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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하는가
현대자동차 디자인 직무 분석2015/01/19by 현대자동차

겉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속을 채우는 일도 중요한 법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팀 디자이너의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팀 최원석 연구원입니다
l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팀 최원석 연구원입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많은 기술과 노력의 집합체인 자동차에서 중요한 것을 딱 하나만 꼽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중에서 실내공간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겉보기에 멋진 자동차라 할지라도 실내가 불편하다면 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는 일은 고문과 같을 테니까요. 집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도록 실내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 내장디자인팀의 최원석 연구원을 만나봅시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스케치가 필요합니다
l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스케치가 필요합니다



차는 장인이 만들어내는 도자기

저는 자동차의 겉면을 볼 때마다 도자기의 형상을 함께 떠올리곤 합니다. 수천 년 전부터 만들어진 우리 도자기는 당시 장인들의 피땀 흘려 만들어낸 기술과 노력의 집약체입니다. 최고의 기술에 의해 빚어진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역시 수많은 디테일을 다듬은 끝에 탄생합니다. 쓰임새는 서로 다르지만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도자기는 그 안에 아주 다양한 것들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안에 담긴 내용물에 따라서 도자기의 가치가 달라지듯, 자동차 역시 안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서 차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이런 실내 디자인이 가지는 가치는 바로 도자기 속을 값진 것으로 채우려는 생각에서 실현됩니다. 제가 내장디자인 직무를 꿈꾸게 된 것 역시 자동차 안을 더욱 가치 있게 채우고 싶은 욕심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내장재의 소재, 버튼 구성, 심지어 버튼 위에 쓰인 글씨체까지, 차량 실내를 가치 있게 채워나갈수록 탑승자는 자동차와 더욱 진한 교감을 나누게 됩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사람이 자동차와 교감을 이룰 수 있도록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도자기를 빚는 장인의 정신으로 말이죠.



우리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차를 만드는 디자이너의 경험

디자인 직무 지원자가 입사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는 많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직원에 대한 복지, 디자이너에 대한 처우 등이 현대자동차만 한 회사는 없다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는 것만으로 입사의 이유는 충분하지만, 디자이너로서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저를 현대자동차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해외 고급 브랜드와 달리 우리 일상 속에서 언제나 쉽게 만나게 되는 차량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이너로서 더욱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경쟁이 더 좋은 현대자동차를 만든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이너가 되려면 우선 경쟁에서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저희 디자이너들의 업무는 각자 서로의 디자인을 놓고 경합을 벌여 그 안에서 선정된 디자인을 함께 다듬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기본적으로 '경쟁'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죠. 그러나 디자인 공모전처럼 디자이너들끼리 경쟁을 하기는 하지만 팀 회의 때는 리뷰를 통해 의견을 말하면서 디자인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갑니다. 결국 경쟁을 통해 팀워크를 다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디자인한 차량은 또다시 유럽, 미국 등의 디자인센터와 경쟁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저희 디자이너들은 서로를 경계하는 경쟁이 아닌 발전을 위한 경쟁을 하며 직무를 수행해나갑니다. 결국 경쟁이 팀워크가 되는 것이죠. 저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의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 개성 넘치는 현대자동차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 디자이너의 팀워크는 축구와 같다

디자이너들이 팀워크로 자동차를 완성하는 과정은 축구와 닮아있습니다
l 디자이너들이 팀워크로 자동차를 완성하는 과정은 축구와 닮아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중요시되는 또 다른 역량 중 하나는 바로 팀워크입니다. 자동차 디자인팀이 운영되는 방식은 축구의 방식과 비슷합니다. 축구에선 누군가는 골을 넣어야 하고, 다른 이는 수비를 해야 합니다. 에이스가 있는 반면 후보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누구나 에이스 역할에 비유될 수석 디자인 자리에 앉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바퀴를 디자인하고, 라디에이터를 디자인할 사람도 필요합니다. 디자인팀은 그런 조직적 팀워크로 운영됩니다.

