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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동물원의 노래엔 닮은 점이 있다?
밴드 동물원의 멤버, 김창기를 만나다2016/05/17by 이노션 월드와이드

광고와 밴드 동물원의 노래는 서로 닮은 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노션 월드와이드 남충식 국장이 밴드 동물원의 멤버였던 김창기 원장을 만나봤습니다

남충식 국장과 김창기 원장이 마주 보며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l 남충식 국장은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캠페인플래너인데요. 인생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광고를 업으로 하고,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음악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남충식 국장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절, 김창기의 음악을 접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절대적 영향력이었고 한 걸음 나아가 음악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스타일을 형성하는 인생 미디어였는데요. 광고를 만들 때, 글을 쓸 때, 음악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그 감성과 스타일이 배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리고 그것이 그를 만나고 싶은, 아니 만나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음악하는 광고 제작자와 의사가 만나다

남충식 국장과 김창기 원장이 벽에 기타를 기대어 놓고 앉아 있는 모습
l 김창기 원장은 1988년 동물원으로 데뷔했습니다. 동물원의 주축 멤버로 활동하며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널 사랑하겠어’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남겼는데요. 현재는 의사로, 가수로, 라디오 DJ로도 활동하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충식 국장 어느 평론가가 김창기 선배님을 이렇게 이야기했더라고요. “김창기의 자기고백적 서사는 종종 불안하게 유지되는 발성과 훈련된 가수와는 거리가 먼 호흡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 불안정성이야말로 그의 음악이 다른 음악과 차별되는 점이 된다”라고요. 솔직하게 이 얘기가 어떻게 들리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창기 원장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그 불안정성이 발성이나 호흡, 발음 등 전달되는 기법에 의해서 불안한 것이냐 아니면 가사 내용, 멜로디의 전개가 불안을 유발하는 것이냐는 거죠. 사실 저는 멜로디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단순한 코드로 연주하고 가사들도 굉장히 안정적이잖아요. ‘널 사랑하겠어’같이 달달한 것들만 알려졌고요.

남충식 국장 다른 글에서도 선배님의 음악을 극찬하며 김창기의 ‘자기다움’으로 뭉친 음악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어린 시절에 영감을 받고 좋아했던 코드가 사실 그런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가장 궁금한 게, 작곡을 먼저 하시나요, 작사를 먼저 하시나요?

김창기 원장 같이 해요. 중요한 것은 가사가 멜로디에 잘 붙어야 하죠. 그래서 계속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상황을 편집해가면서 가사를 정리하다 보면 그 말에 리듬이 생기고, 한국어의 고저와 장단에 따라서 멜로디가 생기기 때문에 기본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같이 나와요. 그것을 좀 더 세련되게 하고 다듬는 데에서 다른 것들이 들어갈 수가 있고요.

남충식 국장 작사에서도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말 선배님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안 쓰는 말인데, 독특한 느낌이 들면서 어색하지 않고, 말하듯이 진심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어요. 사색과 상념의 허세 같은 언어들이 저희한테 주는 지적인 쾌감이 있죠. 특히, ‘나는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이런 가사는 그 당시 공부 좀 하는 지적인 학생들에겐 멋있게 들렸어요. 그러면서도 허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진정성도 느껴져서 당시에는 그런 가사들이 참 의미 있었어요.

김창기 원장 실제로 멋지게 보이려고 한 것도 있었고요. 사실 그 당시 우리가 읽는 책들이 헤겔이나 레닌, 마르크스 이런 것들이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나온 가사들인데도 그런 세계에 살지 않거나 열등감 가진 사람들에게는 허세로 보일 수도 있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내 얘기가 되는 것이고요.

