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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전통으로 자연의 결을 품다
한지공예가 정은하2015/02/04by 현대자동차

아름다움에 자연스러움을 더하는
한지공예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한지공예가 정은하
l 한지공예가 정은하



한지는 자연의 한 조각입니다. 물 한 방울, 볕 한 조각, 바람 한 줄기, 손끝 하나에 결을 바꿔가는 자연스러움. 한지공예가 정은하가 한지공예의 손맛에 빠져든 이유입니다.



한지, 입체의 멋을 더하다

“한지라는 평면에서 입체라는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l “한지라는 평면에서 입체라는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한국화를 전공한 정은하에게 한지는 익숙한 배경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동네의 작은 공방에서 만난 한지공예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지요. 다채로운 색감에 먼저 빠져 들었고, 회화라는 평면 작업과는 다른 입체 작업에 대한 호기심까지 더해졌습니다. 한지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 만 한지공예는 하나하나 손으로 구조를 만들고 한지를 덧바르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했죠. 멀찌감치 바라보는 작품이 아니라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2000년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왔는데, 한지라는 평면에서 입체라는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게다가 공예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활소품을 만드는 것이잖아요. 삶의 의미가 함축된 제품을 만드는 일이기에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림과 공예 모두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l “그림과 공예 모두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카드부터 인형, 찻상, 조명, 서랍장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일상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기를 익힌 그녀는 기존의 한지공예와 차별된 시도를 더했죠. 뒤늦게 시작했지만 그저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정은하만의 작품을 고심했던 그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전통 문양을 새기는 대신 한지로 그림을 그리듯 자신만의 감성을 입혀나갔습니다.

“그림과 공예 모두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의 모티프는 자연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채색한 한지를 작품에 입히는 과정을 더하고 있어요. 붓 대신 색한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길지 않은 경력인데도 정은하의 작품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이렇듯 다른 작가와는 다른 방법으로 한지의 멋을 더욱 은은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손끝으로 느끼는 자연의 결

“자유롭게 손으로 찢어 붙이는 작업을 하다 보면 정말 마음이 치유된답니다”
l “자유롭게 손으로 찢어 붙이는 작업을 하다 보면 정말 마음이 치유된답니다”

“한지는 물성의 변화 자체도 재미있어요. 어떻게 뜨느냐에 따라 질감이 부드럽기도 또 거칠기도 하고요. 마르면 천 못지않게 팽팽하고 질기지만, 물이나 풀을 먹으면 부드럽게 찢어져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지요. 여러 겹 겹쳐 붙이면 나무 못지않게 단단해지는데, 예전에는 군사들의 방탄 소재로도 사용했다고 해요”

그녀는 매끄러움과 투박함, 질김과 무름을 모두 품고서 그때그때 성질을 달리하는 한지의 변화무쌍한 결을 기꺼이 즐깁니다. 이 때문에 손끝으로 자연스럽게 찢는 작업을 선호하지요. 물기를 머금은 한지가 팽팽한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손끝을 떠나면 때론 꽃을 피우기도 하고, 때론 소복한 함박눈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손맛이야말로 한지공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손끝에 따라 한지의 결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특히 수제 한지에 풀을 먹여 종이 죽처럼 탁탁 떼어 붙이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참 편해져요. 수강생들에게도 마음에 담아둔 걱정, 아픔, 상처를 한지와 함께 떼어서 내보내라고 해요. 자유롭게 손으로 찢어 붙이는 작업을 하다 보면 정말 마음이 치유된답니다.” 정은하는 한지공예를 힐링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의 결을 느끼며 다시금 자신만의 결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통해 잡념을 버리고 진정 ‘나다움’을 찾아가기 때문이죠.



치유와 위로의 한 토막

“행복했던 유년의 추억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작품을 통해 되새깁니다”
l “행복했던 유년의 추억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작품을 통해 되새깁니다”

“저는 늘 자연을 모티프로 작업했어요. 유년 시절 눈부시게 빛났던 자연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자 그리움의 대상이지요. 어릴 적 아버지가 의상실을 하셨는데 그 덕에 색감도 익히고 오리고 붙이는 것도 익숙했거든요. 아버지는 커다란 청지의 물을 뺀 다음 뒷동산 언덕에 그대로 말려두셨는데 그 위에서 놀고 뒹굴며 접했던 자연의 모습, 그 행복했던 유년의 추억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작품을 통해 되새깁니다. 제 작품에 꽃과 나뭇잎 소재가 많은 이유예요”

자연과 뛰놀던 행복한 유년 시절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기에 정은하는 작품을 통해 위안을 얻고 치유 받습니다. 그녀에게 한지공예의 과정은 곧 자연과 함께 그녀다움을 찾고, 삶을 깨우쳐가는 과정인 것이죠. 무엇보다 꾸밈없는 한지의 질감, 자연 그대로의 촉각이 그녀를 위로할 때가 많습니다. 가장 기본인 하얀 초배지를 모두 바르면 흰 속옷만 입고 있는 듯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한 겹 한 겹 한지를 중첩하는 과정을 통해서는 옛 추억을 덧대거나 아픈 기억을 덜어내기도 합니다. 놀라운 것은 한지는 여러 겹 겹쳐질수록 빛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겹일 때보다 더 은은하고 따뜻하게 빛을 투과한다는 것이지요. 이렇듯 작업을 하면 할수록 한지의 담담함과 의연함에서 그녀는 늘 한 수 배웁니다.

“삭막한 공간에 자연의 여유와 따뜻함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한지공예품의 매력이랍니다”
l “삭막한 공간에 자연의 여유와 따뜻함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한지공예품의 매력이랍니다”

“한지공예품은 주위에 무엇이 있든 잘 스며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한지공예품을 그냥 나무 한 토막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자연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고, 그 멋 또한 자연을 닮아 있거든요.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을 만큼 말이지요. 어느 공간에든 어울리고 삭막한 공간에 자연의 여유와 따뜻함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한지공예품의 매력이랍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한번쯤 만져보고 싶은 소품이 있나요? 전등을, 책장을, 소품함을 우리는 보고 사용할 뿐 일부러 만지며 느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지공예품이라면 다르겠죠. 결을 느끼기 위해 먼저 손을 가져가게 됩니다. 까칠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각, 그것은 아마도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이 아닐까요. 자연의 결이 선사하는 치유를 전하는 정은하는 오늘도 손끝으로 담백한 위로 한 토막을 만들어갑니다.



글. 강현숙
사진. 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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