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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의 변화를 이끄는
현대건설 명장 5인2015/03/31by 현대건설

카타르 현장의 살아있는 전설
현대건설 명장 5인의 솔직담백 대담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
l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



2022년 월드컵 준비가 한창인 카타르 수도 도하는 현재 무서운 속도로 변신 중입니다. 세계 크레인의 1/3이 몰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지요. 현대건설은 왕궁 직속건물을 시작으로 도로, 항만 등 주요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카타르 인프라 확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개발 열기 속 카타르에 현대건설 명장 5인이 모였습니다.



Q. 쉐라톤 호텔 완공 이후 30여 년 만에 재진출한 건축공사가 ‘하트 오브 도하 복합개발사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최원호 소장님께서 가장 먼저 카타르에 입성하신 건가요?

카타르 도하 하마드 메디컬시티
l 카타르 도하 하마드 메디컬시티

최원호 부장(이하 최) 5개 현장 중 가장 빠른 2010년 4월에 착공했지만 저는 국내 현장에서 근무하다 12월 31일에 합류했기 때문에 아마 처음은 아닐 겁니다. 참고로 현재는 프로젝트명이 ‘Msheireb Downtown Doha’로 새롭게 변경되었습니다.

전익수 상무(이하 전) 내가 2주 빠르게 도착했네. 하하. 하마드 메디컬시티는 2011년 착공이었지만 사전준비를 위해 카타르에 몇 달 먼저 왔거든요. 메디컬시티 이후에 국립박물관 현장이 착공하고, 그 이듬해에 토목공사가 진출했죠.

하마드 메디컬시티 현장소장 전익수 상무
l 하마드 메디컬시티 현장소장 전익수 상무

하영천 상무(이하 하) 사실 건축이나 토목은 오랜만에 카타르 재진출일지 몰라도 플랜트 부문은 라스라판 복합화력발전소, 펄 GTL-5, QAFCO-5 비료공장 등 꾸준히 공사를 수행했습니다.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가장 많은 현장을 가지고도 무사히 공사를 수행 중인 것은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이죠. 30년간 쌓아온 노하우, 인력, 기술력에 현대건설 특유의 장점들을 결합하니 같은 어려움에 봉착해도 해결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Q. 유독 카타르 건설시장이 다른 중동 지역에 비해 까다로운 이유가 있나요?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카타르 신항만 공사현장
l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카타르 신항만 공사현장

카타르는 과거 진주잡이 등 어업이 성행했고 상인들이 살던 나라입니다. 그 때문에 타인을 의심하고 셈이 빠른 상인의 성향이 강해요. 발주처만 보더라도 300여 명의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조직이 계약적인 손해를 보지 않도록 발주처를 보호합니다. 여기에 관공사 인허가 문제가 또 발목을 잡습니다.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만 보더라도 고압 전선 등 지중물 15종을 임시 이전 후 새로 설치하는 까다로운 공정이 있어서 받아야 할 인허가가 200여 개, 접촉해야 할 관계기관만 25개에 달했습니다. 케이블 이설과 시공에만 2년의 시간이 걸렸죠. 내가 원하는 시기에 공사를 진행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전에는 행정처리를 밟아둬야 해요. 이런 노하우가 쌓이지 않으면 처음 진출한 기업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타르 신항만 현장소장 김태섭 부장
l 카타르 신항만 현장소장 김태섭 부장

김태섭 부장(이하 김) 저희는 환경문제가 참 까다로웠어요. 준설공사로 바닥을 파면 지하수가 엄청나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여기 지하수는 염분이 강하게 섞여 있어 그대로 바다에 흘려보내면 생태환경이 파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염분 저감시설을 만들어야 하고, 맹그로브 같은 해양식물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환경조건을 준수하면서도 공기를 맞출 수 있었던 건 착공 전부터 환경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미팅을 하면서 선제 대응을 했기 때문입니다.