남충식 국장과 김창기 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l 광고는 이성과 감성이 함께하는 직종인데요. 선배님께는 노래라는 감성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것도 있겠지만, 또 의사이기도 하시니까 이성적인 부분도 있어 광고계의 크리에이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남충식 국장 선배님의 노래를 다 좋아하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는 ‘노래’예요. 음악적으로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혹시 선배님은 자신의 곡 중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김창기 원장 다 만족스러운 노래는 없는데, 그래도 제일 좋아했던 노래 중 하나는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어’라는 곡이에요. 가사를 제일 잘 썼던 것 같아요. 그다음 좋아하는 ‘그날들’은 가사가 시각적으로 멀리서부터 줌인해서 들어가는 것을 의도했죠. 생각하다가, 바라보다가, 음성을 들을 만큼 가깝게 되는,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남충식 국장 선배님께 비주얼적인 면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엔 음원 중심이라서 앨범 재킷에 관한 게 별로 없는데 동물원 2집 재킷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당시에 저희의 교본이 됐었어요. 동물원의 음악을, 김창기의 음악을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게 될 것 같다는 걸 아주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생각했죠. 이 여백의 미와 색깔, ‘언젠가 내가 두고 온 꿈들이 자라고 있는 곳, 동물원’. 이건 그냥 하나의 브랜드 슬로건이거든요. 아 참, 동물원이라는 그룹 이름은 어떤 분이 지은 건가요?

김창기 원장 제가 지은 건데요. 2집에 ‘동물원’이라는 노래도 있었고, 어린이 놀이터 정글짐에 다 같이 올라가서 뭐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동물원으로 하자” 그렇게 된 거죠. 우리에 갇힌 하품 하는 사자, 우리 안을 맴도는 원숭이가 우리의 모습 아니겠냐 하면서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남충식 국장은 광고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럼 음악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남충식 국장 저는 음악이 제일 좋고요. 그래서 취미로 하고 있어요. 광고를 두 번째로 좋아해서 광고를 업으로 했습니다. 뮤지션으로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을 한 분 꼽으라고 하면 저는 김창기 선생님을 꼽거든요. 중학교 1학년 때 동물원 음악 듣고 지하실에 친구들과 모여서 곡을 만들었어요. 당시 같이 했던 친구들 중의 한 명은 지금도 음악을 하고 있고요. 저는 그냥 소소하게 취미로 즐기죠. 근데 광고와 음악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남충식 국장이 질문지를 들고 있으며 김창기 원장이 대답하고 있는 모습
l 지금 계획은 윤종신 씨처럼 한 달에 하나씩 내고 그 곡들을 모아서 CD로 내고, 그런 식으로 하고 싶어요

남충식 국장 많은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으셨겠지만, 그동안 공백이 좀 있으셨어요. 오롯이 의사로 지내시던 시간이 있었고, 〈내 머릿속에 가시〉가 나오고 나서 그다음 행보가 조금 빨라지신 거죠. 정말 음악을 안 하려고 하셨던 건가요?

김창기 원장 저는 안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재미있게 지내자고 생각했죠. 안 나와서 괴롭기도 하고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는 것이었어요. 몇 번 잘 안 되면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에는 ‘하지 말라는 얘기구나’가 되는 거죠.

남충식 국장 고민이 많으셨군요. 어느 인터뷰에서 보니까 〈내 머릿속에 가시〉 앨범을 ‘실패’라고 표현하시던데요.

김창기 원장 네. 감정과잉을 했어요. 듣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할까를 많이 쫓아갔던 거죠. 제가 하고 싶은 범위 내에서 그게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더라고요. 어차피 들을 사람들은 제가 하는 걸 그냥 들어줄 거고 안 들을 사람들은 제가 어떻게 해도 안 들어줄 거니까요. 그 다음부터는 맞추는 거 안 하기로 했어요.

남충식 국장 선배님 음악에 영감을 받은 저희 세대들한테는 요즘 많은 활동을 하시니까 너무 감사하고 반갑더라고요. 앞으로 음악활동 계속하시는 거죠?

김창기 원장 계속해야죠. 부담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시작하니까 재미있어요. 그래서 노래도 다시 만들고 녹음도 하고 있고요. 다음 앨범도 심의에 들어가서 곧 나오는데요. 싱글로 내고 지금 녹음 중인 거 끝내면 하나 또 내야죠.

남충식 국장 오늘 제가 너무 디테일한 것만 여쭤봤는데요, 정말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AM12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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