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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에 큐레이터가 있다고?
현대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 인터뷰2016/08/04by 현대자동차

큐레이터로 활약하던 그가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근무한지 약 3년.
그 동안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는 어떤 활동들을 펼쳐 왔을까요?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의 모습
l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 그의 직업은 여전히 큐레이터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요즘 예술계에서 무엇이 ‘핫’한가에 관심을 두기 보다,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요.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의 모든 활동은 이 결핍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었죠. 현대자동차가 고민하고 있는 이런 작업들이 미래에 예술계의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그는 큐레이터입니다. 작가, 전시, 프로젝트를 더 입체적으로 알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2016년에는 대만 <관두 비엔날레> 한국대표 큐레이터로, 2017년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이 인터뷰하는 모습
l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는 어떤 고민 위에서 어떤 것들을 실행에 옮겼을까요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기 전,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을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영국 사치갤러리 “코리안 아이(Korean Eye)”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을 영국에 알렸습니다. 2012년에는 Forbes Korea ‘Power Leader 30’에 커버모델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큐레이터의 길을 걷던 그가, 2013년 현대자동차에 아트디렉터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큐레이터가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자동차 회사가 왜 아트디렉터를 뽑지?”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행보였습니다.

그 후로 약 3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그는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 추진 업무를 맡아왔다고 하는데요.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 위에서 어떤 작업들을 추진하는 활동일까요?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과 팀원들의 모습
l 아트디렉터로서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 회의를 진행하는 이대형 차장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는 어떤 작업인가요?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아트 프로젝트를 펼쳐오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 하는 활동은 아니에요. 시대에 남을 작품, 우리 자녀세대에게 영감과 통찰을 주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을 기획하는 작업까지 현대자동차가 함께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 아트 프로젝트에 속하나요?
우선, 미술관과 10년 이상의 중장기 후원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하는 전시 프로젝트들을 꼽을 수 있는데요.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진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영국 테이트 모던과 함께 진행하는 ‘현대 커미션’,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과 함께 진행하는 ‘현대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하죠. 그 밖에도 블룸버그와 함께 제작하는 예술 TV 프로그램 ‘Brilliant Ideas’와 전세계 미술대학 재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네트워크 ‘ART-UNI-ON’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책상 위에 펼쳐진 책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l 현대자동차는 예술계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고민합니다

어떤 고민 위에서 현대자동차가 이런 플랫폼들을 기획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현대자동차는 요즘 예술계에서 무엇이 ‘핫’한가에 관심을 두기 보다,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요. 현대자동차 아트 프로젝트의 모든 활동은 이 결핍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기획은 한국, 더 나아가 글로벌 예술계의 보이스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우리의 입장이 아닌 예술계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고민했을 때 위대한 예술프로그램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결핍되어 있다고 보는 건가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나오기 어려운 걸까. 혹시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위대한 작가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이 결핍돼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50대의 국내 중진작가 한 명을 뽑아서, 해외 유명작가가 런던 테이트 모던 혹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때와 같은 조건을 제공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1년에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그 작가의 전시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거죠. 물론 비판도 있었어요. 보다 많은 작가들을 지원해줄 수 있지 않냐는 거였죠. 하지만 그런 종류의 지원은 그 동안 계속 있어왔거든요. 현대차 시리즈는 이제 대한민국에도 중진작가가 몇 십 년간 그려온 꿈의 전시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미술계의 오랜 의견을 경청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추진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이 이불(Lee Bul, 1964년) 작가였는데요. 이전에는 사람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대차 시리즈 이후에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로 부르는 것을 목격합니다. ‘한국’과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지워져 버렸어요. 현대차 시리즈 플랫폼을 통해 지역적, 젠더적 한계를 뛰어넘은 거죠.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의 모습
l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계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현대차 아트 프로젝트가 메우고자 했던 또 다른 결핍은 없었나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아시아권이나 제 3세계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전시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국 테이트 모던과 함께 진행하는 ‘현대 커미션’을 통해 이런 결핍을 메우고자 했죠.

현대 커미션은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꿈의 전시공간이라 불리는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 6개월간 전시회를 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여기에 현대자동차가 두 가지 철학적인 비전을 제안했어요. 하나는 ‘작가를 선정할 때 지역적인 균형을 갖추자’, 다른 하나는 ‘작가를 선정할 때 젠더 측면에서도 깊게 고민하자’ 였죠. 테이트 모던 측에서는 ‘우리도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현대차가 이런 제안을 해주니 오히려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의 모습
l 경제적 관점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일하게 되면서 전보다 더 좋아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치관과 자본의 관계는 꼭 자전거의 두 바퀴 같다고 생각해요. 자전거 앞 바퀴, 즉 가치관이나 철학이 방향을 잡아주면 자본이라는 뒷바퀴 힘으로 움직이는 거죠.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기 전에는 ‘이렇게 가면 옳은 방향이겠다’라는 가치관은 있는데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그걸 다 실행하기 어려워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게 된 뒤로는 더욱 힘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어요.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10년 혹은 11년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술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요. 테이트 모던이나 LA 카운티 미술관 측에서 ‘우리도 3년짜리 파트너십은 맺어봤지만 10년짜리는 처음이다’ 라며 감탄했어요.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화예술계를 후원할 수 있는 것은, 혁신을 위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 특유의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자동차를 개발할 때도 5년 이상이 걸리는데, 후대에 남을 위대한 예술을 고민하려면 10년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인식을 전사적으로 가지고 있거든요.

책꽂이 앞에서 책을 보는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의 모습
l 현대자동차는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위대한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문화예술에 이처럼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가'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예술은 인류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섬세하고 지적이며 감성적인 결정체라고 생각해요. 현대자동차가 이러한 예술을 통해 우리사회와 미래세대에 기여함으로써, 사람들이 문화예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자동차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10년 뒤 사람들에게 ‘현대자동차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라고 물었을 때, ‘세련되고 섬세하고 따뜻하고 지적인 사람들이 만드는 자동차’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희가 고민하여 내놓은 것들이 즉각적으로 소비되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요즘 ‘핫’한 것이 아니라, 낯설고 다른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위대한 것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아트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어요. 현대자동차가 고민하고 있는 이런 작업들이 미래에 예술계의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진. 주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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