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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가 마약탐지견이 되기까지,
최고의 개가 되는 과정, 그리고 훈련사의 동행2015/08/06by 현대자동차

후보견. 탐지견 훈련사. 주어진 길은 하나.
정혜원 훈련사에게 완벽한 탐지견이 탄생하는 과정을 물었습니다

가장 뛰어난 소수만이 차지하는 영예의 자리. 마약탐지견
l 가장 뛰어난 소수만이 차지하는 영예의 자리. 마약탐지견



후각의 정점에 선 탐지견. 그중에서도 마약탐지견은 가장 뛰어난 소수만이 차지하는 타이틀입니다. 선택된 종만이 ‘후보견’이 될 수 있고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하며, 훈련을 완수해도 실전에서 활약하는 수는 열 마리 중 두 마리 정도니까요. 훈련 기간 16주, 미생의 후보견을 완생으로 이끄는 정혜원 탐지견 훈련사를 만나보았습니다.



리트리버, 마약탐지견의 사명

이렇게 온순해 보이는 리트리버가 마약탐지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요?
l 이렇게 온순해 보이는 리트리버가 마약탐지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요?

한낮에 허공에 뜬 먼지 한 점 찾듯, 모래 속의 바늘 찾듯, 마약탐지견은 보통 후각으로는 존재 자체조차 느낄 수 없는 냄새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특유의 향취가 나는 마약이 있는 반면 무색무취무미의 지독히도 찾아내기 힘든 마약도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 개가 후각이 발달했지만 ‘탐지견 후보’로 선발되는 종은 겨우 2~3종에 불과합니다. 탐지견의 공통적인 특징은 귀가 크고 쳐졌다는 점인데요. 귓구멍이 덮인 개는 소리에 둔감한 만큼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쫑긋한 귀를 가진 개는 냄새보다 소리를 더 잘 감지한다는 점,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음~ 스멜~ 하얀가루 스멜~
l 음~ 스멜~ 하얀가루 스멜~

“마약탐지견은 대부분 리트리버 종이에요. 성격이 온순해 사람과 잘 어울리고, 선천적으로 후각이 발달했죠. 일반적인 개의 후각세포는 약 2억 개인데, 리트리버나 셰퍼드의 후각세포는 2억 2,000만 개 내외로 알려졌어요. 1,000만 개 내외의 후각세포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위의 냄새를 맡는 거죠.”

정혜원 훈련사가 곁에 앉은 리트리버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이름은 타래. 그녀와 15주간 동고동락한 후보견이죠. 일반적으로 한 명의 탐지견 훈련사는 두 마리의 후보견을 맡습니다. 타래와 함께 그녀의 또 다른 파트너는 탐나. 역시 리트리버 종입니다. 타래와 탐나는 탐지견훈련센터에서 마약탐지견이라는 사명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닫힌 가방 바라만 본다고 답이 나오나요? 맡아야죠!
l 닫힌 가방 바라만 본다고 답이 나오나요? 맡아야죠!

“마약탐지견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탄생합니다. 우수한 유전자의 강아지만 선택되죠.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나면 강아지는 제 의지대로 걷고 뛰는데, 이때부터 16주간의 훈련에 돌입합니다. 훈련은 혹독한 면이 있어요. 식사를 최소화하고 규칙적인 체력 훈련을 시키죠. 반면 냄새 찾는 훈련은 놀이와 같습니다. 제대로 해내면 장난감을 갖고 신나게 놀 수 있도록 후보견에게 보상을 주거든요.”

후보견의 장난감은 다름 아닌 수건. 무색무취의 세제로 빤 수건을 단단하게 만 것일 뿐이지만 그들에게 수건은 장난감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물고 뜯는 동안 치아를 닦을 수 있는 데다 씹는 질감에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후각을 발달시키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진 하루, 체계적인 일과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이 꽤 많습니다.” 정혜원 훈련사에게 타래와 탐나는 훈련견 이상의 의미입니다.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그녀는 훈련견 두 마리와 가족처럼 위로를 주고받고 친구처럼 함께 웃는답니다.



실전을 위한 최선의 노력

혹독한 훈련을 수행하지만, 그 안에는 애정이 가득합니다
l 혹독한 훈련을 수행하지만, 그 안에는 애정이 가득합니다

“훈련을 마치면 그동안의 성적에 따라 가장 우수한 몇 마리를 마약탐지견으로 선발해요. 최종 선발된 마약탐지견은 인천공항 또는 김포공항 등 거점 공항에 투입돼 현장 적응 훈련을 시작합니다. 공항의 마약탐지요원, 즉 ‘핸들러’와 함께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죠.”

핸들러는 마약탐지견의 행동을 읽고 의심 가는 물건이나 사람을 검문하는 인물! 현장에 파견된 마약탐지견이 수상한 냄새를 느낀 직후 해당 물건을 향해 앉아 핸들러에게 메시지를 동공이 커지거나 꼬리를 격하게 흔드는 등 특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제때 알아차리는 것이 핸들러의 임무죠. 정혜원 훈련사는 모든 훈련의 최종 목표가 ‘실전’이라며, 후보견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일만큼 후보견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 핸들러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훈련 마지막 주를 남겨둔 이 시점, 정혜원 훈련사는 타래와 탐나가 언제 가장 활력이 넘치는지, 어디를 가장 좋아하는지, 냄새에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줄줄이 꿰고 있습니다. 정든 동료를 떠나보낼 날을 앞두고 아쉬움은 없을까요?

“마약탐지견 훈련을 제대로 완수한 탐지견은 어디에서나 환영받습니다. 총기탐지견, 구조견으로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죠. 타래와 탐나가 마약탐지견으로 선발되면 물론 기쁘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동안 잘해온 만큼 어디에서나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리라 믿어요.”



글. 장새론여름
사진. 박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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