박세광 부장(이하 박) 건축공사는 특히 발주처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공사를 시작하려면 도면, 자재, 디자인 등 빠르게 승인 받아야 할 일이 많은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서 공기를 단축해 달라고 말하죠. 국립박물관 현장도 착공 후 3년이 넘었는데 내부 전시계획이 아직까지도 변경 중입니다. 계약 이행은 분명하게 체크하면서 또 공기는 공기대로 시공사의 감 내를 요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죠.

저희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희 현장은 카타르 왕궁에서 진행하는 구도심 개발사업입니다. 최고의 건물을 만들겠다는 발주처의 의지가 강한 현장이죠. 영국과 미국 전문 설계사를 오가며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취하다 보니 영국의 콘셉트 설계와 미국의 실시설계가 뒤섞여 상이한 부분이 공존했습니다. 당초 시방서에는 블록 하나도 미국에서 가져다 써야 했고 현지에서 시공 경험이 전무한 자재와 장비를 북미와 유럽에서 들어와야 했습니다. 소방검사는 또 싱가포르의 기준을 가져온 게 많더라고요. 모든 시스템이 한데 통합돼 자기네 스타일로 체화된 게 아니라 선진국의 이점을 따로따로 모방하고 있어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Q.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유독 난공사들만 시공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준공 완료를 앞두고 있는 카타르 왕궁 경호-집무동 공사
l 준공 완료를 앞두고 있는 카타르 왕궁 경호-집무동 공사

현대건설은 항상 그 악조건을 이겨내고야 말거든요. 저희 신항만 현장만 보더라도 카타르가 대대적으로 신규 항만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라 60여 개의 글로벌 건설사가 공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칭찬을 들었죠. 게다가 추가공사를 해줄 수 없겠느냐는 의뢰까지 받았습니다. 일단 저희는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일스톤마다 준공일자를 맞추고, 발주처의 요청은 무엇이든 만족시키자고.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가치에도 있지 않습니까? 고객만족이죠.

우리 루사일 현장은 기존 도로와는 차원이 다른 공사입니다. 입체 교차로, 고가도로, 터널, 교량, 지하 고압케이블 매설, 랜드마크 조형물 등을 종합적으로 시공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걸 임시 우회도로를 건설해 현재 교통량까지 수용하며 진행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국왕이 우연히 우리 공사 현장을 지나다 임시도로를 보고 칭찬을 한 거지. 결국 발주청장이 발주처 산하 현장 관계자를 모두 불러 현대건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배우도록 지시했어요. 이렇게 현대건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듭니다. 80년대 사우디 얀부 액화가스 해상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근무를 했는데, 준공 일주일을 앞두고 공동도급사 미쓰비시에서 시운전을 하다 석유송출 파이프 8km 구간을 모두 휘어지게 만든 일이 있었어요. 모두들 낙담하던 때에 당시 소장이 용접사 30명만 지원해 주면 추가 비용 없이 고쳐놓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양반이 철에 대해서는 전문가였죠. 파이프의 왜곡된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니까 철이 원형으로 돌아왔어요. 그러고는 다시 용접을 해서 무사히 준공행사를 치렀지. 그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선배들의 기적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운 거죠.

카타르 왕궁 경호-집무동 공사 현장소장 최원호 부장
l 카타르 왕궁 경호-집무동 공사 현장소장 최원호 부장

그런 면에서는 박물관 현장도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저희 현장은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만큼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100% 3D BIM으로 설계를 구현하는 등 초기부터 어려움을 많이 겪었죠. 그런데 전시시설을 별도 패키지로 발주한다던 발주처가 최근 우리에게 시공해 줄 것을 부탁하더라고요. 결국 장 누벨의 난도 높은 설계를 구현해 줄 회사가 우리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Q. 모두 10년 이상의 해외공사 경력을 자랑하시는데, 카타르 외의 해외공사 추억담을 이야기해주세요.

