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인공지능 전문가 장병탁 교수에게 듣는
인간과 로봇의 미래2016/07/22by 현대로템

인공지능 전문가 장병탁 교수님에게
인간과 로봇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두 대와 장병탁 교수
l 미래에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를 대신하게 될까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장병탁 교수는 국내 손꼽히는 인공지능 전문가입니다. 인공지능이 SF영화 속 공상으로 치부되던 시절부터 꾸준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엔 보모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인데요.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불 지핀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요즘 장 교수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묻거나, 인공지능과 함께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다소 걱정스러운 질문을 품은 이들에게 그는 간단명료하게 답합니다. 인공지능과의 공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삶을 보조할 거라고.



맞벌이 부부를 위한 인공지능 로봇

두 대의 보모로봇
l 보모로봇은 바쁜 맞벌이 부부 대신 아이를 돌보는데 특화된 로봇입니다

“지민!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오늘은 머리를 감고 나가야 하니 늦잠 잘 시간이 없어요. 책상 위에 보조가방 보이지? 미술 준비물은 그 안에 넣어두었으니 잊지 말고 챙겨가야 해. 식탁 위에 차려놓은 아침도 꼭 먹고! 빈 그릇은 설거지통에 퐁당 넣어주세요.”

아침 일찍 출근한 엄마, 아빠를 대신해 여덟 살 지민이를 깨운 건 보모로봇입니다. 보모로봇은 엄마 말투를 고스란히 따라 하기에, 꿈나라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지민은 자신을 깨운 목소리가 엄마인지 로봇인지 궁금해하며 살짝 실눈을 뜹니다. 지민이가 혼자 밥을 먹는 동안, 보모로봇은 얼굴이나 다름없는 모니터에 짤막한 영어 애니메이션을 띄웁니다. 지민이가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영어 동요를 듣고, 발음을 바로잡아주기도 합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현관 앞에서 엄마에게 하듯 인사를 하고 샌들을 신는 아이를 보모로봇이 불러 세웁니다. “지민, 오늘은 운동회 연습을 하는 날이잖아. 운동화 신고 가야지.”

이것은 물론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전혀 근거 없는 상상은 아닙니다. 실제로 장병탁 교수 연구팀은 맞벌이 가정에서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사람의 얼굴과 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기초적인 대화가 가능한 로봇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면 ‘주방에 가서 밥을 먹어라.’ 답할 수 있는 수준이죠. 또 아이의 스케줄을 입력할 수 있어, 등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깨우거나 준비물과 과제를 챙기는 일도 가능하고요. 카메라 센서를 통해 집안의 장애물을 피하고, 사람과 1m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다닐 수도 있습니다.”



인간다운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유리하다

장병탁 교수와 로봇
l 인공지능은 최근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입니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인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아이와 함께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고 질문과 응답을 이어갈 수 있는 로봇은 이미 완성됐습니다. 보모로봇 중 하나가 ‘뽀로로봇’인데요. 입력된 수백 편의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와 단어, 그림을 연결하여 아이와 대화하는데, 로봇이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은 미리 입력한 프로그램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특정 장면이나 그림을 보여주면 캐릭터 특징이나 개연성에 따라 상황에 맞는 대사와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장 교수가 이를 ‘상상력 기계’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구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마젠타’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기계학습을 위해 막대한 양의 예시 작품들이 마젠타에 입력됐고, 마젠타는 이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영상을 피카소 풍으로 변환시키거나, ‘블레이드 러너’와 ‘스타워즈’의 영상을 반 고흐 풍으로 완성하는 식입니다. 인간과 사랑에 빠지거나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들을 자주 접했지만,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쩐지 불편한 감정을 안겨줍니다. 창의성과 직관만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사수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죠. 하지만 ‘상상력 기계’를 만드는 인공지능 연구자는 ‘기계의 창의성이란 예술가에게도 그저 새로운 조수나 도구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은 한 차원 높은 도우미, 조수의 개념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인간을 완벽히 대체하고 지배하는 강한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까요? 인간은 수십억 년을 통해 진화했어요. 그런데 그러한 과정을 100년 안에 실현한다는 게 가능해 보이진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같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점점 더 사람을 닮아가는 인공지능을 연구할 겁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려면 더욱 인간다운 인공지능이 더 유용할 테니까요. 특히 아이나 노인을 돌보도록 개발된 로봇일수록 인간과의 감성교환 능력이 중요하겠죠.”



소셜로봇에 주목하다

장병탁 교수
l “사람의 뇌 신경망을 닮아 아이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잘 모사할 수 있는 분야는 주로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 영역입니다. 비교적 어른을 잘 흉내 내고, 아이들을 흉내 내는 것은 어려워합니다. 장 교수는 아이들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합니다.

“아이는 배우고 익히며 스스로 크는 존재잖아요? 인공지능 역시 아이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관건입니다. 예전 인공지능이 하나하나 프로그래밍한 결과물이었다면, 지금 인공지능 연구는 사람의 뇌 신경망을 닮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해 나가는 머신러닝입니다. 인공지능 연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과 로봇 같은 플랫폼이 있고,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해 연구 인프라가 비로소 제대로 갖춰졌습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팔린 대부분 로봇은 산업용 로봇이었으나, 최근 들어 가정용 소셜로봇(SocialRobot)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셜 로봇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뜻합니다. 장병탁 교수 연구팀의 보모로봇이 완성된다면 아마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최초의 소셜 로봇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모든 기능을 다 탑재한 상태로 상용화될 시기를 가늠하긴 어렵습니다. 아직 기술적으로 더 무르익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상용화는 결국 로봇의 가격 문제와 직결된다는 게 장 교수의 지적입니다.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를 그려보노라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이 함께 펼쳐집니다. 보모로봇을 상상하며 육아의 짐을 덜 수 있을까 설레다가도,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한 직업 리스트를 살피며 자신의 자리를 가늠해보게 됩니다. 오래된 상상이지만, 이제 가까운 미래로 다가온 현실의 고민들. 이에 대한 장병탁 교수의 조언은 더욱 적극적인 대응입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과 마켓을 창출함으로써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제조업에서 출발한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하드웨어 중심의 바디에 대한 인공지능 기술에 강합니다. 기존 하드웨어와 제조업 기반 인프라의 강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글. 고우정
사진. 현일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