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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도 회식을 했다?
오늘날의 포럼과 닮은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엄2017/01/20by 현대자동차

이야기와 술, 좋은 사람들까지
우리의 회식 문화와 닮아있는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엄을 소개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심포지엄 장면
l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에 그려진 심포지엄 장면입니다.



연초에는 흔히 회식이라고 부르는 각종 신년 모임이 분주하게 펼쳐집니다. 음식을 들며 술을 곁들이고 각종 대화를 즐기는 사내 부서 회식이나 동창회, 친목 모임까지 다양하죠. 회식을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면 연회, 혹은 향연이란 말로 나타낼 수 있는데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향연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 향연을 소크라테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어로 번역하면 ‘심포시온(Symposion)’입니다. 오늘날의 회식 문화나 포럼과 유사한 고대 그리스의 심포시온, 그 유래를 소개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심포지엄

심포시온에 참석한 고대 그리스인
l 소크라테스가 즐긴 심포시온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심포시온(Symposion)’이란 그리스어로 함께 마신다는 뜻을 나타내는 ‘심포테인(Sympotein)’에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 ‘온(-on)’이 붙은 형태입니다. 다시 말하면, ‘함께 마시는 장소’라는 의미가 심포시온인 것이죠.

결국, 지금부터 2,500년 전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그리스인들이 즐겼던 함께 마시며 대화하는 문화, 현재로 치면 우리들의 회식이 바로 심포시온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를 무너트리고 B.C 1세기 지중해 최고 강자가 돼, 팍스 로마나를 지중해 전역에 구현한 로마는 그리스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스 문자를 받아 로마 라틴문자를 만들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지구촌 영어를 비롯한 서양 모든 언어의 문자로 활용됩니다.

심포지움 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름은 조금 바뀌어, 로마 라틴어에서 장소를 나타내는 장소 접미사 ‘움(-um)’을 써서 ‘심포지움(Symposium)’이라 불립니다.

그리고 그 심포지움이 영어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활용되는데, 내용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심포지엄’에는 술을 같이 마시는 활동은 자취가 사라지고, 대화하며 토론하는 내용만 남아 전해집니다. 그래서 주로 호텔 등에서 펼쳐지는 학술 행사나 현안 토론 행사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심포지엄이 현재 우리가 펼치는 회식 문화, 그리고 포럼 같은 학술대회 그 두 행사의 기원임은 분명합니다.



지식을 겨루고, 음주를 즐기다!

루브르 박물관 소장, 크라테르
l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커다란 포도주 단지, 크라테르입니다.

심포지엄이 열리면 몇 명이나 참석했을까요? 플라톤의 <향연(Symposion)>을 보면 스승 소크라테스까지 7명이 등장합니다. 보통 5명에서 20명 정도까지 참석했으며, 장소는 주로 저택의 야외 식당이었죠.

그럼 이쯤에서 그들이 무엇을 명분으로 심포지엄을 열었는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의 <향연>에서처럼 토론을 위한 연설 대회를 겸한 성격이 짙었습니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살던 그리스는 B.C 5세기 이후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고 수사학 같은 인문학이 발달하면서 지식을 배우거나 겨루는 일이 잦아졌고 심포지엄은 좋은 무대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학술적인 측면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올림픽 우승 기념 심포지엄, 아들을 얻은 기념 심포지엄 등 단순히 모여서 마시며 즐기기 위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술, 포도주는 얼마나 마셨을까요? 포도주를 혼합하는데 쓰는 ‘크라테르(Crater)’라는 커다란 단지가 있습니다. 포도주 원액을 크라테르에 따르고 그날 심포지엄의 성격에 따라 물을 섞어 포도주의 농도를 조절했다고 합니다. 학술 성격이 강하면 물을 많이 섞어 포도주를 묽게 만들고, 단순 회식 성격이 강하면 물을 적게 넣어 진하게 탔다는 것이죠. 이렇게 농도를 조절한 포도주를 주전자에 떠서 심포지엄 장소로 옮겨 가는데, 이 주전자를 ‘피처(Pitcher)’라고 부릅니다. 요즘도 호프집에 가면 맥주를 피처에 담아 파는데, 소크라테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 심포지엄에서 쓰던 방법에서 기원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도를 진하게 하든 묽게 하든 한 잔, 두 잔 늘어가는 술에 강자는 없습니다. 결국 마시다 보면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마련이죠. 이런 심포지엄 이후의 모습도 지금의 회식 문화와 꽤 닮은 듯합니다.

자그마치 2,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고대 그리스에서, 지금 우리의 회식이나 포럼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재미있지 않나요? 인류의 문화란 이렇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금씩 형태나 방식만 달라질뿐 비슷하게 돌고 돕니다.

글. 김문환(세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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