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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그 안에 든 1%의 비밀2015/01/28by 현대자동차그룹

최후의 만찬, 비너스 등
세기의 명화들에 숨겨진 수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수학은 세기의 미술가들의 작품을 불후의 명작으로 완성시키는 1%의 힘이 되었습니다

l 수학은 세기의 미술가들의 작품을 불후의 명작으로 완성시키는 1%의 힘이 되었습니다



수학을 과학, 철학과 함께 가장 이성적인 학문으로 꼽는다면, 미술은 아마도 가장 감성적인 학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감성과 이성이라는, 결코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학문이 묘하게 만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세기의 명화들입니다. 동서고금을 초월해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하는 다양한 명화들 속에서 우리는 의외의 숫자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



최후의 만찬에 숨어 있는 ‘6’

최후의 만찬, 460x880cm, 1495~1497,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l 최후의 만찬, 460x880cm, 1495~1497,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최후의 만찬>. 알려진 것처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실제 인물에서 모델을 찾아 열두 제자의 얼굴을 그렸고, 그리하여 탄생한 그림 속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사실적인 표현은 명화의 감동을 더합니다. 여기에 공간이나 구도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함도 작품에 완벽함을 더하는데, 그 비밀은 원근법에 있지요.

<최후의 만찬>은 완벽한 원근법을 반영한 그림으로 평가되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소실점(Vanishing Point)을 예수 그리스도의 오른쪽 머리 뒤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소실점이란 평행한 직선이 멀리서 바라보면 사라지는 지점, 즉 무한히 먼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상적인 곳이죠. 무한대의 지점을 한 개의 점으로 대응시킨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수도원 식당 벽의 평행한 모서리를 그림의 소실점과 완전히 일치시키는 치밀한 계산을 통해 완벽한 공간감을 표현했습니다. 그 결과 그림이 있는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에서 식사하는 수도사들은 언제나 자기가 예수와 그의 열두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제자들의 배치에서도 재미있는 수의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도 요한이 그림의 왼쪽에서 여섯 번째에 그려져 있는데, 자연수에서 6은 가장 완전한 수로 요한에 대한 예수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비너스 몸매의 열쇠 ‘5 : 8’

밀로의 비너스, 높이 202cm, BC 1~2세기 초 추정, 파리 루브르박물관
l 밀로의 비너스, 높이 202cm, BC 1~2세기 초 추정, 파리 루브르박물관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는 수의 세계가 질서, 즉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주가 수나 수들의 관계(비율)로 설명된다고 믿었지요. 그의 이런 사상은 자연스럽게 그리스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밀로스 섬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 최고의 조각 작품 <밀로의 비너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조각상의 얼굴은 고매하고 우아하지만, 몸매는 아주 육감적이고 관능적이죠. 비너스란 이름의 또 다른 작품 <크니도스의 비너스>처럼 서 있지 않고, 걸어 나오는 듯한 역동적인 자세 때문에 치마가 벗겨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그것만은 아닙니다. 비밀은 바로 황금비율에 있습니다. <밀로의 비너스>는 옆모습의 상체에서 머리와 가슴 비, 하체에서 허벅지와 종아리 비, 앞모습에서 얼굴 폭과 길이 비가 모두 5 : 8의 비율을 따르고 있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 : 1.618, 바로 그 황금비율입니다. 당시 최고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비율을 따라 치밀하게 디자인하고 제작함으로써 가장 아름답고 안정적인 세기의 몸매를 탄생시킨 것이죠.



수학을 사랑한 판화가의 수 ‘180’

뫼비우스 띠Ⅱ(불개미), 판화, 205x453mm, 1963
l 뫼비우스 띠Ⅱ(불개미), 판화, 205x453mm, 1963

네덜란드의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는 기하학의 원리와 수학적 개념을 판화 작품에 적용한 예술가로 유명합니다. 1950년대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1956년 첫 개인 전시회가 <타임>지에 소개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많은 수학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요. 그는 동물, 새, 물고기들을 반복적이고 대칭적으로 배열해 패턴을 만들고 3차원적인 구성을 2차원으로 표현함으로써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뫼비우스의 띠Ⅱ(불개미)>는 수학자 뫼비우스가 만든 곡면 위를 9마리의 불개미가 한없이 반복적으로 기어오르는 장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띠의 면을 180도 꼬아 끝을 붙여 놓음으로써 2차원의 평면을 순식간에 무한히 걸을 수 있는 3차원의 곡면으로 탄생시켰죠. 이는 재생과 반복이라는 현대 문명의 한 단면을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다른 작품 <그리는 손>에서도 에셔는 180도로 꼬여 있는 손의 그림을 통해 어떤 손이 그림 속 손이고, 어떤 손이 그림을 그리는 손인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그만의 스타일로 무한한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쇠라의 그림 속 ‘1’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201x300cm, 1883~1884, 런던 내셔널 갤러리
l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201x300cm, 1883~1884, 런던 내셔널 갤러리

캔버스 위에 무수한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점묘파’의 창시자,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의 작품들은 단순히 점들을 나열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기에도 규칙은 있습니다. 작은 점들의 집합으로 색깔이나 명암 등을 구분해 전체 그림을 완성한 것. 그가 2년여의 시간에 걸쳐 완성한 대표작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는 치밀하게 계산한 작은 점들이 모여 사람과 나무 등으로 형상화된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처음 쇠라가 점묘파란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할 당시, 독일의 수학자 칸토어(Georg Cantor) 역시 집합론을 발표했습니다. 칸토어는 집합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개수에 관심을 가지며 무한집합을 정의했다. 1cm의 선분과 1cm2의 정사각형, 1cm3의 정육면체에는 모두 똑같은 개수의 점들이 있으며, 이때 점의 개수는 ‘셀 수 없는 무한 개’라는 이론이 그것입니다. 작은 점들의 집합을 통해 전체 그림이 완성되는 점묘파의 기법이 바로 이 칸토어의 집합론과 상통했던 것이죠.

결국 전혀 다른 영역의 학문처럼 보이던 수학과 미술은 시대의 흐름 안에서 함께 호흡했고, 그 과정에서 수학은 천재들의 작품을 불후의 명작으로 완성시키는 1%의 힘이 되었습니다.




 

글. 계영희(고신대학교 교수)




▶현대자동차그룹 사보 모터스라인 2015년 1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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