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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페이퍼 창간인 황경신
언어로 인간의 내면을 보듬다2015/03/25by 현대파워텍

경험에서 우러나온 단단한 글로
삶에 대한 긍정을 전하는 작가 황경신

월간 <페이퍼> 창간인, <생각이 나서>, <밤 열한 시>, <눈을 감으면> 저자 황경신
l 월간 <페이퍼> 창간인, <생각이 나서>, <밤 열한 시>, <눈을 감으면> 저자 황경신



“일상은 무수히 반복되고 / 살아 있는 한 / 나는 끝없이 그것을 / 변주해야 한다 / 조금이라도 / 아름다운 / 소리를 내도록_ 황경신 「생각이 나서」 中”

일상에 지칠 땐, 책 속의 문장이 내게 위로를 건네는 듯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특별함을 담아낸 황경신의 글은 특히 그렇습니다. 삶을 글로 쓰고, 글처럼 살아가는 정직한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공감을 넘어, 위로를 건네다

“매 순간 호기심을 가지고 물음을 던지다 생각이 차고 넘치게 되면 비로소 지면에 옮기는 것이죠”
l “매 순간 호기심을 가지고 물음을 던지다 생각이 차고 넘치게 되면 비로소 지면에 옮기는 것이죠”

<생각이 나서>, <밤 열한 시>, <눈을 감으면>, <슬프지만 안녕> 등 황경신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묘한 동질감이 듭니다. ‘그래 그럴 때도 있지’하는 공감이거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 것이죠. 나아가 ‘그럼 다시 견뎌보자’ 하는 의지까지 불어넣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읽는 이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혹은 촉촉이 적시는 작품의 세계를 펼치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물어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반문합니다. “그림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문학이든 예술이란 본디 인간의 가슴을 자극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나 감성의 농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따라서 황경신 작가는 독자가 무엇을 느끼든 함부로 재단하지 않습니다. “발상의 원천이 따로 있는 것도, 영감을 받고자 남달리 애쓰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저 끊임없이 질문의 질문을 거듭할 따름이죠. 소재가 무엇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커피를 마시다, 독서를 하다가, 음악을 듣다가, 사람을 만나다가, 매 순간순간 호기심을 가지고 끝없이 물음표를 던집니다(웃음). 그러다 생각이 차고 넘쳐 더는 담아둘 수가 없게 되면 비로소 지면에 옮기는 것이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내려놓기

“무엇을 하고자 하는 데 걸리는 요소가 있어서 못한다면 딱, 그만큼 무엇을 사랑하는 것이죠”
l “무엇을 하고자 하는 데 걸리는 요소가 있어서 못한다면 딱, 그만큼 무엇을 사랑하는 것이죠”

작가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지도 17년째. 몸담아온 잡지사를 나와, 월간 <페이퍼>를 창간한 이후부터입니다. 그녀에 따르면 <페이퍼> 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황경신 표’ 글이 완성됐다는데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매거진 기자로 나름, 굵직한 이력을 쌓아가던 황경신이 별안간 사표를 던지고 <페이퍼> 창간에 뛰어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내가 원치 않는 또는 관심 없는 내용의 기사를 더는 쓰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예컨대 패션에 관심도 지식도 없는 제게 해당 분야 취재를 맡기면 싫어도 해야 했죠. 누가 제게 ‘이달에는 ○○○을 인터뷰해’라고 지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터뷰어가 직접 인터뷰이를 선정해 다루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적절한 기회를 만나서 과감히 안락한 터전을 뒤로할 수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보장된 내역은 무엇도 없는데, 오직 하나, 원하는 잡지를 위해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 등을 단념해야 했기 때문이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그쯤 양보해야 맞죠. 만약에 무엇을 하고자 하는데 돈이나 지위, 생활 등 걸리는 요소가 있어서 못한다면 그는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 원하는 무엇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단호한 조언에 새삼 오래전에 읽은 그녀의 글귀가 머리를 스칩니다. ‘삶은 우리에게 무한의 것을 공급하지 않는다. 쥐고 있는 카드를 던져야 다른 카드를 받을 수 있다. 그 카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 불행하게 해줄지 알 수 없어도 어찌 되었거나 새로운 카드인 것이다’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다리

“글을 통해 독자가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돕는 연결고리 정도의 역할만 해줘도 충분합니다”
l “글을 통해 독자가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돕는 연결고리 정도의 역할만 해줘도 충분합니다”

현재는 <페이퍼> 편집장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지만 그녀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나가는 중입니다. 방송이나 토크 콘서트, 사인회, 낭독회 등을 통해 독자와 교감할 기회도 수시로 갖습니다. “사인회 때면 항상, 팬과 잠시라도 눈을 마주치고 싶어 맞은편에 의자를 가져다 놓는데 그러다 보니까 사인을 받으며 속 이야기 털어놓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주로 들어주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그럽니다. 책도 마찬가집니다. ‘나의 책을 읽는 이는 모두가 이러이러하게 느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독자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든 그것은 작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니까. 아마 이와 같은 점이 독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아닐는지,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미소)”

황경신 작가는 ‘독자에게 다리와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고 소망합니다. 언젠가 <그림 같은 세상>을 읽고선 좋아하는 화가가 생겼다는 독자를 만났을 당시의 벅참을, 그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변화까지는 거창해요. 그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돕는 연결고리 정도의 역할만 해줘도 충분합니다” 신중하고 겸손하며, 뜨거운 사람. 최근에 선보인 연작소설 <한입 코끼리>만 봐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느껴집니다. 그림형제 동화 18편에 대한 궁금증을, <어린 왕자> 보아뱀과 8살 소녀의 입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나간 작품으로 황경신 작가 특유의 따뜻한 고민이 엿보이기 때문이죠. 대화의 사이를 걸으며 유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새롭게 비추어보기를 작가는 묵묵히 기다릴 뿐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종종 긍정성을 강요받곤 합니다. 유행처럼, 규칙처럼, 긍정하지 않는 자는 무엇도 이뤄낼 수가 없다는 듯이 일제히 조용한 압박을 가합니다. “울고 싶은 내게 왜 울지 말라 하고, 힘든 내게 왜 쉬지 말라 하죠? 차라리 ‘아프지?’ ‘힘들지?’ 알아주고 실컷 눈물 흘리게 어깨를 내어주는 편이 낫지 않은가요?” 감정에 솔직한 자세가 ‘긍정으로 가는 첩경’이라 말하는 황경신 작가. 상처가 쓰릴수록 세상에 내놓고 비바람 맞게 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 그녀는 진정한 긍정을 아는 사람입니다. 담백한 얼굴로 자신을, 타자를, 그리고 세상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작가 황경신. 그녀가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책을 펼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글. 이소영
사진. 최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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