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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과 웹이 바꾼 새로운 문화
‘스낵컬처’ 열풍 전격 분석2016/07/19by 현대파워텍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주목 받고있는
‘스낵컬처’ 열풍을 알아보았습니다

미생과 내부자들 웹툰 화면이 보이는 모바일 기기들
l 기존의 만화, 소설, 드라마 콘텐츠들이 ‘웹’ 미디어로 이동하면서 빠르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등. 최근 들어 많은 콘텐츠가 ‘웹’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 콘텐츠는 단순한 위치 이동이 아니라 이른바 ‘스낵컬처(Snack Culture)’라는 새로운 문화의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스낵컬처란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말합니다.



만화와 다른 웹툰, 드라마와 다른 웹드라마

<이웃사람> 웹툰과 영화 포스터가 보이는 노트북 화면
l 웹툰이 영화화되는 경우도 많죠. 짧은 메시지에도 강렬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스토리로 사람들이 즐겨보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과거 웹으로 보는 만화는 그저 기존 만화를 웹에 얹어놓는 정도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웹으로 온 만화는 기존 만화들과는 사뭇 다른 형식과 내용을 갖추기 시작했고 결국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좌에서 우로 읽어가던 종이 매체의 만화들은 이제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하는 웹이라는 틀 속에서 이야기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강풀은 그 형식 실험을 완성한 작가였습니다. 그의 웹툰은 한 줄의 메시지만 갖고도 한 편이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위에서 밑으로 스크롤하는 그 방식은 다음에 무슨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에 굉장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려줬고 강풀은 이것을 이른바 ‘미심썰(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장르로 표현해냈습니다. <아파트>나 <타이밍>, <이웃사람> 같은 작품들은 웹툰이라는 형식에서 최적화된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화된 그의 작품들의 성적이 소소했던 것이죠. 웹툰은 웹툰 형식만의 고유한 힘이 있다는 걸 강풀 원작 영화의 결과는 말해주었습니다.

2014년 방영된 웹드라마 <후유증> 역시 기존의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형식을 보여줍니다. 웹의 특성상 10분 남짓으로 끊어지는 분량은 웹드라마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후유증>의 1화는 드라마의 전개와는 사뭇 다르게 갑자기 벌어지는 추락사고, 그로 인해 갖게 되는 후유증과 타인의 죽음을 예감하는 능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두절미한 채 죽음을 막으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의 대결로 치닫습니다. 마치 웹툰이 드라마로 충실히 그려진 것처럼 대사는 절제되어 있고 속도감은 굉장히 빠릅니다. 10분 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몰입시켜야 하므로 생겨난 이야기의 변화입니다.





스낵컬처, 모바일과 웹이 바꾼 새로운 문화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가 보이는 스마트 폰 화면
l 모바일과 웹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웹소설과 웹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웹툰과 웹드라마같이 가볍게 보는 콘텐츠들을 이른바 ‘스낵컬처’라고 부릅니다. 그 지칭에는 일종의 비하가 깔려있습니다. 즉 문화라고 하면 무언가 고상하고 품격 있으며 진지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거기에 ‘스낵’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자 어딘지 간편해도 영양가는 없을 것 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품격이나 진지함 따위와는 거리가 먼 문화를 떠올리게 하죠. 하지만 이건 기존 만화나 드라마의 감상과 비교해서 나온 것일 뿐, 이들 ‘스낵컬처’가 가치가 낮고 질 또한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스낵컬처’는 처음에는 그저 마니아적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기존 문화를 바꿔버리는 대안적인 문화로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양상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지하철입니다. 한 10년 전만 해도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것이 지하철의 흔한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신 지하철을 가득 메운 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짧은 이동 거리에 감상하기 쉬운 웹툰이나 웹드라마 혹은 웹소설을 읽습니다.

이렇게 저변이 넓어지자 이들 콘텐츠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기존 미디어들 속으로까지 침투하게 됩니다. 한때는 드라마의 원작 역할을 했던 소설과 만화는 이제 웹소설과 웹툰에 그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강풀의 바통을 이어받는 윤태호는 <이끼>, <미생>, <내부자들> 같은 웹툰이 기존 미디어들 속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고, <성균관 스캔들>로 드라마화되어 화제가 되었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정은궐은 기존 소설만큼 커진 웹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위문화로 치부됐던 ‘스낵컬처’는 그렇게 모바일과 웹의 저변 속에서 조금씩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스낵컬처, 깊이 보다는 넓이의 가치

여러 권의 서적들 위에 놓인 교양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l 스낵컬처의 열풍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중문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낵컬처는 웹과 모바일이라는 미디어로 들어오면서 그 미디어의 특징들을 그대로 갖게 되었습니다. 즉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스마트폰만 열면 볼 수 있고, 작은 화면이지만 무궁무진한 콘텐츠들이 소비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콘텐츠 소비는 간편하긴 해도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콘텐츠의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 분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너무 깊이 있는 것보다는 가벼워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소비할 수 있는 ‘넓이’의 추구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하상욱 시인의 <서울 시>는 깊이에 집착하기보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톡톡 튀는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출판의 ‘스낵컬처’ 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깊이가 아닌 넓이를 추구하는 ‘스낵컬처’의 특징이 아예 콘셉트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인문학의 ‘스낵컬처’화를 이끌었다고 얘기되는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입니다. 이 책은 굉장히 깊은 인문학적 이야기들을 다루기보다는 다양하게 넓은 인문학의 종류와 관점들을 보여주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결국, 인문학을 하는 목적이 좀 더 교양있는 대화를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이런 넓이에의 추구가 훨씬 효용가치가 있다고 이 책은 설파합니다.

혹자는 깊이보다 넓이라는 말에 어떤 저항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넓이가 깊이보다 가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깊이가 전문가들만이 누리는 어떤 것을 문화로 상정했다면, 이제 넓이는 누구나 누리는 대중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깊이는 문화가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가치지만, 이제는 넓이의 가치 또한 지향되는 시대에 접어들었죠. 스낵컬처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저 폄하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가치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깊이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일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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