자동차는 많은 사람이 함께 작업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의견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의견 대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오직 팀워크뿐입니다. 지금의 현대자동차에서 좋은 디자인, 좋은 품질의 자동차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많은 디자이너가 각자 시간과 노력을 팀워크로 녹여낸 덕입니다.



디자이너 직군에서 일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지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자이너로 치자면 스케치 같은 것 말이지요. 질리도록 그리고 또 그려봐야 합니다. 수능 만점자가 흔히 말하는 '공부는 교과서 위주로 충실히'처럼 뻔한 말이지만 이것은 분명한 진리입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제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대학교 2학년 때입니다. 그때부터 제 일상을 모두 그림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그 시간이 아까워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역시 시간 날 때마다 간단한 스케치를 하면서 감을 익혀나간다고 합니다. 꾸준히 기본기를 닦아온 순간들이 그들을 세계적인 자리에까지 올려놓은 것이겠죠. 저는 정말 멋진 차가 있으면 바로 종이를 깔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말로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모터쇼에 갈 때에도 사진기를 들고 가는 대신 노트와 펜을 들고 가고요. 사진으로 찍은 것보다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훨씬 선명히 제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디자이너가 아니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될 게 아닙니다. 입사해서 많은 분의 그림을 보고 배우다 보니 제가 가진 능력들에 더해서 더 갖춰야 할 것들이 있더군요. 바로 지식과 경험입니다. 단순히 멋있게 보이는 디자인이냐, 아니면 여러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이냐, 그 차이는 지식과 경험에서 결정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경험입니다. 디자이너 직무를 소화하려면 그림, 지식, 경험, 이 세 가지가 융합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제 그림만 잘 그리는 디자이너는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지식, 사고, 경험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디자이너입니다. 저 역시 그런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머릿속에서 수많은 자동차를 생각하고 그려봅니다
l 자동차 디자이너는 머릿속에서 수많은 자동차를 생각하고 그려봅니다



많이 볼 수록 안목이 달라진다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돌아다닙니다. 밖으로 나가야 영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뻔한 휴양지보다는 사람 많은 대도시를 찾아 다닙니다. 시각적으로 저를 자극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뉴욕에 방문했을 때에도 박물관, 미술관, 음악회 같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굳이 외국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사람들이 짓는 표정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을 틈날 때마다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합니다. 관찰을 통해 내가 몰랐던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알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디자이너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영감을 줍니다. 여러분들도 사무실, 집에만 있기보다는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신다면 자신의 직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삶을 발전시키는 영감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제 2, 제 3의 제네시스를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목표

현대의 자동차 중 제네시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큰 시발점이 된 모델이죠. 말 그대로 '제네시스-창세'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재편하는 큰 역할을 맡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제네시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의 현대자동차에서 플루이딕 스컬프쳐(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조형미로 표현한 것)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더 이상 현대자동차만의 디자인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디자인 트렌드입니다.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소화해서 차량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이 현대자동차 디자인팀의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나중에는 제네시스 같은 멋진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l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이 적용된 제네시스의 실내는 더욱 단정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l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이 적용된 제네시스의 실내는 더욱 단정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철학이 담긴 제네시스 실내디자인
l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철학이 담긴 제네시스 실내디자인



최원석 연구원이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조언하는 중요한 세가지

1. 다양한 방면에서의 소양을 쌓아나가세요. 많이 읽고, 듣고, 돌아다니고, 느껴보세요. 디자인에서뿐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며 상대를 설득하려면 스스로 그만큼의 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2. 기본기를 꾸준히 다져나가세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가장 기본이 되는 스케치를 그리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영감을 얻습니다. 여러분의 업무에서 꼭 필요한 기본기가 있다면 여러분의 지위, 상황을 따지지 말고 기본기를 갈고 닦으세요.

3. 영감이 생기는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저는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를 합니다. 기억은 왜곡되고 잊히게 마련입니다. 단 한 번뿐인 그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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