카타르 국립박물관 공사 현장
l 카타르 국립박물관 공사 현장

89년 입사 이후 과장 시절, 싱가포르 현장을 시작으로 세 번째 해외 현장근무 중입니다. 현재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지만 이집트 포시즌 호텔 공사 때는 가족과 함께 지낸 덕분에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이집트 첫 진출 현장이다 보니 저는 매일매일이 야근의 연속이었지만, 전교생이 25명인 아프리카 유일의 한국인 학교에서 아이들은 즐겁게 생활했었나 봐요. 나중에는 아이들이 한국에 안 돌아오려 할 정도였습니다. 한국과 달리 학원이나 진학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한 거죠.

저도 싱가포르가 첫 해외 현장입니다. 입사 1년 만에 해외에 부임했는데 그때가 결혼 3개월이었거든요. 그런데 93년 당시 해외공사가 엄청나게 활발했어요. 덕분에 계속된 해외근무로 두 딸아이 모두 태어나는 걸 못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쿠웨이트 부비안 항만입니다. 지하철, 도로, 교량 등 다양한 토목현장을 경험했지만 저는 항만공사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항만은 스케일이 다르거든요. 당시 쌓은 공사 경험이 지금 카타르 신항만 현장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 현장 공무부장 박세광 부장
l 국립박물관 현장 공무부장 박세광 부장

79년 12월 광화문 사옥으로 입사했습니다. UAE를 시작으로 다양한 해외 현장을 경험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리비아 데르나 항만 현장과 이라크 제마부대 현장이네요. 데르나 현장은 토목 현장에서 나홀로 건축 업무를 하느라 힘들었던 추억이 많고, 제마부대는 전시 중 의료 시설물을 짓는 특수 상황이라 기억에 남아요. 그 3개월 공사 경험으로 내가 지금 하마드 메디컬시티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허허. 가족들과는 내내 떨어져 지내느라 평생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도 83년 광화문 사옥으로 입사했습니다. 처음 부임한 현장이 이라크 북부고속철도 현장이었는데 시행률이 68%일 정도로 이윤이 많이 남는 공사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당시 진급 문제로 현장 사람들보다 일주일 먼저 귀국 했거든요. 그런데 다음 비행기로 복귀한 현장 직원 대부분이 폭파사건이 있었던 KAL858기를 탔어요. 참 끔찍한 일이 일어난 거죠. 나는 현대건설 33년 중 18년을 해외에서 보내느라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고맙게도 큰아들은 토목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엔지니어링에서 근무 중입니다. 나와 같은 건설인의 길을 선택해준 거죠.

저는 94년에 입사해 해외 경력이 16년입니다. 싱가포르 3개 현장을 거쳐 2003년에는 걸프전 이후 시장조사를 위해 이라크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고 그곳에서 전 상무님과 만나 제마부대 를 위한 가설병원 공사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 부장 님이 근무하셨던 이집트 현장에도 약 1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이후 다시 싱가포르로 가서 다양한 공사를 했습니다. 저는 대 부분의 현장근무를 가족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가족과 함께 나가는 걸 권하는 편입니다. 경제적인 부담은 있 겠지만 가족과 함께 있으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겨 더 편안하 게 근무할 수 있거든요.



Q. 카타르 시장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과 대비책이 있다면?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
l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

현대건설은 카타르에서 성공과 실패사례를 모두 겪었다고 봅니다. 그동안 건축현장들이 초기 진통을 겪느라 수주를 자제한 면도 있는데 이제는 현지 회사와 협력방안(Joint Venture)도 마련하고 직영공사도 검토해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한 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야죠. 리스크를 반영하면서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주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겁니다. 월드컵 스타디움을 비롯해 인프라 공사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소장 하영천 상무
l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소장 하영천 상무

사실 월드컵 특수는 이제 끝물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올해 이후 발주 물량부터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공사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현지 사정을 모르는 한국 건설사들이 카타르 건설시장을 무조건 장밋빛으로만 보고 몰리는데 득실을 철저히 따질 필요가 있어요. 우리도 다년간 척박한 이 땅에서 시련을 통해 배운 노하우를 성공으로 변화시키려면 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글. 이영주
사진. 송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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