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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평범함에 담긴 힘
슈퍼노멀 이야기2015/06/08by 이노션 월드와이드

눈에 띄지 않는 노멀은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 슈퍼노멀이 될까요?

의미 없는 자극에 지친 이들에게 평범함이 주는 신선함의 매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l 의미 없는 자극에 지친 이들에게 평범함이 주는 신선함의 매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평범함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마음을 움직입니다. 소리치지 않지만 귀 기울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뒤를 돌아 바라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평범함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무심코 앉아버린 전시회의 의자

무지(MUJI)는 평범함 속에서 전해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담아냅니다.
l 무지(MUJI)는 평범함 속에서 전해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담아냅니다.

2005년 4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는 마지스 사의 주문으로 디자인한 알루미늄 스툴 시리즈를 출품합니다. 박람회 일정의 중간쯤, 후카사와가 그의 작품 점검 때문에 전시장에 들렀을 때 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보게 됩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심을 끌고 있는 다른 전시품과는 달리 그가 출품한 작품들은 부스 한쪽 구석에 놓인 채 피곤한 관람객들이 휴식용 의자로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었던 것.

처음엔 놀라고 실망한 후카사와는 그 상황을 함께 본 그의 동료 모리슨이 열광하며 던지는 말을 듣고 그동안 추구해오던 디자인의 정신이 제대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후카사와, 이런 게 바로 슈퍼노멀 아니야?!”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평범하고 자연스러우면 관람객들이 그 스툴이 출품작인 줄 모르고 앉아서 쉬겠는가. 이것이 바로 그들이 추구한 평범함 속에서 전해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담아내는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깨닫게 된 것이죠.

그 이후에도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반대하는 ‘슈퍼노멀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출판하고 전시회를 열며 그들의 정신을 꾸준히 전파하게 됩니다. 후카사와 나오토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디자인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생각은 그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지(Muji)’의 광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브랜드가 없다’는 뜻의 브랜드명, ‘MUJI’ 無印良品. 무지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브랜드는 없지만 좋은 소재와 철저한 공정, 간소한 포장을 내세우며 평범함 속의 실속 있는 아름다움을 표방합니다. 이런 무지의 제품들과 광고는 참 많이 닮아 있죠.

<Muji To Sleep> 광고는 평범하고 친근한 영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l 〈Muji To Sleep〉 광고는 평범하고 친근한 영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특히, 2014년 선보인 ‘Muji To Sleep’ 숙면유도용 브랜드 앱 광고는 단지 편하게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아이가 뛰노는 방 안, 차 안, 일하는 작업장에서도 무지와 함께라면 편한 잠을 잘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곤히 자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 평범하고 친근하게 보여주죠.

하지만, 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에서 자연스럽게 무지의 브랜드 앱을 찾아보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무지의 광고처럼 얼핏 평범하다 못해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평범함은 이제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며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SNS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Normal’한 브랜드 경험을 ‘Super Normal’하게 확산시키고 있지요.



소원을 들어주는 ATM

TD뱅크는 차갑기만 한 ATM의 변신을 통해 기존의 은행이 가지고 있던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따뜻하고 친밀하게 바꾸었습니다
l TD뱅크는 차갑기만 한 ATM의 변신을 통해 기존의 은행이 가지고 있던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따뜻하고 친밀하게 바꾸었습니다

캐나다의 TD뱅크는 ATM기기를 특별한 감사 기계로 만들었습니다.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ATM기기 앞에 선 고객들에게 인출기를 통해 직접 감사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때론 현금 20달러를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리 알아본 고객들의 사연을 잊지 않고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죠. 유명 야구선수의 골수 팬인 고객에게는 그 선수의 사인이 든 티셔츠를, 암 수술을 받은 딸을 보러 가고 싶은 엄마에게는 딸을 보러 갈 수 있는 티켓을 선물합니다.

이런 마술 같은 ATM기기 앞에서 고객들이 기뻐하고 놀라는 모습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제작되어 인터넷과 SNS를 통헤 급속도로 퍼져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하고 무뚝뚝한 현금인출기에 소비자 일상의 사연들을 더하자 소비자를 웃고 울게 만드는, 기대치 않은 감동을 주는 행복인출기가 된 것이죠.

현대자동차그룹의 <기프트 카> 캠페인도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탈것, 그저 단순한 교통수단의 의미에서 생활자 개개인의 사연과 만났을 때 소비자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함께 마음을 다해 응원의 댓글을 올리고 퍼 나르기를 하죠. 자극적인 그림도,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지만 이 ‘MSG’ 들어가지 않은 캠페인이 주는 담백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바람과 따뜻한 웃음의 감동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우리네 사는 이야기, 어디선가 본 듯한 또는 들은 듯한 이야기, 마치 내 얘기 같은 일상성이 주는 공감은 컴퓨터 그래픽의 위압감과 스펙터클한 비주얼이 주는 임팩트로도 넘을 수 없는 울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달항아리

백자 달항아리 (보물 143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l 백자 달항아리 (보물 143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에게도 평범함과 단순함이 주는 울림은 만만치가 않은 듯합니다. 그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작품이 어떻게 우리를 치유하는가에 관한 이야기. 치유의 작품들로 소개된 르네상스에서 초현실주의까지의 수많은 회화, 디자인, 건축, 공예품 중에는 조선시대의 백자 달항아리가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 쓰기 위한 실용성과 유백색의 풍만함을 갖췄지만 장식이나 기교 없이 단순함과 담백함의 미를 가진 달항아리에 대해 그는 어떤 작품보다 극찬합니다. ‘겸손의 미덕’을 가르쳐준다고도 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지혜를 담고 있으며 아름답고 감동스럽기까지 하다고 하죠. 마지막엔 오만이 습관처럼 쌓인 사람은 이 달항아리를 찬찬히 살려보라고 조언합니다.

무심코 앉아버린 전시회의 의자, 소원을 들어주는 ATM, 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달항아리. 이들은 공통점이 있는데요. 일반 사무실에도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디자인, 큰 의미가 없는 일상의 물건, 소박하다 할 정도로 담백함만이 묻어나는 유백색의 항아리일 뿐이지만 Super Normal한 경험의 양질전환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평범함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평범함이야말로 Super Normal, Beyond-normal을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 새로움과 공감을 찾기 위해 늘 비범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의미 없는 자극에 지친 이들에게 평범함이 주는 신선함과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늘도 그 안의 통찰력을 찾아 나섭니다. ‘Normal’ 속에 잠들어 있는 ‘Super Normal’을 찾아 뚜벅뚜벅 앞으로.



글. 염철 본부장 (캠페인3본부,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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