Varanasi)에 도착해 릭샤(Rickshaw)를 타고 갠지스강(Ganges River)으로 향했습니다.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어머니의 강. 해마다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와 목욕을 하거나 기도를 올리고, 일부는 극락왕생을 위해 이곳에서 죽음을 맞으러 찾아오기도 합니다. 갠지스강에 도착해 나룻배를 탔습니다. 자욱하게 드리워진 사원의 향과 화장터의 연기, 목욕하고 빨래하는 사람들과 성자와 거지,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한데 뒤섞인 강은 삶과 죽음의 혼돈을 품고 고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특이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 안에서 갠지스 강변의 모래를 담은 용기를 팔고 있었던 것이죠. 갠지스 강변의 모래는 강물만큼이나 신성시돼 관광객들에게 소중한 기념품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모래에서는 첫 번째 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052을 나타내는 수인 항하사는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를 뜻하기도 합니다
l 1052을 나타내는 수인 항하사는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를 뜻하기도 합니다

‘갠지스’는 힌두어로 ‘강가’라고 부르는데, 한자로는 ‘항하(恒河)’라고 합니다. 혹시 ‘항하사(恒河沙)’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항하사는 1052을 나타내는 수의 단위로,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를 뜻하기도 합니다. 즉, '갠지스 강변의 모래만큼이나 셀 수 없이 많은 수'라는 뜻이지요. 이렇게 커다란 수의 단위는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1056은 아승지(阿僧祗), 1060은 나유타(那由他), 1064은 불가사의(不可思議), 수량을 알 수 없을 만큼 큰 수라는 뜻의 무량대수(無量大數)인 1068 등이 모두 인도에서 탄생한 천문학적 숫자들입니다.



아라비아 숫자와 ‘0’의 고향

인도는 숫자 0과 십진법의 고향입니다
l 인도는 숫자 0과 십진법의 고향입니다

숫자 ‘0’과 십진법이 탄생한 곳도 바로 인도입니다. 산스크리트어(Sanskrit)로 시작된 인도의 숫자는 처음에는 1부터 9까지의 기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모양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숫자 체계는 그대로 이어졌고, 5~8세기경 드디어 ‘0’이 발명되었습니다. 0은 산스크리트어로 ‘비어있음’을 뜻하는 ‘슈냐(sunya)’에서 변형돼 사용되다 나중에 기호로 정착돼 바뀐 것인데요. 처음에는 동그라미나 점을 찍어 표기하다가 870년경, 처음으로 0이라는 기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0의 등장으로 인해 인류는 자릿수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고, 아무리 큰 수라도 표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십진법의 탄생으로 이어져 훗날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어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오늘날 전 세계가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사실 인도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이처럼 0과 십진법의 발 견은 수학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통용될 수 있는 단 열 개의 기호, 수학사에 깃든 인도의 힘은 생각보다 깊고 컸습니다.



타지마할 비밀의 수 ‘8’

타지마할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힙니다
l 타지마할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힙니다

바라나시를 떠나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타지마할(Taj Mahal)이 있는 도시, 아그라(Agra)로 향했습니다. 첫눈에 들어온 타지마할은 마치 천상의 세계에서 방금 내려온 듯 눈부셨습니다. 타지마할은 1643년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 자한(Shah Jahan)이 세운 황후의 무덤으로, 세계 최고의 ‘사랑의 기념비’라고도 합니다. 황후 뭄타즈(Mumtaz Mahal)가 죽은 후 만든 이 무덤은 그녀의 이름과 궁전이라는 뜻이 더해져 타지마할이 되었습니다. 샤 자한은 말년에 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성안의 탑에 유폐됐는데, 죽을 때까지 창가에 꼼짝 않고 앉아 타지마할만을 바라보며 부인을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타지마할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타지마할은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빛깔이 변하는 흰 대리석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기막힌 조형비율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길이 580m, 너비 350m인 직사각형 안에 95m 길이의 정사각형 영묘를 건설했는데, 이는 1개의 정사각형에 양쪽 2개의 직사각형 못과 4개의 탑, 그리고 정팔각형의 묘실이 있는 구조입니다. 묘실을 중심으로 1, 2, 4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죠. 1, 2, 4 는 바로 8의 약수로, 타지마할이 치밀하게 8이라는 숫자를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도의 전설적인 수학자, 라마누잔의 ’4000’

라마누잔은 인도의 대표적인 수학자입니다
l 라마누잔은 인도의 대표적인 수학자입니다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흔적들 못지않게 인도에는 위대한 수학자들의 극적인 이야기도 숨겨져 있습니다. 그 중 20세기 초의 전설적인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은 인도의 대표적인 수학자인데요.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Tamil Nadu State)에서 태어나 쿰바코남(Kumbakonam)에서 자란 라마누잔은 어릴 때부터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지만,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판매원이나 은행의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한 게 전부였던 그는 1911년 혼자 연구한 첫 논문을 <인도수학회지>에 발표했는데, 당시 정수론 분야의 어떤 수학자들보다도 뛰어난 분석을 내놓아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영국의 수학자인 하디(Hardy)의 눈에 띄었고, 1914년 그의 지원을 받아 영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여기에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하디와 라마누잔이 처음 만나던 날, 하디가 약속 장소에 1729번 택시를 타고 왔다고 말하자 라마누잔이 그 자리에서 택시 번호 ‘1729’란 수가 ‘두 쌍의 세제곱수의 합’이라는 것을 계산해낸 것이죠.

 라마누잔은 택시 번호 ‘1729’가 ‘두 쌍의 세제곱수의 합’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계산해냈습니다
l 라마누잔은 택시 번호 ‘1729’가 ‘두 쌍의 세제곱수의 합’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계산해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수를 놀랍도록 빠르게 계산하는 능력을 가진 라마누잔의 등장으로 학계는 대수학자인 제2의 오일러(Euler)가 나왔다고 떠들썩했습니다. 이후 라마누잔은 1918년 영국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돼 공식적인 수학자의 길을 걸었으나, 1919년 고향인 쿰바코남으로 돌아갔다가 이듬해인 1920년, 33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라마누잔이 수학 천재로 세상에 알려져 활동한 것은 단 5년뿐이지만, 그는 수학의 정수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종이 살 돈이 없어 노트나 메모지에 결과만 간략히 적었던 라마누잔이 남긴 4,000여 개의 공식은 아직도 수학자들이 다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며, 2005년부터는 국제수학자 협회에서 그의 업적을 기려 ‘라마누잔 상’을 제정,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숫자와 공식들, 또 천재 수학자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 ‘수학의 고향’이란 또 다른 얼굴을 품고 있는 인도. 이제는 ‘치유’와 ‘성찰’만이 아닌, 위대한 수학 문명을 통해 인도를 여행하며 색다를 여행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글. 안소정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 2015년 1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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